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ist와 Generalist




        2003년부터 신입사원 선발 면접에 계속 참여해 왔다. 면접 외에 여러 과정을 거친 최종 합격자 중, 70% 이상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광고기획직군의 친구들이 우리 팀에 와서 1년간 OJT(On the Job Training) 교육을 받고 광고팀이나 우리와 같은 플래닝팀으로 발령을 받는다. 처음 이들 신입사원들을 팀에 받으면서, 교육 프로그램을 짜고 진행하는 원래 우리의 업무 이외에 추가 부담만을 안게 된 것 같아 내 자신뿐만이 아니라 기존의 멤버들에게도 약간 볼멘소리가 나왔다. 가뜩이나 바쁜 와중에 교육 시키고 떠메고 갈 일이 걱정스럽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선발 과정에서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충분히 준비된 친구들이 광고회사에 지원하여 경쟁을 하고 있었다. 제일기획 뿐만 아니라 다른 광고회사도 거의 비슷한 상황이었다. 어릴 때부터 광고와 친숙했던 세대로서, 지원자 상당수가 일찌감치 광고인의 꿈을 키우고, 대학 진학해서는 광고회사를 목표로 대학 생활의 전반적인 부분을 조절한다. 광고동아리에 가입하고, 광고회사들이 주최하는 대학생 대상 공모전에 동아리 멤버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관련 과목들을 집중적으로 수강한다. 그리고 구체적으로는 광고회사의 시험 과목들을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공부하고, 회사에 따라 조금씩 다른 면접이나 발표에 대비한 맞춤형 실전연습을 한다.




        이렇게 광고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기를 철저히 갖추고 들어온 친구들이기에, 곧바로 실무에 적응하여, 선배들에게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전 방식의 프리젠테이션 실습 등에서는 선배들에게서 정말 후배들이 두렵다는 ‘후생가외(後生可畏)’의 소리가 자연스럽게 터져 나올 정도로 세련된 기량을 보여 주었다. 작년 한 해 우리 팀에서 OJT 과정을 밟고 광고팀으로 배치된 친구들에 대해서, 인사팀이나 현재의 소속팀에서 ‘교육을 훌륭하게 시켜줘서 고맙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제대로 한 일도 없이 인사를 받는 것 같아서 대단히 쑥스럽다. 올해부터는 신입사원을 주어야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우리 팀에서 나올 정도였다.




        올 들어 두 번째 기수가 연장된 교육생으로서의 생활을 시작하고, 첫 번째 프리젠테이션 실습을 한 후에도 ‘놀랍다’, ‘잘한다’ 식의 비슷한 반응이 주로 나왔지만, 일부 특히 고참 선배들을 중심으로 신입사원으로서 기대했던 참신함이 없이, 겉모습으로 나타나는 선배들의 기교만을 배워 답습한다는 조금 시니컬한 쓴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 쓴 소리가 나오게 된 원인은 단순하지 않다. 정형화한 필기시험을 거쳐서 한정된 시간 동안에 인터뷰를 진행하고, 특정 주제에 대한 즉석 연구와 발표를 거쳐서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다른 부문의 기업들과도 별 다를 바 없는 현재의 신입사원 선발 시스템으로는 그 또래 경쟁자들 중에서나마 그래도 전문성이 앞서는, 초점을 맞추어 오랫동안 준비했던 친구들이 뽑힐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더욱 깊이 들어가면 그런 추세에 맞추어 위에서 얘기한대로 대학 입학하면서 바로 취업 준비에 돌입하는 학생들도 그렇지만, 취업률이 대학의 성적을 재는 잣대인양 그것을 부추기는 대학 당국과 사회 저변의 인식이 또한 큰 문제이다.




        연전에 한 신문사에서 대학에서 받은 교육을 기업의 실무에서 적용하기 힘들다, 그래서 기업에서 다시 교육을 시켜야 한다, 고로 우리나라 대학교육은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기업 인사 담당자의 말을 빌려 설문결과와 함께 기사화한 적이 있었다. 나는 대학이 기업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기능’을 교육 하는 장소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세상이나 사물의 이치 등을 자신의 전공 분야라는 길을 통하여 스스로 깨달아 나갈 수 있는 기본적인 훈련을 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훈련을 거친 사람이라면 기본적인 지식만 갖추면 비록 자신의 전공 분야가 아니더라도, 핵심을 파악하고 나름대로의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광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광고 용어를 몇 개 더 외우거나, 기초 조사를 위한 설문을 잘 작성하는 법 혹은 파워포인트 파일을 예쁘게 만드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해를 어떻게 하는가하는 바탕 위에서, 광고는 그것을 한번 적용해보는 대상으로 삼아서 연습을 해보는 정도가 대학에서 이루어질 광고 교육으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예전의 아날로그 시대에는 마케팅이나 제품 자체가 단선(單線)형이었다. 시간과 장소가 한정된 광고나 이벤트 활동, 특정 기능의 제품 자체가 단독으로 존재하고, 그것과 단절된 채 다른 마케팅 거리를 찾거나, 새로운 제품의 개발에 매달리는 그런 형식이었다. 그런데 디지털시대에 들어서 이제는 아메바와 같이 유연한 형태의 면(面)들이 서로 이합집산을 하는 양상으로 마케팅과 제품 개발이 변하고 있다. 제품 간에도 예전에는 별개의 제품이라고 여겨졌던 것들이 하나로 합쳐지고, 또 그런 복합제품에서 또 다른 파생상품들이 새롭게 태어나고 있으며, 마케팅 활동에서도 매체와 소비자의 생활공간이 뚜렷한 구분 없이 뒤섞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저 좁게 한 우물만 일찍부터 Specialist, 곧 전문가라는 타이틀 아래 파고 들어서서는 진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1991년 여름 뉴욕의 경영대학원 수업에서 한 교수가 어느 나이 제법 지긋한 일본인 학생에게 어떤 연유로 물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당신은 Specialist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했다. 그러자 일본인 학생이 평소의 점잖은 모습과는 달리 약간 흥분하여 바로 ‘나는 Generalist가 될 것이다'라고 응답한 기억이 인상 깊게 남아 있다. 그는 우선 동아시아적인 가치로 두루 인간 세상을 이해하는 사람으로 보이고자 했고, 나아가 최고경영자로서 전문가 이상의 소양을 갖추어야 한다는 뜻에서 그렇게 답했다고 했다.



        그 일본 친구처럼 발끈할 일은 아니지만, Specialist와 Generalist의 소양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Generalist 적인 바탕 위에서 진정한 Specialist로서의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 줄 수 있다. 그리고 그 한정된 Special한 분야에서의 것을 General하게 적용시킬 수 있는 능력도 함께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올 한 해 우리 팀에 온 신입사원 친구들에게는 Generalist가 되기 위한 프로그램에 중점을 두려 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Generalist적인 능력을 갖추었거나, 양쪽을 두루 만족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친구들을 어떻게 처음에 뽑을 것인가는 더 연구하고 협의하여 개선해 보도록 노력할 작정이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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