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브랜드의 문제점과 해결책

 

      우리 집은 김치를 사서 먹고 있다. 미국에서 갑작스럽게 결혼 생활을 시작한 새댁에게 김치맛을 포함하여 요리 잘하시기로 소문난 시어머니와 같은 맛을 기대한다는 것은 고사하고, 입덧으로 자신의 몸 하나 몸 하나 제대로 건사하지 못한 처지가 되었으니 총각 시절과 마찬가지로 한국슈퍼에 들러서 김치를 사가지고 가는 생활이 결혼 후에도 변하지 않고 계속 되었다. 이후 한국에 돌아오고, 또 미국에 가서 생활을 하면서 결혼생활의 이력이 붙은 베테랑 주부로서 몇 차례 김치 만들기를 시도했으나, 이상하게도 다른 요리와 달리 김치, 그 중에서도 가장 보편적인 배추김치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열무김치나 오이소박이와 같은 것은 그런대로 익숙한 맛이 나오는데, 이상하게 배추김치만은 내가 기억하는 한 세 차례의 시도에서 모두 실패했다. 그런 담기 자체가 힘들다는 것에 덧붙여, 계속 더 바빠지는 일상생활에서 시간의 효율적 사용이라는 측면에서 배추김치를 직접 담는다는 꿈은 서로 합의하여 폐기한 지 오래다.

 

      그래서 제법 오랫동안 김치를 사 먹고 있는 셈인데, 특별하게 선호하는 브랜드 없이 대형 슈퍼마켓이나 할인점에서 시식을 통해서, 혹은 김치를 담그는 아주머니의 인상이나 흡인력에 끌려 그 때 그 때 결정을 한다. 냉장판매대에 있는 포장김치를 살 때는 직전의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 번 먹었던 OO김치 맛있더라'하면서 그 김치를 골라서 카트에 담게 된다. 그런데 세 번 연속 같은 브랜드의 김치를 선택한 적이 없다. 먼저 먹었을 때의 맛과 다른 실망스러운 맛을 항상 느끼게 되어, 다음에는 꼭 다른 브랜드로 모험을 하게 된다. 지난 주 출장 기간 동안에 샀다는 김치의 경우 게 중에서도 그 맛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무언가 새로운 바람이 업계에 절실한 것 같다.

 

      김치를 포함한 식품산업 쪽에 있는 친구들에게 물어 보니, 한국음식의 경우 표준화가 가장 문제이고, 특히 김치의 경우는 더욱 심한 편이며 가격경쟁이 워낙 심하여 품질 자체가 전체적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그런 문제점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나, 특정한 브랜드 아래 내놓는 김치상품들의 맛이 이렇게 일관되지 못하게 들쭉날쭉하다는 것은 김치시장에서 브랜드가 낙후되어 있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 주는 증거라 하겠다. 원래 브랜드는 '누가 만들었느냐', '누구의 것이냐'라는 것을 명확하게 나타내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품질에 대한 약속'으로 진화하였으며, 이후 훨씬 고급스럽다든지, 풍부한 감정을 안겨 주는 등 감성적인 가치들까지 포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 한국 김치시장의 브랜드는 제조원을 표시하는 수준에 계속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사실은 그런 구별의 기능조차 제대로 구현시키지 못하고 있는, 이제는 용어조차 듣기 힘든 '주문자 상표부착방식'이란 OEM의 비율이 매우 높은 분야이기도 하다.

 

      물론 상품김치시장에서 60%를 훨씬 상회하는 말 그대로 우리 나라 김치산업의 종가집이라고 할 수 있는 '두산 종가집'이나, 모기업 브랜드의 방침과 후광 이미지를 김치 브랜드에 살려 도약을 꿈꾸고 있는 CJ나 풀무원의 경우 나름대로의 브랜드 경영을 하고 있다고 자부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CJ나 풀무원의 경우 사내의 비중이 작아서인지 김치 부문에서 아직 본격적인 브랜드 마케팅 활동을 눈에 띄게 펼치지는 못했고, 종가집의 경우는 자신들이 한국 1위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 이외에 특별하게 다른 브랜드 김치와 대별할 수 있는 브랜드의 특성을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하지 못했다. 그리고 바로 위에서 얘기한대로 아주 기본적인 품질, 즉 맛의 일관성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에 캐나다에서 김치공장으로 성공했다는 '김치 캐나다'의 대표인 캐나다 교포 사업가 강신봉 선생의 기사가 신문에 실렸었다. 아직 시장이 그리 크지 않아 연 100만$ 정도의 매출에 불과(?)하지만, 토론토 지역 김치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했다고 한다. 그런데 내 눈길을 끈 것은 기사 말미의 '김치의 맛은 한국인인 강씨의 부인 그레이스 강씨가 맡고 있다. 여름철에는 자체 농장에서 직접 기른 배추로, 겨울엔 플로리다에서 수입한 배추로 김치를 담근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인 아주머니께서 김치의 권위자로서 자리를 잡고 계신 것은 좋지만, 과연 캐나다에서 기른 배추와 플로리다에서 나온 배추가 김치를 담그었을 때 같은 맛을 낼 수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재료가 차지하는 부분이 큰 김치 맛에서 그레이스 강 부인은 그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

 

      한국의 김치 기업들에게 가장 큰 위협은 아마 중국의 업체들일 것이다. 올 1사분기의 경우 중국 김치는 작년 동기 대비 80% 이상 한국시장으로의 출하액이 늘어났다고 한다. 당연히 그들의 경쟁력은 가격으로부터 나온다. 한국 김치의 20~30% 밖에 되지 않는 가격을 가지고 치고 나오는데, 그에 대해 한국 김치 업계는 김치 재료와 제조지 등 원산지 표기를 의무로 할 것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요즘같이 중국 농산물이 당연시되는 상황에서 그런 원산지 표기가 얼마만큼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또한 우리 나라에서 재배, 출하되어 김치의 원료로 쓰이는 배추를 비롯한 농산물들의 대체적인 수준이 소비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먹혀 들 수 있을 정도의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무엇보다도 그런 재료에서의 특장점을 자신의 브랜드와 연결하여 설득력있게 얘기할 수 있는 정도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는 곳이 없으니, 원산지 표기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일시적인 효력을 발휘하는데 그칠 것이다.

 

      김치의 재료는 자연의 순리에 따라 시기나 장소에 따라 차이가 나고, 그것이 결국 궁극적인 김치 맛의 차이를 가지고 올 수 밖에 없다. 이런 태생적인 한계를 어찌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나 몰라라'하고 있었으면 태만이고, 모른 척하고 한 브랜드로 같은 가격에 같은 포장으로 시장에 내고 있었다면 그것은 기만이다. 어찌 할 수 없는 상황은 그것을 부정한다거나 무시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인정할 부분을 인정하고, 그것을 다른 각도에서 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김치의 경우 가격이란  절대적인 기준 아래, 제조 부문에서는 표준화와 생산성, 그리고 마케팅에서 유통과의 관계만이 강조되면서 소비자들의 모습은 과정상에서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물론 소비자조사를 통하여 소비자 입맛에 맞춘다고 새로운 신제품들이 계속 나왔으나, 김치의 본류와는 거리가 있는 샐러드형 김치, 과일이 첨가된 김치, 철에 따른 새로운 나물과 같은 재료가 들어 가는 김치들이 주종을 이루었다. 이들을 통하여 김치 전체 뿐만 아니라 자신의 브랜드에 트렌디한 성격과 고급 이미지를 부여하고, 10~40%까지 높은 가격을 책정하여 실리도 취하고 싶은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가긴 하지만, 지엽적인 움직임으로 김치시장과 자신의 브랜드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 일으킬 수는 없다.
 

      그럼 재료와 맛의 들쭉날쭉함을 인정하면서 김치시장의 변화를 불러 일으키면서 자신의 브랜드도 세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현재 상태로 내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아예 김치의 등급을 따질 수 있는 방식을 만들며, 그에 맞추어 프리미움 명품김치를 만들어 출시하는 것이다. 현대 과학으로도 입증된 최고의 건강식품이라고 김치의 효능을 수시로 주장하면서, 그것을 자신의 브랜드나 김치시장을 키우는 데 제대로 적용시키지 못했다. 프랑스 와인이 다른 나라의 것보다 훨씬 고급의 이미지로 비싼 가격을 누리는 이유의 상당 부분은 원조라는 이미지에 그것을 더욱 강화하는 재료, 산지 등에 관한 기제를 계속 만들어 내는 데 있다. "초밥왕"과 더불어 요리만화 열풍을 몰고 온 "맛의 달인"을 보면 한국 김치와 찌개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김치 부분에선 재료가 이야기를 이끄는 아주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그런데 우리는 재료에 상관없이 집단 급식을 먹듯이 김치를 팔고 있고, 사서 먹고 있다. 작년 말의 기생충 소동을 차치하더라도 일본시장에서 한국 김치의 점유율이 작년 대비 거의 반토막이 날 수 밖에 없는 이유의 일단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수출이나 국내 시장이나 김치의 원조라는 외침만 있을 따름이지, 그것을 브랜드로 만드는 작업은 따르지 못했던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 프리미움 명품김치로 이런 흐름의 역전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No.1과 No.2의 싸움에서 흔히 사용되는 '샌드위치전략(Sandwich Strategy)'을 통하여,

   다음 칼럼에서 보다 다양한 예와 함께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