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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쓴 어느 묘비명과 제문(祭文)

스스로 쓴 어느 묘비명과 제문(祭文)

 

      어느 신문에 황우석 교수 관련하여 예전에 과기부장관, 그것도 최장기 장관을 지낸 최형섭 박사가 후세에 교훈으로 남긴 묘비명이 실렸다.

 

“학문에 거짓이 없어야 한다.”

“부귀영화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시간에 초연한 생활연구인이 되어야 한다”

“직위에 연연하지 말고 직책에 충실해야 한다”

“아는 것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반성해야 한다”

 

      굳이 학자가 아니더라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정직이 최선의 정책’ 혹은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와 같은 경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거짓은 언젠가는 들어나기 마련이다. 과대허위광고는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브랜드와 기업 전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기 마련이다. 유명 인사를 모델로 쓸 때 그들이 실제로 광고에 나선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옹호하지 않는 행위는 바로 우선은 해당 제품에 그리고 결국은 그 모델 자신의 브랜드에 해가 된다.

 

      스스로 쓴 묘비명과 비슷하게 자신이 직접 지은 죽은 자를 조상하는 제문(祭文)이 있는데, 예전부터 마음에 들어 했던 것이 하나 있다. 귀거래사(歸去來辭)로 유명한 중국의 시인 도연명은 관직생활의 비굴함을 견디지 못하고 과감히 낙향하여 농사지으면서 은거를 했다. 그래서 우리 나라에서는 유유자적(悠悠自適)의 속되게 얘기해서 널널하게 한 평생 지낸 사람으로 기억되는 듯 하나 본인이 자신의 삶을 회고하면서 지은 제문을 보면 꼭 그렇지는 않았다. 내 맘대로 해석했다.

 

“삶이 진실로 어려웠으나

전력을 기울여 부지런히 일했고

그래서 마음은 항상 한가로웠다.

내 분수를 알고 만족하니 천도를 즐길 수 있었고,

그렇게 평생을 살 수 있었도다

(人生實難, 勤靡餘勞, 心有常閑, 樂天委分, 以至百年)”

 

      열심히 일을 해야 마음이 한가로울 수 있고, 그래야 또 하늘의 도를 깨달을 수가 있고, 자신의 삶을 정말 반추하여 제대로 살았다는 평가를 스스로에게 남겨 줄 수 있다. 광고를 할 때도 시장을 비롯한 여러 상황들이 쉬운 경우는 절대 없다. 시장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내부에서 문제가 생기든지 하고, 광고하는 측에서 볼 때 광고비는 어느 경우에든 부족하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 자체가 나의 마음까지 흐리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해 볼 수 있는 것 중 최선의 선택을 하여 전력을 기울이면서, 마음 자체는 평온함을 유지하여야 한다. 그런 평온한 마음에서 할 수 없는 것과 있는 것이 구분이 되고, 제품이 브랜드가 오래도록 살아 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위의 얘기를 소재로 메일을 몇몇 친구에게 띄우자 한 친구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와 함께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천재 예술가로 평가받는 라파엘로의 묘비명에 관한 얘기를 답신으로 보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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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로가 서른일곱으로 일찍 죽자 그를 아끼던 한 추기경이 썼다는 묘비명.

 

    여기는

    생전에 어머니 자연이

    그에게 정복될까

    두려워 떨게 만든

    라파엘로의 무덤이다

    이제 그가 죽었으니

    그와 함께 자연 또한

    죽을까 두려워 하노라

 

자연이 결코 정복당하거나 죽을 수도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추기경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니,

천재에 대한 찬사로 이보다 더 훌륭한 표현은 없었을 듯.

 

스스로 천재라 여기고 마치 자연을 정복할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에겐

마음이 한가할 날이 없겠지요?  …황모 교수 얘긴가? 다른 사람 얘긴가? 누구?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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