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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불평에서 배우는 소비자 설득 포인트

어린이들의 불평에서 배우는 소비자 설득 포인트

 

      초등학생 이하의 자녀를 둔 부모를 주요 고객으로 하는 미국의 잡지인 “Parents”에서, 미국의 부모들을 대상으로 어린 자녀들이 가장 흔히 투덜거리며 하는 불평에 대한 조사를 했다. 그 결과가 우리 가족이 미국에 체류하던 시절, 나의 아이들이 볼멘 소리로 하던 것들 그대로였다. 물론 한국의 아이들이 하는 소리와도 어느 정도 일치하고 있고, 나아가서 보면 그렇게 대 놓고 얘기하지를 못해서 그렇지 어른들의, 이런 마케팅과 관련하여서 보면 소비자들의 불평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우선 부모들이 뽑은 미국 어린이들의 대표적인 칭얼거리는 소리를 차례로 들어 보자.

 

1. I don’t want to (37%)

 

      우리 애들이 ‘싫어’, ‘안 해’하는 것과 같은 표현이다. 큰 애가 구두로 자기 표현을 막 시작하던 무렵인 초보 아빠 시절에, 부정적이거나 거부 의사를 밝히는 것이 애가 얘기하는 것의 대부분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걱정을 한 적이 있다. 둘째도 키우고 다른 집 애들 얘기를 들으며 비교를 하여 보니, 애들의 대다수가 가장 먼저 익히고 써먹는 표현이 바로 무엇인가에 대한 거부 의사였다. 의사 표현 능력과 어휘가 달려서이기도 하겠지만, ‘싫다’고 하고는 ‘왜’ 싫은지에 대한 이유는 거의 말하지 않는다. 예전 미국 시절에 큰 애와 실랑이를 하며 ‘왜 하지 않겠다, 하기 싫다는 건데?’하는 나의 물음에 상투적으로 돌아오는 대답은, ‘그냥 하기 싫어요(I don’t just want to)’라는 진일보 한 것이 한 단계 더 올라 간 것이지가 애매모호하지만 딴에는 더욱 단호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조사를 통하여 왜 우리 제품이나 특정 브랜드를 싫어하는지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을 하지만, 소비자들이 그렇게 논리적이거나 설득력 있는 이유를 대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냥 왠지 손이 가지 않고 싫은 것이다. 애들 마음을 헤아려서 달래려 노력하듯이, 소비자가 싫어하는 심리의 기저에 무엇이 깔려 있는가를 추론하여 그에 대한 대책을 수립할 수 밖에 없다.

 

2. It’s not fair (35%)

 

      한 때 우리 나라에서 유행어처럼 쓰였던 ‘왜 나만 가지고 그래’하는 식의 말이다. 장남으로서의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우리 큰 애가 역시 많이 썼던 말이다. 억울함과 애절함을 섞어서 나중에는 워낙 자주 쓰다 보니 익숙해졌지만, 초기에는 부모의 가슴을 아리게 했던 말이다. 큰 애가 쓰다 보니까, 작은 애도 덩달아 배워서 쓰곤 했다. 이 말은 ‘평등의식’, ‘똑 같이 대접을 해 달라’는 데서 출발을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데는 인간 공통의 본능적인 질투가 자리를 잡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항상 남의 떡이 커 보이고, 미국식으로 얘기하면 옆 집의 잔디가 훨씬 푸르러 보이기 마련이다.

 

      중학교에 다닐 때 ‘상업’이란 교과목이 있었다. 회사의 이모저모에 대해 배우는 시간에 선생님께서 급여는 공평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신 것을 기억한다. 당시의 ‘공평’이란 연공에 따라 같은 급여를 받는다는 의미였다. 그것이 능력과 공헌에 따라 서로 차이가 나는 급여를 받고, ‘공평’함이란 능력과 공헌을 따지는 잣대에 적용되는 것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소비자들도 자신의 노력 혹은 능력 여하에 따라서 구입 가격이나 조건이 달라지는 것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양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최종적인 결과보다는 거기에 이르는 과정을 소비자들에게 투명하게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3. Why can’t I have that?

 

      특정 물건에 대한 강력한 소유 욕망을 보이는 말이다. ‘왜’라는 이유를 대라고는 하지만, 사실 그 이유에는 관심도 없고, 그렇기에 설득을 할 수 있는 여지도 거의 없다. 상점 앞에서라면 주저 앉아 거의 떼를 쓰는 단계로 넘어가면서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 이 말의 진정한 의미는 ‘(아빠나 엄마가) 뭐라 해도 나는 저것을 가져야 돼’이다.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 우리의 소비자들도 이러한 경향을 가지고 있지만, 어느 정도의 이성적인 능력을 갖춘 그들이기에 긍정적이지만 강한 어투로, 왜 우리의 제품을 구입하여 갖추고 있어야 하는 확실한 이유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한동안 이런 이유가 직설적으로 흡사 주입식 교육을 시키듯이 기능적인 특성을 들어서 제시되던 시절이 있었지만, 근래는 여백을 남기며 감성적인 요소를 들어서 얘기하는 경우에 설득력을 발휘하고 있다. ‘물보다 흡수가 빨라야 한다, 달지 않아야 한다’ 등의 이성적인 근거들을 제시하던 음료 광고와 ‘대한민국 1%’를 주장하던 자동차 광고가 두 가지 방향의 대표적인 예 중의 하나로 들 수 있다.

 

4. I’m not a baby (3%)

 

      존재론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불만을 얘기하는 대목이다. 어린이들의 큰 불만 중의 하나가, 어떤 때는 ‘어린 애가 무슨…안돼’하면서 또 다른 때는 ‘이제 너도 알만큼 나이가 들었는데’하면서 기준 없이 편의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둘 중에서도 더욱 기분 나쁜 것은 당연히 전자이다. 애들을 키우는 사람으로서 나도 똑같은 말을 애들에게 던져 놓고는, 뒤돌아 생각을 하면 나도 그 나이 때 비슷한 얘기를 듣고 버릇 없게도 혀를 찼던 경험이 있었음을 깨닫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단지 어린이에게 만이 아니라,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후배들에게, 그네들은 아무 것도 모르는 냥 훈계 비슷하게 얘기를 해 놓고는, 잠시 후 똑같은 형태의 후회를 하곤 한다.

 

      이와 관련하여 소비자와 소통하며 범하는 실수는 두 가지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무지랭이 취급을 하거나 반대로 너무 잘 안다고 과대평가를 하는 경우이다. 무엇 무엇을 ‘알고 계셨습니까?’식의 무지를 일깨워 주면서, 모두가 아는 내용을 가르쳐 주러 사명감에 불타는 것이 전자의 사례이고, 후자는 요즘은 많이 나아졌지만 난해하기 그지 없던 예전의 전자제품 설명서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광고는 소비자보다 반 발짝 앞서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한 발짝이 아닌 반 발짝이다. 학습지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눈높이’의 경우 이런 자세가 상품명에 그대로 반영된 좋은 사례이다. 소비자인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준다는 것은 아이들보다 눈의 위치를 높게 가져간 다음, 살며시 낮추어 주는 데서 가능하다. 소비자의 존재를 확실히 파악하여, 그 눈높이에 맞추어 제품을 구입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공평한 기준에 의하여 그것들을 평가할 수 있게 해주며, 마지막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제거해주는 것이 바로 광고를 포함한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의 요체이고, 이번 미국의 어린이와 같은 불평이 소비자에게 나올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너무나도 당연한 길이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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