Mr. Marketing과의 만남 2.

입력 2006-12-26 00:52 수정 2006-12-26 00:52
Mr. Marketing과의 만남 2.

 

      필립 코틀러를 2006년 9월에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미국 친구 하나와 둘이 그의 노스웨스턴 대학 연구실로 찾아 갔다. 조사 기법으로 치면 소위 심층인터뷰(In-depth interview)를 하러 간 것이었다.  인터뷰 사례비도 상식적인 수준에서 제의를 해서, 그의 바쁜 일정과 다른 인터뷰 대상자들과의 시간 조정이 좀 문제가 되었을 뿐 다른 부문은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고, 우리가 미리 보낸 기초자료 등에 대한 사전 숙독과 설문에 대한 준비도 비교적 철저하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느 정도 자료를 사전에 보내 주기는 하였지만, 삼성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에 관심이 많았다.

 

      외국의 저명한 경영학 관련 교수나, 저술가들을 초청하거나 인터뷰를 하려고 하는 한국 기업들이 지나치게 굽히고 들어가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주거나, 알아서 부대조건들을 먼저 제시하고 맞추어 주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런데 실제 상황은 꼭 그렇게 풀어 가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먼저 그들은 대부분이 소위 경제원리에 아주 철저하다. 자신이 정해 놓은 강의나 인터뷰의 사례비 기준에 부합하면, 일정 검토를 하고 일정까지 맞출 수 있으면, 아주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원하는 대로 모실 수 있다. 1970년대 노벨경제학상을 탄 어느 경제학자에게 미국의 어느 시골 소도시의 상공회의소 소장- 우리 용어로 치면 'XX상가 번영회 회장' 정도로 보면 될 것이다-이 혹시나 하고 자기 동네에 와서 강연을 한 번 해줄 수 없겠느냐 편지를 써 보냈는데, 바로 그 수상자 본인에게서 항공비와 숙박비 등 비용에 생각보다 훨씬 적은 액수의 강연료를 제시하여 놀랐다는 얘기를 어느 책에서 본 적이 있는데,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교수들은 전직 대통령이나 스포츠 스타와 같은 엄청난 강연료를 요청하지는 않는다.

 

      더욱 바람직한 것은 우리가 그들에게 줄 것도 많다는 사실이다. 1980년말에서 90년대 초반까지 미국에서는, 곧 전 세계적으로 일본식 경영 열풍이 일었었다. 그런데 디지털시대로 넘어 오면서 일본 기업들이 활력을 잃어 간 데 비해서, 일본의 아류(亞流)로만 인식했던 한국의 몇몇 기업들이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일본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단계로 들어서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일본과 서구 기업 대비한 차이점과, 그 차이점이 성장에 미친 영향 등에 관해 정리를 해 보고자 하는 욕구를 많은 학자들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우리 한국 기업의 사람들과 만난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자신으로 보면 '꿩먹고 알먹는'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꼭 대등한 존재로 심각하게 날을 세우라는 것은 아니고, 최대한 예의는 차리지만 강연이 되었든 인터뷰가 되었든 그 쪽에서 제공하는 것에 대해 합당한 보수를 지불하고, 또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도 덤으로 주는 데 우리가 괜히 굽신거리며 그들에게 은사를 받는 것처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Mr. Marketing, 코틀러 교수와의 인터뷰는 별 무리없이 추진되어, 뉴욕으로 날아가 에서 1박을 하고 아침 일찍 미국 친구 하나와 공항에서 만나 시카고로 향했다. 제일기획과 노스웨스턴 대학교(Northwestern University) 경영대학원인 켈로그 스쿨(Kellogg School)의 공동 연수 프로그램이 당연히 서로가 공유하는 화제로 떠올랐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끄는 역할을 했다. 그는 이미 일본 기업들과는 상당히 많은 일들을 했고, 나름대로 일본식 마케팅에 대해서는 정리가 되어 있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한국 기업들의 경우는 어떻게 짧은 시간에 급격한 상승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인지, 그 숨어 있는 원동력과 과정을 일본과는 다른 모델로 정리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그런 모델화 작업이 되어야만 한국 기업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가 걸어온 학문적 배경을 생각하면 심하다 싶게 모델같은 형태를 추구하는 그의 성향을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원래 경제학도였다. 로널드 레이건과 마거릿 대처와 같은 보수주의자들의 영웅과도 같은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의 지도로 시카고 대학(University of Chicago)에서 경제학 석사를 하고, MIT(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를 때까지 또는 특정 부문에 있어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장하는 케인즈 학파(Keynesian)에 토대를 둔 신고전주의 경제학의 태두(泰斗)라고 할 수 있는 폴 새뮤얼슨(Paul Samuelson)을 지도교수로 경제학 부문의 박사 학위를 땄다. 머리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는 경력이다. 프리드먼과 새뮤엘슨은 20세기 후반경제학 부문의 대립되는 양대축을 형성한 사람들이다. 우리로 치면 '성장'과 '분배'의 두 유파를 두루 거친 셈이다. 그가 농담으로 들려 주는 얘기에 의하면, 프리드먼과 새뮤얼슨의 어느 한 쪽에 줄을 설 수가 없어서,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런 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를 직접적으로 마케팅으로 이끈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노스웨스턴 경영대학원의 설립자나 다름없는 도널드 제이콥스(Donald Jacobs)였다. 노스웨스턴 대학교 경영대학원이 들어서 있는 건물을 그의 이름을 따 'Jacobs Cneter'라고 부른다. 제이콥스가 바로 코틀러에게 "마케팅을 하라고. 그 분야가 당신 도움이 더욱 필요해(Do marketing. That field needs much more help)" 라고 했던 말이 바로 지금의 자신을 만든 계기가 되었다고 그는 얘기했다. 그 뿐만이 아니라 현대 마케팅을 만든 한 마디였다.

 

      앞선 글에서도 얘기했듯이 그의 관심 분야는 기업을 넘어서 공공분야로까지 계속 확대되어 왔다. 우리가 만나서 토론을 한 주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부분이었고, 그가 낸시 리(Nancy Lee)와 공동으로 저술한 우리 나라에서는 『착한 기업이 성공한다』(낸시 리/필립 코틀러 공저, 남문희 역, 리더스북, 2006)로 번역된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그 책에 실린 몇몇 기업들의 사례들을 찾는데 좀 심하다 싶게 애를 먹는 모습을 보였다. 원래 한 시간으로 예정되었던 인터뷰가 두 시간을 훌쩍 넘어섰고, 코틀러 교수는 '시간과 돈에 대해서는 구애치 말라'고 하며 중간에 자신의 책에 실린 사례를 찾는데 시간을 들이기는 하였지만 끝까지 성실하게 토론에 임해 주었고, 택시 타는 곳까지 배웅을 해주었다.

 

      그에게 손을 흔들고 택시를 타자마자, 우리는 키득거리며 얘기를 나눴다. "코틀러 교수, 그 CSR 책 직접 안 쓴 거 확실하지?" "안 쓴 정도가 아니라, 읽어 보지도 않은 것 같은데." 그렇게 킥킥거리며 나누던 대화도 곧 시들해지고, 그와 나눈 얘기들을 복기하매 사례를 얼마나 많이 빠르게 찾는 것보다 두 가지를 배우고, 확인한 것 같았다. 첫째 모든 것을 한 번 모델화, 도식화 해 보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유형별로 정리, 배열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 기준으로 과학적인 논거가 들어가게 되며,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드는 창조적 능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는 수학, 경제학, 행동과학, 조직이론 등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여, 광고, 판매, 유통과 관련한 문제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망하고 분석함으로써 그는 마케팅의 신기원을 마련할 수 있었고, Mr. Marketing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장이나 소비자가 아닌 함께 사는 세상, 함께 사는 사람으로 바라보는 '진정성(Authenticity)'가 중심을 받치고 있어야 한다. 그의 그런 진정성의 일단을 그의 부인과 가족들에 대한 사랑에서 엿볼 수 있었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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