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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과 제품의 계절성

명절과 제품의 계절성

 

      요즘 식품 관련 브랜드들을 함께 있는 친구들과 종합적으로 점검할 기회가 있었다. 업종마다 계절에 따라서 매출이 오르락내리락하기는 하지만, 식품에서는 그런 경향이 특히 심하다. 사실 계절에 따라 열리고, 그에 따라 만들어지는 음식을 먹는 것이 자연스러운 인간의 삶이고, 식품을 즐기는 방법이겠지만, 이제는 그런 자연적인 계절보다는 명절, 국경일 등의 인위적인 계절을 많이 타게 된다. 이런 자연적이건 인위적이건 판매와 소비에서 시기를 타는 것을 계절성(Seasonality)라고 부른다.

 

      이번 추석에 여러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선물 세트를 사러 할인점이나 슈퍼마켓에 가신 분은 바로 식품 분야에서 명절 대목을 톡톡히 보는 제품들을 알아 차리셨을 것이다. 고급 햄, 그 중에서도 업계 공식 용어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가 ‘고급 캔 햄’이라고 부르는 스팸(Spam)류의 캔에 든 고급 햄들과 작년부터 어찌 된 영문인지 고급 식용유이자 건강에도 좋은 식용유로 자리를 잡은 올리브유가 단독으로 혹은 둘이 어우러져 추석 선물 세트 시장을 장악하였다. 실제로 ‘고급 캔 햄’과 식용유는 추석과 설이란 우리 민족 2대 명절에 팔리는 물량이 일년 전체 매출액의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당연히 광고도 명절에 맞추어 반짝하는 식으로 집행을 한다.

 

      그런데 올해 추석 경기, 특히 선물 세트의 판매는 확실한 집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예년에 비하여 상당히 저조한 것 같다. 거의 스태그플레이션에 들어선 듯 오래도록 지속되고 있는 경기 불황과, 예전에 비하여 짧은 연휴기간으로 추석다운 분위기를 내기가 힘들었던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이 된다. 추석다운 분위기라는 말이 나온 김에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TV 홈쇼핑이나 온라인 쇼핑몰이 활성화되면서 예전에 우리가 명절 대목의 분위기를 느꼈던, 그리고 TV카메라나 신문의 사진기자들이 의례 카메라를 들고 나가 앵글을 맞추었던 재래시장과 이제는 할인점까지 직접 찾아가서 명절 선물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뚝 떨어진 사실이다. 장기적으로는 명절이라는 것이 우리들에게 가지는 가치나 중요성 자체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겠다.

 

      특정 명절을 중심으로 제품의 매출이 집중되는 것은 우리 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과 같은 경우도 11월말의 추수감사절(Thanksgiving)부터 크리스마스를 거쳐 1월 1일의 새해 첫날(New year’s day)까지 한 달 조금 넘는 기간에 50% 이상의 매출이 집중되는 품목들이 많다. 특히 소매점에서 팔리는 제품의 경우는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이 된다. 2월 14일의 발렌타인 데이(Valentine Day)까지 약간 더 기간을 연장하여 보면, 기간 동안의 매출 비율은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특히 다이아몬드와 같은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 제품은 이 기간 동안의 판매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연말의 들뜬 분위기와 발렌타인 데이의 범사회적으로 용인되고 고조된 분위기를 이용하여, 거기에 다이아몬드를 화룡점정식으로 곁들여 청혼을 하거나 유혹하는 도구로 쓴다.

 

      1997년 발렌타인 데이에 장기출장으로 뉴욕에 머무르고 있었다. 마침 당시 모셨던 이사님께서 출장으로 오셔서 멋없이 남자들 네 명에 여자 친구 하나 껴서 제법 고급식당에를 갔었다. 우리 일행만 빼고는 모두 쌍쌍이 온 연인들이었다. 우리 바로 앞의 테이블에 잘 차려 입은 흑인 남녀가 앉았는데, 남자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든 상자를 테이블 밑에서 계속 만지작거리면서 긴장된 표정으로 여자에게 건넬 기회를 엿보느라 말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여자는 얼핏 느낌이 남자 녀석의 의도를 이미 간파하고 있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냥, 과장된 웃음과 제스츄어를 되풀이하다 지쳐서 화장실에 갔다. 그 틈을 타서 남자는 살짝 다이아몬드 상자를 열어 행여나 상자 안의 다이아몬드가 없어졌을까, 이상하게 꽂혀 있지나 않을까 확인을 하고, 심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약간 지쳤던 표정에서 새로운 활력을 얻은 듯 다시 화사한 미소를 띄우던 여성의 얼굴에 다시 약간씩 짜증스런 표정이 보이기 시작할 즈음 우리 일행은 그 식당에서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그 남자 친구가 어떤 기회를 잡아서 용기를 내어 그 다이아몬드 반지를 건넬까, 여자는 어떤 표정을 짓고 반응을 보일까 궁금하기 그지없었지만, 그냥 행운을 빌면서 나왔다.

 

      매출이 일어나고, 선물로써 건네지는 상황이 그렇고 그런지라, 바로 위에 예를 든 다이아몬드를 비롯하여 명절 대목을 보는 제품들의 광고 역시 틀에 박힌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별다른 메시지 없이 광고 모델들이 한복 입고 나와서 큰절을 하거나, 제품을 들고 나들이 가거나, 인사 가는 모습으로 등장하고, ‘올해도 선물은 OOO입니다’ 정도의 메시지가 뜨는 식이다. 특정 시기 그것도 미국처럼 두 달여에 걸쳐서 매출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추석이나 설 등 어느 한 날을 겨냥하여 그 날이 거의 닥쳐서야 쇼핑을 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형태의 광고를 만들고 실험하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런 경우는 차라리 ‘명절 광고’라는 좁은 테두리에서 빠져 나와서, 어떻게 하면 명절의 매출 분위기를 일상적인 시기로까지 연장을 시킬 것인지, 즉 일상에서의 매출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지를 생각하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그런 대표적인 사례로 선물로 받는 다이아몬드에서, ‘스스로 사는 다이아몬드’로 영역을 넓힌 캠페인을 들 수 있다. (이 사례는 다른 사회적 이슈와 연결되어, 다른 광고 사례들과 함께 묶어서 소개할 필요가 있어, 다음 편에 자세하게 제시하겠습니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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