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1960년 4월19일의 날씨는?

 

1960년 4월19일의 날씨는?


        봄 날씨 답지 않게 대단히 쌀쌀했다. 잔뜩 찌푸린 하늘에 요즘같이 황사가 심하지는 않았지만, 하늘에 서릿발 낀 듯이 보일듯 말듯 쇠라(Seurat)의 그림처럼 차가운 기운이 점점이 박혀 있다가, 최루탄 연기에, 천둥 같은 총성에 흩어지곤 했다. 거리를 내달리고 함성을 질러대던 사람들의 얼굴을 자세히 보면 글리세린 바를 새도 없고, 여유도 없어 찬 바람에 마냥 튼 기가 가득했다.


        3, 4월 들어 쌀쌀한 날씨에 불평을 해대면, 어머니께서는 “4월 들어서도 날씨가 차면 얼마나 찬데. 419 때 날씨가 얼마나 찼는지…. 마음도 미어지고 얼어붙은 상황에서 바람은 또 그렇게 차게 불어댔는지”하고 회상에 잠기며 말씀을 하시곤 했다. 그래서인지 419 때의 사진으로 내게 가장 선명하게 각인된 모습은 박봉우 시인의 “휴전선”에 묘사된 것처럼 잿빛 분위기에 ‘꼭 한번은 천둥 같은 화산’으로 일어날 듯이 ‘불안한 얼굴’을 한 군중의 모습들이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며 그 모습들이 더욱 깊게 새겨지면서, 당시의 신문이나 419 혁명담을 실은 책을 통해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흡사 직접 겪은 냥 바람 찬 초봄의 어느 날은 ‘오늘 날씨가 꼭 419 때 같구나’하는 혼자 생각이 우습게도 자연스레 일어나고, 그 군중들의 기운이 느껴지며 멀리서 함성까지 들려오는 착각에 빠진다.


        해마다 4월이 오면 4월 혁명 얘기를 하고, 몇몇 학교에서는 기념 달리기를 하고, TV나 신문에서는 묘비 앞에서 오열하거나 이제는 눈물마저 말라 멍하니 앉아 계신 유족 할머니 모습을 실어 수유리 419묘지 스케치를 하고, 4월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자는 정치권의 성명이 나온다. 대학 시절에 학교 구내 한 바퀴를 도는 달리기에 동참을 했지만, 그저 달리면서 무척 힘들었다는 생각뿐이었다. 판에 박힌 사진과 미사려구도 아무런 감동은커녕 진지하게 생각할 팁을 건네주지 못한다. 그런데도 왜 이런 행태가 계속 반복이 될까?


        419혁명-사실 예전에는 혁명이란 말은 516만이 독점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는지, 아니면 혁명 자체를 두려워해서 입에조차 담지 못하게 하는 조치였는지, 419는 혁명이 아닌 의거(義擧)로 불리었다-하면 연상되고 나타나는 이 판에 박힌 공식들은 기업 활동을 하고 광고를 하는데도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예전 80년대 말에 ‘IBM 증후군(Symptom)’이란 말이 있었다. 회사의 정보시스템을 갖출 때, IBM보다 더 좋은 조건에, 더 뛰어난 성능의 기기를 갖춘 회사가 있어도 담당자는 결국 IBM을 선택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혹시 다른 것을 선택했는데, 고장이 나거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왜 IBM을 선택하지 않았느냐‘는 질책을 듣는데, IBM을 선택했을 경우 당사자도 어쩔 수 없는, 천하의 IBM의 문제로 넘겨지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누적되면서 IBM의 지배력이 계속 강화되고, 구매자의 힘은 약해 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나친 안전 위주의 결정만 하다가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를 통칭하는 것으로 뜻이 확대되었는데, 90년대에 들어 자만심에 빠진 IBM의 세가 약화되면서, 거의 사어(死語)가 되었다.


        광고에도 품목에 따라 몇 가지 공식이 있다. 아주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공식들도 있다. 소위 ‘3B’라 하는 ’어린이(Baby)’, ‘동물(Beast), ’미인(Beauty)을 갖다가 쓰는 것들도 하나의 예이다. 그런데 당연히 이런 공식으로는 큰 히트를 기대할 수 없다. 눈에 띄기도 힘들고, 소비자들이 식상해 하기 쉽다.


        광고물 만드는 것을 떠나서, 어떤 제품을 분류할 때 보통 식품, 의류, 세제 따위의 정부 공식분류에 따른 기본적으로 용처에 따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게를 하나 연다고 할 때, 어떤 품목을 할 것인가 만을 생각하기 쉽다. 일본에 ‘1000엔 하우스’가 있다. 가격 천 엔 이하의 제품만을 모아서 파는 곳이다. 여기서는 품목이 아닌 가격을 기준으로 분류를 한 것이다. 아니면 색상을 가지고 할 수도 있다. 흰색으로 된, 의류, 가구, 화장품을 다루는 상점도 나올 수 있다.


        ‘틀을 깨는 사고(思考)’, 비슷하게 영어로 ‘Out-of-box-thinking’이란 표현을 광고계에서 자주 쓴다. 굳이 4월 19일이라는 날자, 숫자에서만 419혁명을 떠올리고, 그에 따라 거창하게 혁명 정신을 판에 박혀 들먹이지 말자. 초봄의 맵싸한 바람 속에서 맡는 혁명의 기운이 더욱 신선하고 건강하지 않겠는가? 4월 그 날의 정신이 더욱 활기차게 살아 있지 않겠는가?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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