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나 슈퍼마켓에 갈 때면 꼬박꼬박 장바구니를 들고 갑니다. 행여 모자랄까봐 서너개씩 챙기지요. 종이 한 장이 아까워 연필로 쓴 연습장 위에 볼펜으로 다시 썼던 세대여서 종이백 하나도 버리지 않고 모았다 필요할 때 사용합니다. 간혹 선물받은 물건의 포장지나 끈은 물론이요 식빵이나 과자봉지를 묶은 철사끈도 차곡차곡 쌓아뒀다 쓰구요.



둥근 설탕통을 반짇고리나 정리함으로 활용하던 기억이 새로운 만큼 빈 상자나 통을 버리려면 아깝고 혹시 쓸 데가 있을까 뒀다 아이들에게 "제발 버리라"는 얘기를 듣고서야 내갑니다. `정리형 인간`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잘 버려야 한다고들 야단이지만 모든 게 부족하던 시절 성장한 탓인지 어느 것 하나 쉽게 버려지지 않습니다.



무엇이든 `버리면 쓰레기요, 용처를 찾아 이용하면 자산`이라고 여기므로 재활용품 구분도 잘하려 애씁니다. 라면 두부같은 음식물 포장지부터 콩나물 봉지에 이르기까지 잘 살펴 삼각형 모양의 `분리 배출` 표시가 있으면 차곡차곡 모았다 재활용품 배출하는 날 내놓구요.



음식물 쓰레기 또한 최소화하려 노력합니다. 어렸을 때 밥그릇에 밥풀 하나도 남기지 말라고 교육받아서인가, 지금도 밥을 버리면 벌 받을 것만 같으니까요. 때문에 전기밥솥에서 24시간 이상 된 밥은 퍼서 냉장고에 넣었다 김치와 남은 반찬을 섞어 볶아 먹지요. 각종 재료를 넣고 물을 조금 부어 끓인 뒤(그래야 식용유가 덜든다) 찬밥을 넣고 볶은 다음 참기름을 치고 계란 프라이를 얹어 시원한 미역국이나 콩나물국을 곁들이는 건데 언제 먹어도 맛있습니다.



자원 절약과 환경 보호에 관한한 꼼꼼하면 꼼꼼했지 결코 무심하다곤 할 수 없는 편인데도 좀처럼 납득되지 않는 일이 있습니다. 백화점이나 대형할인점 슈퍼마켓 옷가게같은 유통업체의 `종이백 및 비닐봉투 유상 판매`가 그것이지요.



구입한 물건을 담는데 필요한 종이백은 1백원, 비닐봉지는 50원씩 판매하는 건데 종래 백화점 등 대형업소에서만 받던 걸 지난해 10월부터는 10평 이상으로 확대하고 올 1월부터는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그대로 시행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린다고 나서는 바람에 슈퍼나 대형마트는 물론 동네 속옷가게에서 팬티 하나 넣는 봉지까지 돈을 내라고 합니다.



게다가 `스타벅스`같은 곳에선 테이크아웃 커피의 컵 값은 물론 케익 두 조각 담는 종이봉지마저 50원씩 받지요. 어느 곳이든 이유는 "안받으면 벌금을 문다"는 겁니다. 피켓을 들고 뛰는 환경운동가가 아니라도 모든 윗세대는 아랫세대에게 깨끗한 자연, 좀더 나은 환경을 물려줘야 할 책임이 있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포장지를 덜쓰고 1회용품 사용을 억제하자는데 눈꼽만큼의 이의도 있을 수 없습니다.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고, 자판기 커피 종이컵의 경우 물이라도 한번 떠마시고 버리려 하는 것도 그런 마음에서지요.



종이백이나 비닐봉지를 유료화한 건 `돈을 받으면 아무래도 덜쓸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을 테지요. 제도 시행 전 환경부가 실시한 각종 조사에선 유료화하면 봉투나 쇼핑백 사용율이 61.6%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그러나 정작 제도를 시행한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종이백과 비닐봉지 모두 예상만큼 줄지 않는다고 하는군요. 장바구니 사용은 16% 정도에서 멈춰 있고, 환불 또한 전체 판매액의 15%를 넘지 않는다고도 하구요.



이유는 여러 가지일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환경의식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고, 1백원이나 50원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해서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스타벅스 조각케익처럼 장바구니나 가방에 넣을 수 없는 경우도 있고, 쇼핑이란 게 꼭 작정하고 하는 게 아니라 오가다 할 때도 있고, 작정하고 갔어도 선물용 구입 등 종이백을 사용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굳이 판매자가 부담하던 쇼핑백 값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건 무슨 이유인지 납득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되가져오면 환불해준다는 건데 선물로 주는 경우 쇼핑백만 돌려달라고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요.



지난 1월말 일본에 가서 보니 백화점과 일반가게 어디서도 봉투값을 받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선물할 것이라고 하자 5백엔짜리 초컬릿도 포장한 다음 예쁜 봉지에 넣어 꽃까지 달아주더군요.



봉투의 모양 크기에 상관없이 같은 돈을 받는 업소의 이야기는 한결같습니다. "그까짓것 받아봐야 얼마 되지도 않고 손님들에게 설명하느라 힘만 든다"는 거지요. 정말 그런가요.



지방자치제에선 종이백이나 비닐봉투를 그냥 주다 걸리면 벌금을 매기지만 그걸 팔아 생긴 수익금은 관리하지 않는답니다. 결국 유통업체에선 종래 자신들이 부담하던 제작비(일부라고 해도)를 소비자에게 전가시킨 셈이지요.



슈퍼마켓 등의 비닐봉투 값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체 제작하던 큰 곳은 종이백과 마찬가지로 제작비를 은근슬쩍 소비자에게 넘긴 것이고, 작은 곳의 검정 비닐봉투는 납품업자들이 물건을 납품할 때 끼워주는 것이라고 하는 만큼 공짜 봉투를 돈 받고 판다는 얘기가 됩니다.



물론 패스트푸드 업체의 경우 1회용 봉투나 컵 판매대금 전액을 소비자에게 환원하거나 환경보전 활동사업으로 사용한다고도 합니다. 소비자들이 찾아가지 않은 컵이나 봉투 대금으로 환경미화원 자녀 장학금을 지급했다는 얘기도 들리구요. 그러나 소비자에 대한 환원을 어떻게 한다는 건지 알 길 없고 장학금 지급 역시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습니다.



게다가 전체적으로 판매수익금을 환경을 위해 쓰는 건 대금의 5% 정도라는 보도가 있고보면 나머지는 대부분 판매자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는 얘기지요. 시민의 환경의식을 높인다는 명목 아래 소비자의 주머니를 털어 판매자를 돕는 꼴입니다.



봉투 유료판매제가 환경보호 의식 제고를 위한 것이라면 한시적으로 실시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종이백 사용을 줄이려면 크기를 다양화하고 손잡이를 튼튼하게 해 낭비를 막는 게 우선이구요. 종이백이건 비닐봉투건 물건을 사는 사람이 꼭 필요한 양만큼은 유통업소에서 부담해야 마땅하지 않을른지요.



과태료 때문에 꼭 받아야 한다면 물건값을 깎아주든지 마일리지로 적립해 일정액이 되면 예쁜 장바구니같은 상품으로 바꿔주는 방법도 있겠지요. 동네 업소의 비닐봉투도 유료판매하도록 해야겠다면 돈을 더 받더라도 종량제 봉투로 만드는 게 낫구요.



이도 저도 어렵다면 종이백과 비닐봉투 판매대금을 어디에 썼는지 명시해야 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50원이나 1백원 갖고 쩨쩨하게" 할지 모르지만 그건 그렇지 않은 건 아닌가요. `소비자는 왕`이라든가 `고객 만족`을 내세우기보다 소비자의 단돈 50원도 소중하게 여기는 자세가 훨씬 중요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만. ***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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