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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레놀 성공의 비밀

타이레놀 성공의 비밀

 

      이번 달로 진통제로 유명한 타이레놀(Tylenol)이 세상에 나온 지 50년이 되었단다. 1955년 맥네일(McNeil Consumer & Specialty Pharmaceuticals)라는 회사에서 어린이용 시럽으로 개발이 되어, 1959년 죤슨앤죤슨(Johnson & Johnson)사에 맥네일이 합병되어 죤슨앤죤슨의 대표적인 제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미국 가구의 70% 이상이 가정 상비약으로 타이레놀을 보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있을 정도로 이제는 처음 타이레놀이 세상에 나올 때의 강력했던 경쟁자인 아스피린과 같은 위치를 진통제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타이레놀도 1982년에 PR 사례로 너무나 유명하고, 자주 인용되는 소위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이라는 절대절명의 위기를 겪었다. 누군가가 매장 안의 타이레놀에 독극물을 주입한 소위 불특정다수를 겨냥한 살인기도사건이 바로 그것이었다. 몇 억$의 즉각적인 손해를 무릅쓰고 미국 시장에 나와 있던 모든 타이레놀을 리콜 조치하여,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처럼 타이레놀의 신뢰를 더욱 고양시킨 사례로, 기업의 윤리성을 거론하거나 기업의 위기관리시스템을 얘기하는 거의 모든 책과 강연에서 인용을 한다. 그렇지만 비슷한 맥락이기는 하지만, 약간은 다른 각도에서 이 사건과 결부하여 타이레놀이라는 제품의 기본적인 특성과 모기업인 죤슨앤죤슨의 기업브랜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위에서도 얘기했듯이 타이레놀이 처음 개발되고, 죤슨앤죤슨의 제품 포트폴리오의 하나로 들어 갔던 시절에 진통제는 아스피린이 마치 복사기의 제록스나 스테이풀러의 호치키스처럼 브랜드명이 제품명처럼 굳건한 철옹성과 같은 지위를 점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그런 아스피린에도 두드러지지는 않았지만 약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소수이기는 하지만 위장장애와 같은 부작용이 소수의 사람에게 나타나는 것이었다. 어린이용 시럽으로 개발이 되었으니, 당연히 타이레놀은 그런 부작용을 일으킬 여지가 없었다. 그 기본 성분 구조를 유지하면서 어른들을 대상으로 한 제품을 개발하면서, 죤슨앤죤슨은 부작용이 없는 진통제로 타이레놀을 규정하면서 아스피린의 아픈 구석을 파고 든 것이다. 그런데 ‘부작용이 없다’는 이면에 소비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약효는 아스피린에 비하여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극소수에게만 일어나는 아스피린의 부작용이 과연 수십년간 고착되어 왔던 시장 질서를 뒤집어 엎을 정도로 힘이 있는 컨셉트이었을까? 다른 경쟁 제품들은 아스피린의 부작용을 물고 늘어지지 않았던가? 여기에서 죤슨앤죤슨이란 기업의 브랜드가 힘을 발휘한다.

 

      죤슨앤죤슨이란 기업을 얘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을 얘기하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베이비 로션, 베이비 파우더, 베이비 샴푸 등의 생활용품들을 얘기한다. 그로부터 죤슨앤죤슨이라는 기업의 이미지로 그런 부드러움과 어머니의 사랑 같은 느낌을 이야기한다. 사실 죤슨앤죤슨에서 전달하고자, 수립하고자 하는 기업의 이미지도 그런 우리말로 하면 ‘모성애’와 같은 것이다. 그런데 죤슨앤죤슨이란 기업에서 바로 위에 예로 든 것과 같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연상하는 생활용품들이 매출과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크게 보아 주어도 20%가 넘지 못한다. 그런 부분적인 이미지로 전체를 포장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브랜드의 묘미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언뜻 보기에 바로 연결이 되지 않는 분야까지 ‘모성애’와 같은 기업 브랜드의 핵심요소를 함께 이해하고, 간직하고, 자신들의 모든 행동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진통제라고 하면 사실 얼마나 빨리 효과적으로 진통을 제거하는 부분에만 신경을 쓴다. 흡사 TV광고를 하면서 화질 얘기만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전에 LCD TV의 글로벌 광고를 준비하면서 우리 스태프들에게 욕심을 버리라고 얘기를 한 적이 있다. LCD TV의 좋은 점을 모조리 얘기하려 하는데, 사실 제품 자체도 그렇고 소비자들도 각 브랜드들의 차이점을 확실히 느끼지를 못한다. 그래서 똑 같은 LCD TV를 가지고, 기업들이 얘기하는 것을 따라서 화질을 중시하는 사람, 오락 기능을 우선으로 치는 사람, 디자인이 최우선이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제각기 브랜드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광고를 하면서 ‘한 가지만 (확실하게)얘기해라’라는 말을 많이 한다. 짧은 시간, 순간적인 시선을 끄는데 여러 가지 얘기하면 혼란만 주고, 눈길을 잡아 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제품의 여러 특성 중 한 가지만을 얘기한다는 것은 바로 사람들을 특성에 따라서 나누고(Segmentation), 나누어진 집단 중에서 한 두 개의 집중하여 공략할 대상을 정하고(Targeting), 그 집단에게 나의 어떤 부분을 이야기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Positioning), 바로 마케팅의 가장 기본적인 세 가지 요소인데, 유감스럽게도 그런 핵심이 잊혀지는 경우를 너무 많이 당한다. 특히 그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진통제는 당연히 진통을 빨리 없애 주는 것이 좋지만, 그 얘기는 모두가 하는 것이고, 타이레놀은 부작용이란 일부분을 잡았는데, 죤슨앤죤슨의 ‘모성애’란 기업브랜드의 힘을 입어,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 ‘나를 더 잘 케어(Care)해 줄 것 같다’, ‘보다 윤리적일 것 같다’는 식으로 발전, 강화된 것이다.

 

      얼마 전에 ‘처세술’, ‘성격개조’와 같은 주제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는데, 강사가 기업에도 나름대로의 성격이 있다면서, 삼성, LG, 현대의 차이를 각 그룹 내의 화재보험 회사 광고를 예로 드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삼성화재는 ‘왜 삼성화재이죠?’하는 것을 계속 되물으면서 거기에 대한 합리적인 답을 주고, LG화재는 가입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가입자와 보험회사와의 관계를 중시하고, 현대화재의 경우는 ‘가입자는 신경 쓸 필요없이 우리가 다 알아서 해준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기업의 기업 브랜드의 특성이 제대로 반영된 것이기에 이런 광고들은 재미 여부를 떠나서 잘 된 광고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광고에서 전하는 메시지처럼 정말 그것들을 뒷받침하는 제품들이 나와야 한다. LG화재의 경우는 가입자와의 관계를 강화시키는 설계사들의 노력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나와야 하고, 현대화재는 가입자의 사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맡아서 처리해주는 시스템이 지원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광고안을 선택하는데, 그런 기업의 특성은 무시되고, 어쨌든 재미있고 튀는 광고만을 만들려 하는 경우가 많고, 설사 광고가 제대로 된다 하더라도 제품이나 프로그램은 따로 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광고 부서와 마케팅, 상품 개발 부서가 각개약진을 하는 것이다.

 

      타이레놀의 경우 제품 개발에서부터, 타이레놀사건에서의 위기관리와 PR, 그리고 지속적인 광고 활동까지 확고하게 설정되어 전직원들에게 공유되는 기업 브랜드가 얼마나 위력을 발휘하는지 확실하게 보여 준다. 타이레놀 50주년을 맞이하며, 그 성공의 비밀이 어디에 있는지, 다른 진통제와 그런 진통제를 생산하는 기업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기업 브랜드 차원에서 되새길 필요가 있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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