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소니 워크맨과 박정희

소니의 ‘워크맨’ 브랜드와 ‘박정희’ 브랜드

 

      외국에 주재하고 있는 친구 하나가 최근 그 나라에서,

‘소니가 mp3와 mp3 핸드폰에 워크맨(Walkman) 브랜드를 붙여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갖는 의문은 워크맨은 히트한 브랜드이지만 30대 후반이후 소비자에게 친숙한 오래된 브랜드라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브랜드에 생소한 젊은층(10-20대)이 주소비자인 mp3와 mp3핸드폰에 워크맨 브랜드를 붙인 이유와 의도가 무엇일까? 라는 점에서 출발하여 소니의 의도와 전략배경 그리고 그들의 향후 전략 예측 등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 친구에게 소니에게 워크맨은 한나라당이나 특히 그 당의 박근혜 대표에게 박정희 전(前) 대통령과 같은 존재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어떤 의미인지 우선 소니 쪽으로부터 얘기를 풀어 가보자. 워크맨은 소니라는 기업 브랜드가 상징하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까지 바꾸는 기술 혁신(Innovation)과 음악으로 대표되는 오락을 즐기는 행위(Entertainment)를 완벽하게 결합시킨 제품이었다. 1970년대 이후 이러한 넓은 영역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 일으킨 제품은 워크맨을 비롯하여, 애플(Apple)의 개인용 컴퓨터 PC, 모토롤라(Motorola)의 휴대용 전화기 등 손에 꼽을 정도이지만, 그런 혁신을 기업의 브랜드로 독점적으로 흡수한 경우는 어느 기업도 소니에 필적하지 못한다.

 

      그런데 워낙 크게 성공을 하고 휴대용 오디오기기가 워크맨이라는 이름으로 범용화되어 쓰이다 보니, 원래의 의미가 퇴색되어 버렸다. 워크맨이란 제품의 브랜드가 소니의 통제를 벗어나서 너무 커버린 면이 있고, 한편으로는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열면서 오히려 소니에게 부담스럽게 작용을 하기도 했다. 소니의 새로운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치를 너무 크게 만들어 버렸다. 결과적으로는 소니에서 제대로 브랜드 관리를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소니라는 브랜드가 그 매력을 잃어버리기 시작하는 조짐이 나오던 2002년에 워크맨을 불러내서 다시 젊은 이미지로 활성화시키자는 전략이 수립되었고, 그 때 새로운 로고 디자인이 도입되었다. 그리고 워크맨이란 브랜드가 아우르는 제품군들의 카테고리에 대한 정의가 새로이 내려졌는데, 당시 이미 MP3 플레이어까지 포함이 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MP3에 워크맨이란 브랜드를 붙인 것이 급작스럽게 결정된 것은 아니었다는 이야기이다. 단지 소니가 MP3 플레이어에 그 동안 주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의 결정이 갑작스런 것처럼 비추어 진 것 같다.

 

      소니에게 워크맨은 화려했던 과거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며 회사 안에서는 임직원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수행하고, 외부 고객들에게는 과거의 업적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키면서 ‘그래도 소니’라는 정서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런 점에서 나는 현재의 한나라당에서 ‘박정희’라는 브랜드가 하고 있는 역할과 소니에서의 워크맨이 상당히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차이가 있다면, ‘박정희’ 브랜드의 경우 우리 사회의 정치지형과 사고의 틀이 박정희 시대로부터 기본적으로 바뀌지 않았고, 그를 후원하는 목소리가 경쟁자 대비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기에 지속적으로 대단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반면, 소니의 워크맨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급속한 기술 변화와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기존의 경쟁자뿐만이 아니라 계속 더욱 강력한 새로운 경쟁자들이 참여하여 벅찬 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워크맨을 소니가 처음 시장에 내놓을 때, 아니 10년전만 하더라도 IBM이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소니의 경쟁자가 아니었다.

 

      그럼 워크맨을 부활시켜 선봉으로 내세우는 소니의 전략이 성공할 것인가? 나는 별로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 워크맨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은 그 자신의 성공의 덫에 걸렸을 뿐만 아니라, 즉 테이프 오디오 플레이어라는 흘러간 기기와 워낙 꽉 붙어 있어서가 첫번째 이유이고, 두번째로는 첫번째와 연결하여 앞서 내게, 질문을 한 친구도 지적했듯이, 현재 목표고객으로 삼고 있는 층들이 그 브랜드를 흘러간 타령으로 생각할 확률이 높다. 세번째도 역시 첫번째와 연결이 되는데 획기적으로 우리의 생활을 변화시킬만한 기대를 워크맨에 하게 되는데, 소니의 새로운 MP3 플레이어는 동종 제품에서는 뛰어날 지 모르겠지만, 최초의 워크맨이 세워 놓은 사회 전체를 뒤흔들만한 생활의 변화를 가져 온다는 기준에는 절대로 미달한다. 그렇게 미달하면 워크맨의 노후한, 흘러간 브랜드라는 이미지만이 더욱 부각이 되게 된다.

 

      내가 소니의 입장이라면 MP3플레이어에는 차라리 소니가 노트북 컴퓨터를 내면서 바이오(VAIO)를, 닌텐도와 세가가 아성을 구축하고 있던 오락기 부분에 진출하며 플레이스테이션(Play Station)이란 새로운 브랜드를 도입한 것처럼 아예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붙이겠다. 당장이야 MP3 플레이어에만 새로운 브랜드가 적용이 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바일 컨텐트까지 포용하는 확대지향적인 브랜드 영역을 구축함으로써, 결국은 그것이 소니 자체의 기업 브랜드의 영역을 넓히고, 새로움을 부각시키도록 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이 된다. 바로 흘러간 옛 노래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것도 좋지만, 제품의 특성을 넘어선 뚜렷한 비전과 그것을 달성하고자 하는 의지를 새로운 브랜드로 확실하게 보여 주고, 그 비전의 구현체로서 제품이 어우러지면서, 그것들이 결과적으로 소니라는 기업브랜드로 귀결되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얘기하기는 그렇지만, ‘박정희’라는 브랜드와 그것을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다는 곳도 이런 방향이 옳은 흐름이 아닐까 싶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