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의경


 

K씨는 투자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PEF로 기업에 투자하는 일을 하고 있죠. 그러다 보니 투자를 받고 싶다고 찾아오는 회사들을 만나는 게 일입니다. 그런데 그 중 적지 않은 회사가 K씨가 투자하기에 적합한 회사가 아니라 이를 설명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K씨가 투자하기에는 너무 초기단계의 기업이라는 것입니다.

 

“아니, 스타트업기업이 초기단계라는 이유로 투자를 받지 못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회사가 나올 수 있겠느냐?” 라고 반문을 하면, K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건 제가 운영하는 PEF펀드의 특성 때문입니다. 초기단계 투자는 VC펀드로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 PEF, 성숙단계의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K씨가 운용한다는 PEF(Private Equity Funds)의 자본시장법에서의 정식 명칭은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라고 부릅니다. 일반적으로는 ‘사모투자전문회사’ 또는 ‘사모투자합자회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돈을 모아 펀드를 만들 때,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모으는 게 아니라 연기금이나 금융기관, 기업 등 몇몇 군데를 대상으로 알음알음 돈을 모읍니다. 이게 바로 ‘사모(私募, Private)’방식이죠.

 

펀드에 모인 돈으로 CB, BW를 포함하여 우선주(CPS, RCPS)나 보통주와 같이 지분증권(Equity)의 형태로 기업에 투자를 합니다. 여기까지는 VC펀드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좀더 살펴보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PEF의 경우, 일반적으로 1건당 최소 200억에서 많게는 수천억의 금액을 투자합니다.

 

게다가 투자할 때 투자대상 기업의 지분을 10%이상 확보하는 투자를 하거나 10%미만일 때는 임원을 선임하는 조건으로 투자를 하기에 ‘경영참여형’이라는 이름도 붙게 되었답니다.

 

위의 내용을 미루어 볼 때, 많게는 수천억을, 게다가 10%미만의 투자에도 최소 200억을 넣는다는 건 그만큼 투자대상 기업의 규모가 크고 몇 년간 실적도 좋은 기업에 투자한다는 걸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죠.

 

 

♠ VC펀드, 초기단계의 기업에도 투자하는 펀드

 

그에 비해 창투사펀드(Venture Capital Fund 또는 VC펀드)의 경우는 그 보다 초기 형태의 기업에 투자를 합니다. 1건 당 최소 5억~10억 투자하고 많아도 50억 이상 투자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야말로 스타트업기업(Start-up Companies, 과거에는 벤처기업이라 불렀죠)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죠.

 

서울산업진흥원(SBA)의 청년창업플러스센터에서 투자정보실 및 투자자DB 서비스를 운영하는 씨드림(db.seedream.co.kr)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국내 VC펀드가 투자한 기업 중 창업일로부터 1년이하 기업이 236사, 1년초과~3년이하 기업이 327건이라고 합니다.

 

 


 

 

이 자료에서 알 수 있듯이 VC펀드는 초기단계 기업에 상당부분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PEF의 경우엔 이런 투자가 거의 드물다고 보면 됩니다.

 

 

♠ 펀드마다 성장단계를 달리하여 투자하는 이유는?

 

그럼 펀드마다 기업의 성장단계를 달리하여 투자하는 이유는 뭘까요? K씨와 같이 펀드를 운용하는 사람들의 취향 때문일까요? 그냥 이번 한번만은 성장단계가 달라도 투자해주면 안되겠냐고 때를 쓰면 투자를 해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펀드마다 성장단계를 달리 투자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펀드에 돈을 댄 기관(출자자)들이 그것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A연기금이 간접투자 방식으로 돈을 운용한다고 해보죠. 그래서 1천억 정도를 펀드에 출자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런데 그들도 운용전략이 있습니다. 전체 1천억 가운데 800억 정도는 성숙단계의 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펀드에 넣고 200억을 초기단계에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에 넣기로 전략을 짠 것이죠. 왜냐하면 성숙단계의 기업은 대박이 터지지는 않겠지만,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요, 초기단계의 기업은 망할 가능성도 있지만 잘만 되면 대박이 터질 수 있기 때문이죠.

 

이렇듯 연기금 등 펀드에 돈을 대는 출자자들이 이러이러한 단계에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로 만들어달라고 해서 만들어진 펀드입니다. 따라서 각각의 용도에 맞게 투자를 해야만 하는 것이죠. 그리고 K씨의 경우는 그 중에서 성숙단계에 들어간 기업에 중점 투자를 하는 펀드, 즉 PEF를 운용하는 것이고요.

 

이는 일반 공모펀드도 같은 이치입니다. 여러분들이 자산운용사에서 국내 대기업의 주식에만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출자)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코스닥 중소형주에 투자를 해서 손실을 봤다면 얼마나 배신감을 느끼겠습니까? 배신감의 정도가 아니라 이것은 불법행위이죠.

 

 

♠ 회사 성장단계에 적합한 펀드의 문을 두드리자

 

이렇듯 각 펀드마다 투자하는 기업의 규모나 실적 수준이 다릅니다. 기업의 성장단계에 따라 적합한 펀드가 따로 있는 것이죠. 이는 마치 대출을 받을 때도 대출자의 신용도에 따라 은행과 저축은행을 구분하는 것과 비슷하다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따라서 투자 받기를 희망하는 CEO라면 자신의 기업이 어느 수준의 성장단계에 있는가를 판단해서 펀드의 문을 두드려야 합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서 지금 회사를 운영하고 있거나 아니면 스타트업기업을 창업하시려는 분이 있을 수 있겠군요. 그렇다면 언젠가는 투자 받는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이때 무엇보다 자신의 회사 업종을 잘 이해하는 투자자(펀드)를 찾는 게 우선일 겁니다. 아무래도 회사의 가치를 잘 알아볼 수 있을 테니 말이죠.

 

아울러 중요한 것이 바로 자신의 회사 성장단계에 맞는 투자자(펀드)를 찾아가는 것입니다. 엄한 곳에서 문을 두드리다 시간과 정열을 허비해서는 안될 테니까 말입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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