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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안경과 브랜드의 정의(2)

색깔 안경과 브랜드의 정의(2)

 

(※ ‘브랜드의 정의’ 관련하여 지난번 ‘메딘쩨–‘와 연결된 내용이라 일련번호를 붙였습니다.)

 

      경쟁자와의 구별만을 강조하던 일차원적인 브랜드의 정의에서 ‘내부 구성원의 의지와 나아갈 방향, 사회적, 역사적 환경과 의미까지 담을 수 있는 그릇으로서’ 브랜드의 정의를 펼쳐 내야 한다고 ‘메딘쩨와 브랜드의 정의’라는 제목의 지난 칼럼에서 얘기를 했었다. 그 때 소개했던 1991년 미국마케팅협회인 AMA(American Marketing Association)에서 내렸던 브랜드의 정의를 폭넓게 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AMA에서는 구별을 하고자 만들었던 물리적인 속성들에 덧붙여 소비자들이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경험, 지식, 이미지 등을 한데 묶은 것이 브랜드라고 정의의 폭을 넓혔다. 아래 박스 안의 빨간 색으로 표기된 부분이, 그림에서는 기존의 왼쪽 세 개의 타원에 오른쪽 타원에 있는 내용들이 덧붙여졌다.

 

 

      소비자라는 새로운 시각을 첨가한 것은 큰 발걸음임에는 틀림없으나, 남아 있는 문제점은 브랜드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이 모두 정태적(靜態的), 수동적 결과물로서의 성격만을 띄고 있다는 것이다. 왼쪽 타원들 속의 브랜드 이름이나 나만의 특정 디자인이 어떤 의도에서 만들어졌는지, 어떤 의미를 담고자 하였는지와 같은 자신의 의지와 방향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 지적되었다. 소비자의 지식이나 경험과 그에 의해 형성된 이미지도 역시 브랜드의 주체로서 내가 어떤 방향으로 이끌려고 ‘했던가’, ‘하고 있는가’ 하는 부분이 빠져 있다.

 

      브랜드 관련하여 많은 용어들이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의 형태로 존재하는데, 그래도 모든 사람들이 뜻에 대해서 합치하는 두 개의 용어가 있다. 브랜드 아이덴터티(Brand Identity)와 브랜드 이미지(Brand Image)가 바로 그들이다. 브랜드 아이덴터티는 ‘기업관점에서 소비자에게 연상시키려 하는 기획된 이미지의 집합’, 브랜드 이미지는 ‘소비자의 브랜드에 대한 연상작용에 의해 형성된 브랜드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으로 보통 정의한다. 이에 따라 ‘브랜드’를 혹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한다는 것은 이 브랜드 아이덴터티와 브랜드 이미지가 겹치는 부분을 넓히는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곧 내가 어떻게 보이고 싶다고 생각하는 대로 소비자가 봐주는 것이 이상적인 형태이고 목표가 될 것이다.

 

      위의 그림에서 보여 주는 것과 같은 정의에서는 내 의지가 담긴 방향성이 결정적으로 부족하다.방향성이 없으면 내가 가지고 있는 수 많은 요소들 중에서 어떤 것들을 보여 주어야 할 지 결정을 할 수가 없다. 그 결정권이 소비자의 손에 쥐어지는 것이다. 이는 바로 내가 나의 브랜드를 결정하지 못하고, 소비자의 판단에 맡겨 버리는 꼴이 된다. 곧 브랜드 자체가 기업의 운명이라고 비유들을 잘 하는데, 그 운명의 주인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물론 소비자의 욕구나 필요 등을 파악하여 거기에 맞추어 나가는 것이 필수적이기는 하지만, 무조건 거기에 맞추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어떤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는다는 것과, 그 사람이 시키는 대로 무조건 한다는 것과는 별개의 얘기이다.

 

      지난 2003년 10월 지금은 열린우리당이 된 당시 통합신당이라고 불리던 정당의 안영근 국회의원이 대정부 질의에서 소위 히트를 쳤다. 당시 주로 검찰 출신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통합신당의 의원들의 사상적 경향에 대해 친북세력이 국회에 잠입했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하고 있던 중이었다.

 

20일 통일외교안보 분야 국회 대정부 질의가 이어진 본회의장에서 안영근 통합신당 의원이 색안경을 썼다. 붉은색 안경이었다. 대정부 질의를 위해 단상에 오른 그는 “이걸 쓰면 국민 모두가 간첩으로 보이고, 고문만하면 간첩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잘못된 신념에 빠진다”고 말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근거없는 폭로와 의혹에 대한 풍자였다. (2003. 10.21. 한겨레 신문 기사 중에서)

 

      안영근 의원은 상대 당의 의원들이 붉은 색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본다고 얘기했는데, 소비자, 여기서는 다수의 국민들은 아마 어렴풋이나마 그 사람들의 눈에 어떤 색 안경이 걸려 있다는 것까지만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색을 명확히 하지 못하면, 사람들이 마음대로 해석을 하게 된다. 그런 해석은 보통 부정적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그저 한 건 터뜨리려 한다’든지, ‘꼴통’ 식의 얘기가 나오게 된다. 자신이 쓰고 있는 안경의 색을 명확히 한다면, 누구에게는 ‘꼴통’의 이미지를 강하게 만들겠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자신과 맞는 ‘소신’있는 정치인으로서 코드를 맞출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코드를 맞춘, 브랜드 마케팅의 용어로 한다면 충성도를 가지게 되는 고객들은 내가 어떤 행동을 하든지, 붉은색이라는 안경에 맞추어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을 해주게 된다. 즉 내가 보여 주고 싶은 방향으로 해석하도록 유도하기가 좀 더 쉬워진다. 나중에 얘기를 하겠지만 브랜드를 하면서 가장 범하기 쉬운 잘못 중의 하나가 ‘모든 사람을 위한 브랜드’가 되려고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인의 경우 어쨌든 선거에서 더 많은 표를 얻어야만 성공하는 것 아니냐는 말로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하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결론적으로 자신이 공격 당할 전선만 넓히는 꼴이 된다. – 정치인의 브랜드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루도록 하겠다-

 

      안영근 의원이 딱 이런 의미로 얘기한 것은 아니었지만, 안경 렌즈의 색은 내가 세상에게 보여 주고 싶어하는 모습-브랜드 아이덴터티-의 방향성과 함께 세상이 나를 규정하는 모습-브랜드 이미지-이 서로 비추어지는 양방향 프리즘 렌즈의 역할을 한다. 이러한 나를 규정하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도록 유도하는 방향성 자체와 그를 설정하는 행위를 나는 브랜드의 두 번째 정의라고 얘기한다. 두 번째 정의부터 나 자신의 의지(意志)가 분명하게 개입된다는 것이 전통적인 정의와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이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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