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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면접과 브랜드의 정의 3.

신입사원 면접과 브랜드의 정의 3.

 

      몇 년 전부터 신입사원이나 경력사원의 입사 면접에 면접관으로 거의 참여를 하고 있다. 신입사원 채용의 경우 그 풍속도가 예전에 비하면 무척 많이 바뀌었다. 어느 시기부터인가 말로 하는 면접의 범위를 넘어서서 노래와 춤이 등장을 했고, 근래에는 마술 시범을 보이는 친구들도 심심치 않게 있다. 우리 팀에서 함께 일했던 친구 하나는 입사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팔굽혀펴기’로 표시하여 탈락을 면하고 합격하였다고 본인이 공공연하게 얘기를 하는데, 소망을 담은 팔굽혀펴기의 실상을 눈으로 보고 싶었으나, 아직 확인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신입사원 면접에서 누군가가 꼭 하는 질문 중의 하나가 ‘한 마디, 혹은 한 단어로 자신을 표현하시오’라는 것이다. 취업 인터뷰 예상 질문 리스트에 올라 있는 것이라서 그런지 대부분의 응시자들이 훌륭하게 대답을 한다. 한 마디로 자신을 표현하며 훌륭하게 대답을 마친 응시자에게 내가 바통을 이어서 던지는 질문은 ‘그렇다면 당신을 제품이나 기업의 브랜드로 비유한다면 어떤 것이 가장 잘 들어맞겠는가?’하는 것이다. 광고나 마케팅 쪽 전공하고 응시한 친구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 질문에는 당황하는 경우가 많고, 대답으로 언급되는 브랜드들의 수도 소수 몇 가지로 극히 제한되어 있다. 제대로 다양하게 대답을 하지 못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브랜드가 제품이나 기업의 속성의 하나로만 생각을 하지 그것이 인간적인 성격까지 포함하거나 연계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편협적인 브랜드에 대한 정의가 응시자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둘째로는 그만큼 제대로 자신들을 정의하는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한 사례가 드물다는 것이다.

 

      ‘나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나의 지향점을 나타내는 한 단어 혹은 하나의 강력한 아이디어’. 이것이 바로 브랜드의 세 번째 정의이다. 이 세 번째 정의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성공적인 브랜드라고 하는 것들은 생각보다 많다. 대체로 ‘XX 브랜드하면 무엇이 생각나시나요?’ 혹은 ‘XX 브랜드가 나타내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와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그 대답으로서 연상(聯想), 영어로 ‘Associate’이 하나로 수렴되는 것들이 이 기준에서 성공적인 브랜드이다.

 

      이런 면에서 ‘볼보(Volvo)’처럼 딱 부러진 성공 사례도 보기 힘들다. 아래의 세 가지 광고를 비교해 보자.

 

 

 

 

 

 

 

 

 

 

 

 

왼쪽의 것은 전형적인 1970년대의 볼보 자동차 광고물이다. 자동차의 성능을 나타내는 여러 가지 요소들에서 볼보가 뛰어난 평가를 받았다는 것을 직설적으로 수십 가지 요소가 나열되어 있는 성적표를 보여 주며 주장하고 있다. 1980년대에 들어서 ‘안전(Safety)’를 자신의 브랜드로 선택한 이후의 광고는 간결, 명쾌하다. ‘안전’과 볼보가 얼마나 소비자들의 마음 속에 꽉 자리를 잡았는지, 천하의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 Benz)’가 제 3의 공인기관의 각 자동차들의 안전성능테스트 결과를 필두로 ‘볼보보다 안전한, ‘안전에서도 역시 메르세데스 벤츠’의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려고 하였으나, 결과는 괜히 볼보가 가지고 있는 안전이라는 이슈를 들고 나와서 볼보의 영역만을 강화시켜 줘 버리고 말았다. 볼보는 90년대 중반 이후, 자동차의 성능으로서의 ‘안전’의 범위를 넘어서 세 번째 광고에 보이는 것처럼, 우리 삶 속에서의, 우리가 평생을 두고 추구하는, 예를 들자면 70대 어머니가 50대 출근하는 아들에게 차조심하라는 것과 같은 안전으로 범위를 넓혔다. 확고하게 자리 잡은 브랜드를 지렛대로, 자신의 영역을 넓히는 아주 자연스럽고 탄탄한 움직임이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 문제는 이렇게 볼보 브랜드의 확장되는 외연을 뒷받침하는 경영 활동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말하자면 볼보가 안전이라는 브랜드 자산을 자동차에서 우리 인생의 그것으로 확실하게 넓혀 나갔을 때 그에 걸맞는 사업분야로의 진출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적용되는 실례가 없이, 안전의 범위를 넓히다 보니, 메시지가 모호하게 이미지 위주로 가게 되고, 결국 그것은 부메랑처럼 자동차에 있어서의 볼보의 ‘안전’까지도 흔들리는 결과를 가지고 왔다. 물론 ‘안전의 볼보’ 이미지가 흔들리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브랜드 측면에서도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인텔(Intel)과 나이키(Nike) 같은 경우는 ‘Intel Inside’와 ‘ Just Do It’과 같은 슬로건에 대한 연상이 많이 나온다. 이런 슬로건들이 결국 얘기하고 있고, 소비자에게 주는 궁극적인 이미지란 역시 한 단어로 이들이 차별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것, 바로 ‘반도체 칩(Chip)’과 ‘열정(Passion)’의 확고부동한 리더라는 지위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나라에는 이런 단어 하나를 소유하다시피 하는 강력한 브랜드들이 많지 않다. 내가 가장 자주 예로 드는 두 가지가 ‘오리온 초코파이’와 ‘CJ 다시다’이다. ‘정(情)’과 ‘고향(故鄕)’이라는 단어가 바로 대부분의 소비자들에게 연상되어 나온다. 두 단어 모두 한국인들의 감성대를 자극하는 것들로, 제품 자체의 속성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그러나 한 꺼풀 더 들어가면 오리온 초코파이는 제품이 사용되고 소비자들에게 주는 혜택-단순한 과자 이상의 정을 주고 받는다-을 전달하고 있고, 다시다 역시 ‘고향’이라는 단어를 통하여 천연재료라는 것을 강조하며 기존 미원의 화학조미료로서의 성격을 확실하게 부각시키는 효과를 가져 왔다.

 

      10여년 전 처음 브랜드전략에 대해서 공부를 하면서, 브랜드와 포지셔닝(Positioning)의 차이는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두고 고심을 했던 적이 있었다. 책이나 선배들이 해답을 주기도 했으나, 워낙 깨닫는 것이 늦어서 그 차이를 확실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찜찜한 상황에서 삼성 브랜드 관련하여 한국계로서 미국 브랜드와 광고계에 지금도 전설처럼 남아 있는 피터 김(Peter Kim)과 일을 함께 하면서 명확하게 깨닫게 되었다. 피터 김은 이 브랜드의 세 번째 정의에 맞추어 내놓는 하나의 강력한 단어나 아이디어를 ‘디렉셔닝 아이디어(Directioning Idea)’라고 불렀다. 이는 포지셔닝이 현재 경쟁자와의 ‘차별점’에 초점을 맞추는 데 비하여, ‘디렉셔닝 아이디어’는 경쟁자와 시장을 리드하는 ‘지향점’에 무게를 둔다.

 

      많은 경우 한국과 미국을 따지지 않고, 브랜드 담당자들이 범하는 대표적인 잘못이 너무 차별적인 것만을 강조하면서 브랜드전략을 짜다보니, 포지셔닝의 단계에 머물러 버리곤 한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파고 들어가 보면, 이는 또 소위 과학적 조사 결과라는 것으로 뒷받침이 되어 있다. 물론 브랜드가 처해 있는 위치(Position)를 알아내고, 내가 다르게 나 자신의 자리를 잡는 것(Positioning)도 중요하다. 그러나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넘어선 90년대 이래의 진화된 브랜드의 관점에서는 두 번째의 정의에서 본 것과 같은 방향성을 담아서 강력한 아이디어로, 한 마디로 전달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브랜드의 세 번째 정의를 명시적으로 ‘Brand Statement’나 ‘Brand Credo’와 같은 형식으로 관리를 하는 곳도 있고, 암묵지(暗默知)로서 내부 임직원들에게 공유되어, 고객들에게는 다양한 접점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전달시키려 노력하는 기업들도 있다. 어떤 경우에도 기본은 모든 임직원들이 자신의 브랜드가 무엇인지,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포지셔닝이 마케팅 부서의 것이었다면 브랜드, 디렉셔닝 아이디어는 회사와 임직원 전체의 것이고, 이런 면에서 근래 들어 계속 소위 ‘내부 브랜딩(Internal Branding)’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되는 것이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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