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누드/관음& 노출& 돈의 함수

 

젊은 분들은 “픽” 하고 웃으시겠지만, 오랫동안 “섹시하다”라는 말을 욕으로 여겼습니다. 어떻게 하면 “지적이다” 혹은 “반듯하다”는 말을 듣나 그게 고민이었지요. 사람의 생각은 쉽게 바뀌는 게 아니어서 “섹시하다”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지금도 그 단어를 칭찬의 뜻으로 사용하게 되지는 않습니다.

당연히 옷차림도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쪽이지요. 남이 입은 걸 뭐랄 수는 없지만, 제딸에겐 찢어진 청바지나 배꼽이 나올 듯한 티셔츠를 사주고 싶지 않습니다. 끈달이 원피스가 아무리 유행이라고 해도 피서지도 아닌 도심의 백주 대로를 어깨와 겨드랑이를 몽땅 드러낸 속옷같은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것 또한 결코 곱지 않구요.

`노출이 성희롱을 유발한다`는 논리는 `왜소함이 폭력을 부른다`는 억지와 다름없는 것인 만큼 수긍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온갖 사람들이 오가는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지나치게 많은 신체부위를 내놓고 다니는 걸 개의치 않는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서두가 장황해진 건 근래 이 땅에 부는 누드 열풍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혼란스럽기 때문입니다. 몇해 전, 미국에서 생활하던 화가 후배가 나이들어 쭈글쭈글하고 배도 나온 할머니 세 사람의 누드 사진이 담긴 포스트카드를 보내주며 “우리도 나중에 이렇게 사진 찍자”고 했을 때만 해도 “그저 하는 소리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사진 속 할머니들의 표정이 온화했고 포즈가 전혀 에로틱하지 않았던 탓도 있겠지요.

그러나 요즘 그 엽서를 다시 보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집니다. 처음 받았을 때처럼 그저 “미국에선 할머니들도 누드를 찍네” 정도로 받아들일수 있을지 모르겠거든요. 아무튼 올 여름 대한민국에 부는 누드 바람은 열풍 정도가 아니라 가히 광풍인 듯합니다.

배우 권민중의 누드가 모바일과 인터넷에 서비스되면서 공개 한달이 안돼 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알려지면서 누드사진 촬영 제안을 못받으면 인기연예인 축에 못든다고 야단이고 실제 너나 할 것 없이 누드사진을 찍는다는 마당이니까요.

김희선의 세미누드집 출간 여부를 놓고 온통 법석을 떨던 게 불과 2년여 전이던 걸 떠올리면 정말이지 “세상 참 무섭게 변한다”는 걸 새삼 절감하게 됩니다.

국내 연예인이 누드집을 처음 내놓은 건 아닙니다. 1991년 일본에서 모델 미야자와 리에의 누드집 `산타페`가 일대 파동을 일으켰을 때 국내에서도 가수 유연실이 누드집을 내놨고, 인터넷이 등장하자 모델 이승희의 벗은 사진이 화제가 됐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글쎄” 쪽이 강한 듯하던 분위기는 지난해말 탤런트 성현아에 이어 올여름 권민중의 누드집이 나오면서 “벗을 수 있으면 벗는다” 쪽으로 `확` 바뀐 듯합니다. 결국 누구누구도 찍고, 누구는 계약사의 동의 없이 누드를 찍는 바람에 소송에 걸릴 판이라는 둥 온갖 얘기와 소문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시래기나물로 끼니를 때워도/ 누더기 옷일망정 몸 가리기/목숨처럼 소중히 여기지 않았느냐`(김광규의 시 `어머니의 몸`중에서)던 이땅 여인네들이 이처럼 벗지 못해 법석인 건 무슨 까닭일른지요.

대답은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권민중이 누드 촬영을 위해 일본으로 떠난 건 5월 20일. 대나무숲과 일본 전통가옥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중 골라 공개시사회를 가진 게 6월 4일.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한 게 6월 11일이고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한 게 6월 16일입니다.

그런데 6월말께 이미 모바일과 인터넷 서비스로만 30억원, DVD와 누드집, 용품 경매 등으로 총 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하니까 사진 촬영한지 불과 한달여만에 투자금을 회수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는 얘기가 됩니다. 막말로 이런 장사가 없는 셈이지요.

그러니 기획사나 제작사에선 CF의 2-3배 많게는 5배까지 주고라도 누드를 찍자고 야단이라는 겁니다. 권민중의 경우 계약금 10억원에 수익의 50%를 받기로 했다니 다른 여자연예인들이 “까짓 것”하고 나서는 것도 무리가 아닌 셈이지요.

문제는 내노라 하는 여자연예인들이 스스럼없이 벗는데 대해 과거처럼 위험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과 “벗는다”는 사실이 곧 “떼돈”과 연결되는 우리 사회의 현상을 어떻게 풀이해야 하는가라는 대목이겠지요.

전같으면 아무리 돈이 좋아도 지금처럼 그렇게 너도 나도 벗는다고 나설 수는 없었을 겁니다. 누드를 찍는다는 건 곧 “한물 간” 것과 동일시될 수 있고 따라서 돈은 좀 벌지 모르지만 공개적인 연예인 생활은 끝날 지 모르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지금 상황은 달라져 있습니다. 권민중만 해도 부끄럽기는커녕 “활동영역을 넓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고 하고, 여기저기 밀려드는 출연섭외 때문에 바빠 죽을 지경이라고도 하니까요. “또 찍고 싶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겠지요.

게다가 “누드가 돈이 되면 얼마나 되겠어”가 아니라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리고 있으니까요. 우리 모두 `누드가 대박이 되는 세상`에 서있는 겁니다. 권민중의 누드사진과 동영상이 유독 뜬 이유는 인터넷에 올리기 전에 먼저 모바일 즉 휴대폰 서비스를 시작한 게 주효했다고 합니다.

인터넷보다 해킹이 어렵고, 어디서나 볼 수 있으며, 결제가 쉬운 모바일에 먼저 올림으로써 서비스 초기에 히트를 쳤다는 것이지요. 새로운 첨단기기 덕을 봤다고나 할까요. 한꺼번에 모든 사진을 공개하지 않고 단계별로 조금씩 보여주는 치밀한 마케팅도 한몫 단단히 했다고 전해집니다.

어쨌거나 누드 곧 몸 드러내기(노출)가 돈이 된다는 건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훔쳐보기(관음)의 결과가 아닐른지요. 새롭고 자극적인 것을 찾는 `관음의 미칠 듯한 욕구`에 `뉴미디어의 기술`과 `돈이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상업술`이 보태진 결과가 이땅 `잘빠진 여성들의 노출 경쟁`을 부르고 있다고 하면 너무 지나친 생각일까요? “질투하지 말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35년반의 언론인 생활 끝에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나이에 상관없이 지금이 화양연화요,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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