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Well-being)-우물 속의 존재

 

      작년 중반에 우리 팀에서 트렌드 리포트로 '웰빙(Well-being)'에 관해서 다룬 적이 있다. '웰빙'이 넘쳐 나는 시기였다. 당시 우리는 세대별로 웰빙에 대한 생각과 구현 방법의 차이를 찾아내면서, 웰빙의 미래에 대한 예측을 하였다. 대략 단어, 유행어로서의 웰빙의 생명은 짧지만, 그것이 담고 있는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행태는 지속될 것이며, 물질적 웰빙에서 정신적인 웰빙을 찾는 쪽으로 진행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1년이 지나 우리가 했던 예측들을 돌아보며, 'Well'과 'Being'을 한 번 분리하여 생각을 해 보았다.

 

      영어에서 웰(well)이 형용사로 쓰이면 '좋다(good)'보다도 몇 단계는 낮게 그저 봐 줄만하다 혹은 약간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판단을 유보하고 싶은 상태의 '(그럴 듯하지만) 글쎄' 정도의 의미로 들리지만, 명사로 쓰이면 수도가 생기기 전 마을의 사람들에게 생명수를 전해 주는 우물, 그에서 파생된 의미로 현대 산업과 생활의 생명수라고 할 수 있는 유정(油井)을 연상할 수도 있다. 또 한자 형태에서 딴 고대 중국의 이상적인 토지제도라고 할 수 있는 '정전법(井田法)'과 같이 공평하게 땅을 나누고, 공동경작을 통하여 마을의 재산을 공유하는 원시 공산주의의 이상적 형태와 같은 긍정적인 의미도 가진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런 긍정적인 의미 속에 우리가 그 형태를 연상컨대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속담에서 쓰이듯이 좁디 좁은, 인간을 가두어 버리는, 그리고 더욱 더 처참하게 들어가면 한국전 시기를 기록한 사진에서 수도 없이 보았듯이 주검들이 얼키설키 엮어 매몰되는 그런 한정된 빠져 나올 수 없는 숨막히는 공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게 다중적인 이미지를 우물이 갖듯이 '우물' 그리고 그 속에 혹은 그와 연관되어 인간의 존재(Being)를 규정할 때 가질 수 있는, 혹은 파생되는 의미는 상반되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런 의미를 규정하고, 만들어 나가는 것이 바로 세계라는 우물 속에서 생활하는 우리 자신들일 것이다. 어떤 사람들에게 우물은 대부분의 하늘을 가려 버리고 빠져 나갈 수 없는 자신을 얽어매는 축축한 공간으로 작용하는 방면,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넓디 넓은 세상에서 자신이 맘껏 관찰할 수 있는 세상을 마르지 않는 생명수와 함께 제공하는 축복받은 공간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우리에게 있어서의 웰빙은 우리에게 자신의 존재를 한정된 공간에서 어떻게 규정할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무대와도 같다. 답답하거나 그 옥죄임에 스트레스를 받고 미쳐 버릴 수도 있고, 비록 좁디 좁은 나의 세계이지만 거기에서 나만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고,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울 수도 있다. 우물 안의 개구리가 좁디 좁은 우물머리를 통해서 보이는 그 하늘만을 보는 좁은 시야로만 인식할 수도 있지만, 스냅샷이 아닌 롱테이크로 개구리의 시각을 가져간다면 하늘의 온갖 조화를 바라 보고 그 원리를 깨칠 수 있는 하늘을 향해 열린 창의 역할을 우물은 하게 된다.

 

      결국 꺼풀꺼풀 벗겨서 깊이 들어가면 웰빙이란 것도 드넓은 우주의 존재감조차 찾을 수 없는 지구에서, 그것도 200개가 넘는 나라의 하나의 한 지방, 어느 가정의 구성원이란 우물 속에서 나의 존재를 찾는 데서 그 의미를 새길 수 있다. 그 속에서 우물이 좁다고 한탄할 것인가, 우물을 부수어 버리기 위해서 노력할 것인가, 아니면 그 우물 속에서 바깥의 더 넓은 세상과 우주를 느끼며 나 자신을 찾을 것인가가 바로 '우물 속에 갇힌 존재' 자체를 규정한다. 글로벌 빌리지(Global village)라는 말에서 느낄 수 있듯이, 넓어지는 듯 좁아지기만 하는 이 세상에서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에 따라 정반대의 길을 걸을 수 있다.  
 

      의미도 모호하게 그저 잘 먹고, 잘 입고 운동하는 그런 수준에서 벗어나, 우리의 세계를, 우리의 우물을 어떻게 규정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로부터 우리가 깃들어 사는 시공간을 나름대로 정의 내리며, 존재론적 시각에서 웰빙을 규정할 필요가 있겠다.

 

      자, 여러분의 우물은 어떤 모양인가? 여러분은 우물을 하늘을 읽는 창으로 활용하는가 혹은 당신을 속박하는 감옥으로 생각하는가? 당신은 우물 속에서 어떤 존재인가? 그 존재의 근본을 규정하면서 한편으로 만들어 가는 작업, 그것이 바로 웰빙이다. 그 면에서 웰빙 추구의 트렌드는 지속될 것이고 지속되어야 한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