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일본 기업이다?

 

      4월말에 모대학에서 삼성 브랜드가 해외에서 어떻게 지금의 위상을 가지게 되었는가 특강을 한 적이 있다. 이 주제로 특강을 한 경우가 꽤 많은데, 강의 후에 질의응답 시간에 단골로 나오는 질문이 있는데 어김 없이 그 특강 이후에 한 학생이 같은 질문을 했다. "외국인들은 삼성을 일본 기업으로 생각하지 않나요?" 다른 강의에서는 그렇게 원산지(Country of origin)을 잘못 알고 있을 경우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한 질문이 이어지곤 한다.

 

      희한하게 외국인들이 삼성을 일본 기업으로 알고 있을 것이라는 인식은 대단히 넓게 퍼져 있어서, 한국 경제와 연관하여 국가 브랜드를 토의하는 TV토론에 나온 분이 역시 '외국인들은 삼성을 일본 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라고 단정적으로 얘기하는 것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결국은 경제 활동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얘기를 하기 위한 정부 비판을 위한 소재로 들고 나온 것이기는 하지만.

 

      미국에서 박사를 받고 현재 한국에서 대학 교수를 하시는-이런 분들이 너무 많나?- 어느 분이 미국의 광고에 대해서 쓴 책을 읽는데 이런 구절이 나왔다. '삼성이 최고급 가전제품 브랜드이고, 현대와 기아자동차를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것은 틀림없지만, 정작 이 브랜드들이 우리나라 제품이라는 인식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삼성이나 현대를 일본 기업으로 알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 전혀 그렇지 않다. 현대는 내 자신이 직접 조사를 하지 않아서 얘기하지 않겠지만, 삼성에 대해서만 얘기를 하면, 소위 보조인지라고 해서 '삼성 브랜드 아세요?' 혹은 '삼성이란 브랜드 들어보셨나요?'하고 물어 봐서 '예'라고 대답한 미국인들-전체 미국인의 약 80% 정도-의 최소한 70% 이상이 삼성은 한국 기업이라고 알고 있고, 생각하고 있다. 현대의 경우 삼성과 같이 직접 조사한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최소 50%는 넘으리라고 생각한다.

 

      외국인들, 특히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이나 서유럽 사람들이 삼성의 원산지를 한국이라고 정확하게 인지하는 비율이 예전에는 낮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1995년에서 1997년 사이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절반 정도는 일정하게 한국 기업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지역으로 보면 미국인들이 한국 기업으로 제대로 인식하는 비율이 서유럽에 비해서 약간 높았다. 그러나 당시 그들의 원산지 인식은 그야말로 쥐어 짜듯이 뽑아 낸 것이었다. 별 관심도 없고, 그저 이름만 들어 본 적이 있는 브랜드의 원산지를 물어 보는데 누가 그리 성의 있게 대답을 하겠는가? 외국산 전자 제품이란 주로 일본에서 나오니까 일본 기업이겠지 하는 식으로 건성으로 일본 기업으로 대답을 한 것이었다. 현대 자동차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외국제 자동차란 주로 일본 기업이니까 하면서 일본 기업일 것이라고 아주 성의 없이 대답한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조건반사식으로 일본 기업이라고 생각한 사람의 비율도 10년전이라고 해도 50%가 넘지 않았다.

 

      10년전 삼성 브랜드의 원산지와 관련하여 나의 주된 고민은 '싸구려 한국산'이라는 이미지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것이었다. 삼성이나 LG나 가격만을 무기로 80년대 중반 이후 해외 가전시장을 뚫고 들어 갔다. 미국 시장만을 놓고 본다면 삼성이나 LG야 판매 자체가 차라리 미미한 수준이었고, 집 안에 틀어 박혀 있는 가전 제품이라 파급효과가 크지 않았지만, 거리에 굴러 다니는 현대 자동차가 '싸구려 한국산'으로 남겨 놓은 상처가 깊고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엑셀이 판매 수량에 있어서 엄청나게 성공을 했지만, '한 대 가격으로 두 대를'하고 광고했던 것처럼 그 후유증이 오래 갔다. 제법 괜찮은 제품을 만들어 내놓아도 '싸구려 한국산'이라고 도매급으로 넘어 가는 식이었다.

 

      사정이 그러하다보니 '일본 기업으로 인식되면 좋은 것 아니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나왔다. 일본이 전자 산업의 선진국이니, 좋은 제품으로 인식할 것이란 기대가 그런 식으로 표현이 되었다. 실상은 그런 기대를 무참히 저버렸다. 위에서 건성으로 일본 기업이라고 대답을 했다고 한 것처럼, 삼성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일본 기업이라고 한 것이다. 한 꺼풀 벗기고 들어가면 거기에는 '잘 알지 못하는' 일본 기업이라는 표현이 숨어 있다. 잘 알지 못하니까 2류, 3류일 것이다라는 저급품, 싸구려라는 인식이 이미 박혀 있는 표현인 것이다. 그보다는 차라리 어느 나라 기업인지 제품인지 모르겠다라고 생각하여 제품 자체로 봐주는 것이 훨씬 낫다. '싸구려 한국산'이라고 생각을 해도, '한국산인데 제법이네'하는 의외의 놀라움을 안겨 주는 것을 기대할 수 있어서 오히려 좋은 면이 있다.

 

      원산지 이미지를 강하게 긍정하는 것에서 극복의 열쇠를 찾았다. 삼성은 한국 기업이라는 바꿀 수 없는 사실을 자꾸 부정하려고 하면 할수록 자기모순에 빠지고, 과거의 늪 속으로 늪 속으로 빠지게 된다. '한국산'이라는 것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더라도, '한국산'이기에 뭔가 다른 면이 있고, 그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취했고, 나는 그것이 알게 모르게 해외에서 현재의 삼성의 위상을 이룩하는데 상당 부분 기여를 했다고 본다.
 

      원래의 얘기로 돌아가서, 외국인들은 삼성을 현대를 일본 기업으로 생각할 것이라는 막연한 얘기는 더 이상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확한 근거도 없는 얘기일 뿐만 아니라, 국가 관련한 자신감의 결여와 외국에 대한 컴플렉스의 표현일 따름이다. 다시 한 번 정리한다. 70% 이상의 미국인들은 삼성을 한국 기업으로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30%는 원산지 같은 것에 아무 관심 없는 친구들이다. 사실은 제대로 알고 있는 70%의 친구들의 대부분도 그다지 원산지 가지고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그런 친구들에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소리칠수록 오히려 우스워지기 십상이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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