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more 'Intel inside'

 

      이번 신년이 낀 주말에 놀라운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인텔(Intel)이 그 유명한 'Intel Inside'라는 표지와 카피-항상 꼬리표처럼 붙는다는 의미에서 '태그 라인(Tag line)'이란 용어를 쓰는데, 앞으로는 '태그라인'이라고 부르겠다-를 더 이상 쓰지 않을 것이며, 현재의 로고도 바꾼다는 얘기였다. 공식적으로는 미국 시간으로 1월 3일에 발표될 예정이라는데, 이미 새로운 로고의 모양에 대한 기사가 나오고 있고, "Leap ahead"란 새로운 태그라인도 알려졌다.

 

      알다시피 1991년 'Intel Inside'라는 태그라인과 함께 인텔은 마케팅의 신기원을 이룩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단순한 부품이라고만 했던, 완제품 속의 보이지 않는 칩(Chip)의 중요성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면서, 최초 '인텔 칩이 들어간 컴퓨터'와 '인텔 칩이 들어가지 않은 컴퓨터'로 컴퓨터 시장을 양분하고, 이어 '인텔 칩이 들어 간 컴퓨터'를 업계의 표준으로 만들어 버리는 마술을 부렸다. 예전부터 존재하던 것이었는데, 그것을 말 그대로 브랜드를 붙이고, 곧 브랜딩 작업을 하여, 다른 것들과 대비를 시키고,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낸 것이다. 곧 브랜드를 가지고 새로운 카테고리를 여는 우리가 부품 브랜딩 혹은 소재 브랜딩이라고 하는 새로운 브랜드의 영역을 개척했다.

 

      '인텔 인사이드'가 세상에 모습을 나타낸 이후, 인텔은 펜티움(Pentium), 센트리노(Centrino)와 같은 속도나 특성에 따라 새로운 서브브랜드(Sub-brand)를 연이어 내놓았다. 서브브랜드로 소비자를 묶어 놓는 것 역시 인텔의 뛰어난 브랜드전략의 개가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그 브랜드전략의 성공도 80% 이상은 바로 '인텔 인사이드'라는 튼튼하게 땅 깊숙이 뿌리를 내린 나무에서 때에 맞추어 꽃을 피워 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일단 '인텔 인사이드'라는 표시를 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결정에 대해 안심을 하고, 서브브랜드를 통하여서는 더욱 고급 제품을 산다는 부가적인 혜택의 느낌을 받는다. 물론 인텔도 이런 측면을 의식해서인지, '인텔 인사이드'를 완전히 없애 버리는 것은 아니고, 컴퓨터 업체가 프로모션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Intel Pentium M inside' 식의 표기를 허용하겠다고 한다. 그런 표기는 '인텔 인사이드'나 '펜티움'이란 서브브랜드 모두의 힘을 갉아 먹게 되기 쉽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기업 브랜드 인텔에 줄 맞추어 선 소비자들에게, 인텔이 완전한 해답이 되지 못하며, 인텔이란 브랜드가 붙어도 다시 봐야 한다고 강조를 하는 꼴이다. 예를 들면, 예전 같으면 '인텔 인사이드' 제품을 사기로 이미 결정을 하고, 셀러론(Celeron)이 든 것을 인텔의 테두리 안에서 고르는데, 이제는 기업 브랜드의 프리미움 없이 셀러론의 가격을 포함한 특성을 기타 경쟁사 제품과 비교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인텔의 결정은 아무래도 이제까지 쌓아 온 프리미움을 포기하는 것으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경쟁자들에게는 그들을 옥죄고 있던 인텔의 압제의 사슬이 풀리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왜 인텔이 이런 조치를 취하는 것일까? 인텔은 자신들의 비지니스 전략이 '칩' 위주에서 소비자 제품, 전체 컴퓨터 플랫폼으로 나가는 데 따른 자연스러운 행보라고 주장한다. 사실 인텔 내에서는 이런 시도가 예전에도 있었다. 2000년부터 인텔은 똑같이 그런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했고, 소비자 제품으로 디지털 카메라나 소형 디지털 오디오기기를 인텔이란 브랜드로 냈으며, 엄청난 광고 마케팅 예산으로 지원했었다. 결과는 당연히 참담한 실패였다. 누가 지금 인텔의 디지털 카메라를 기억한단 말인가? 인텔은 칩, 즉 반도체, 거기서도 비메모리 분야에 꽉 묶여 있다.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면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 대가로 지금은 '과거의 성공의 덫'에 걸려 있다.

 

      'Leap ahead', 굳이 번역하자면 '앞서 나가라' 정도가 될 태그라인도 함께 어울릴 광고물이나 마케팅 활동 없이 판단하기는 약간 힘들지만, '인텔 인사이드'의 소비자와 컴퓨터 제조업자들을 꽉 묶어 두는 힘과 비교하면, 너무 평범하게 여느 기업들의 그것과 별 다를 바 없이 들린다. 예전에 GE가 'We bring good things to life'라는 20년 이상 유지했던 유명한 태그라인을 'Imagination at work'-우리 말로 '상상을 현실로'라고 번역을 하여 쓰고 있는데, 근래 보기 드물게 잘 된 번역이다-로 바꿀 때 안타까움을 표시한 적이 있는데, 기업 차원에서 GE는 새로운 태그라인의 벙벙함을, '환경'이라는 한 요소에 접목시킨 'Ecomagination'이란 태그라인을 띄움으로써 극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부분을 부각시키든지, 본인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소재, 즉 이슈를 가지고 나오든지,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환경'이라는 요소는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GE라는 배경을 등에 업은 물량 공세와 다양한 사업들을 '환경'이란 한 요소에만 맞추어 표현함으로써 진부함을 극복하고, 기업 전체의 이미지를 바꾸는데 성공한 것이다.
 

      인텔이란 브랜드는 흡사 2차 대전 후기에 프랑스가 난공불락이라고 자랑했던 마지노선을 연상시킨다. 자신이 전선을 그었고, 그에 대한 어떤 정면공격도 뚫고 들어 올 수 없다. 그러나 측면 우회나 후방으로부터의 기습에는 취약하다. 이의 보완을 위하여 강력한 전면까지 뜯어 고칠 필요가 있을까? 그러는 한편으로 전면의 시스템을 그대로 측면, 후면에까지 갖다 붙일 필요가 있을까? 그럼 인텔의 해법은 무엇일까? 잘하고 있는 부분은 그대로 놓아두고, 잘못된 부분에서 인텔에 대한 미련을 버리면 된다. 이 정도면 충분한 힌트가 되지 않았을까?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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