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청첩장& 예단& 혼수

입력 2003-06-03 08:09 수정 2003-06-03 08:09
`신부의 아버지`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1950년 엘리자베스 테일러 주연으로 처음 제작됐고 1991년 다이안 키튼 주연으로 리메이크됐지요. 딸의 결혼을 앞두고 아버지가 겪는 갈등과 고충,미묘한 심리와 그때문에 벌이는 한바탕 소동을 다룬 것입니다.




사랑하는 딸이 결혼한다고 하자 사위감이 어떤 녀석인지 근심걱정에 휩싸이는 것부터 시작, 부잣집 사돈과의 혼사를 앞두고 "웨딩드레스와 결혼케익은 왜 그렇게 비싼지, 결혼식장 치장은 왜 그리 요란하게 해야 하는지" 몰라 아내와 사사건건 부딪치다 끝내는 외진 곳에 갇히기도 하는, 아버지의 코믹하면서도 딸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한 모습을 담고 있지요.세상의 아버지란 동서양 할 것 없이 비슷하다는 걸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갑자기 옛 영화가 생각난 건 얼마 전 딸을 시집보낸 분께서 딸 가진 아버지 두 사람에게 "딸을 결혼시키려면 참고 또 참아야 한다"고 강조한 까닭입니다. 평소 검소하고, 자녀 결혼식 또한 소박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그분은 딸 아버지인 죄로 그렇게 못했다며 "아들 때는" 하고 벼르셨습니다.




그래도 처음 사돈과 상견례를 하던 날 "검소하게 하자"고 제안, 사돈댁에서 "그러자"고 했는데도 막상 결혼까지의 과정은 당초 생각대로 되지 않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사사건건 이의를 제기하면 아내와 싸우는 건 물론 딸에게 상처를 줄 것같아 꾹꾹 눌러 참았다는 얘기였습니다.




문제는 예단과 혼수 등 결혼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었지요. 아버지는 결국 예단과 혼수는 딸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대신 결혼식날 입을 양복을 23만원짜리로 구입함으로써 `검소한 결혼`에 대한 소신을 표명했다고 했습니다. 유일한 시위였다는 것이지요.




사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 치고 예단과 혼수문제로 한번쯤 감정이 상하지 않는 경우는 드물 겁니다. 중매결혼은 물론 연애결혼의 경우에도 사소한 문제로 서운하고 그러다 보면 티격태격할 수 있으니까요. 그날도 아는 사람중 결혼 전 예단비 문제로 얼굴을 붉혔던 부부가 끝내 6개월만에 파경에 이르렀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문제는 서로의 기대치가 다른데서 비롯되는 듯합니다. 서로의 형편이 차이나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비슷해도 혼수나 예단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 어긋날 수 있고 그러다보면 서로 삐걱거리는 것이지요. 게다가 아들쪽에선 "내 아들의 미래가 괜찮다"식이고 딸 쪽에선 "내 딸이 어디가 부족해서" 하다 보면 서운한 감정이 쌓이고 부모들의 감정싸움이 격해지면 괜찮던 자식들 사이에도 금이 갈 수 있는 겁니다.




글쎄요. 쉽지는 않겠지만 웬만하면 상견례에서 약혼식을 할지 말지, 결혼식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치를 건지, 하객 숫자는 몇 명 정도로 맞출지 합의하면 어떨까요. 돈이 거론될 수밖에 없는 문제인 만큼 영 껄끄럽고 거북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나중에 얼굴을 붉히느니 부모들끼리 어느 정도 선을 그으면 좋지 않을른지요. 당사자들끼지 합의한 뒤 부모들에게 지켜주십사 청할 수도 있을 테구요.




그댁에선 식후 폐백을 앞두고 바깥사돈이 "함께 받읍시다" 하는 바람에 그렇게 했답니다. 사실 요즘 세상에 신랑측만 폐백을 받는다는 것도 구습이라고 할수 있겠지요. 약혼식 때 양가 가족과 친척에게 인사를 했으면 굳이 폐백을 따로 할 이유도 없을 테구요. 따라서 "약혼식을 할지 말지, 한다면 초대범위를 어디까지로 할지 정하고, 약혼식을 하면 폐백은 하지 말자"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약혼식을 하지 않더라도 결혼 전 양가의 일가친척들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면 결혼식날 폐백 때문에 신랑 신부가 하객들에게 인사도 제대로 못하는 일은 없지 않을른지요. "사진도 찍고 하는데" 할지 모르지만 결혼사진 나중에 몇 번이나 보게 되는지요.




많은 분들이 개인적으로 만나면 자녀 결혼식 때 여기저기 청첩장을 돌리지 말고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는 몇 사람만 초청해 정겹고 조촐한 예식을 올리면 좋겠다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정작 자녀를 결혼시킬 때쯤 되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가지 사정이 있을 수 있겠지요. 결혼이라는 게 대부분 아들 가진 쪽에서 주도하다 보면 딸 쪽에서 딱히 주장을 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거꾸로 딸 쪽에서 주도권을 잡고 아들 쪽에 "그냥 좀 따라주십사" 해 어쩔 수 없이 하자는 대로 하는 수도 있을 겁니다. 막상 준비를 하다 보면 이것저것 드는 돈도 만만치 않고, 그러다 보면 결국 남들 하는 대로 하게 되는 수도 있을 테지요.




아무리 그렇더라도, 어쩌다 우연히 만난 자리에서 명함 한번 주고 받은 사람에게까지 몽땅 청첩장을 돌리거나, `남들이 예단으로 이만큼 받았다니 우리도 그렇게는 받아야겠다`고 생각하거나, 자녀 결혼을 과시와 거래의 수단으로 삼는 듯한 일부의 풍토는 이제 그만 척결해야 하지 않을른지요.




웬만하면 꼭 초대하고 싶고, 기쁜 마음으로 달려와줄 사람들한테만 청첩장을 돌리는 것만이라도 실천에 옮기면 결혼에 따른 허례허식의 상당부분은 줄어들지 않을까요. 폐백 대신 신랑신부의 성장과정 및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건지 계획을 담은 비디오를 하객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해봄직하구요.




신랑쪽은 신부에 대해, 신부쪽은 신랑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채 `카더라`라는 말만 듣고 청구서(?)에 따라 부조만 하는, 그런 결혼식은 이제 그만 고칠 때도 되지 않았는지요. 전통은 좋은 것이지만 시대에 맞게 방법을 바꿀 수도 있어야 하지 않을른지요.




예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앙금이 생기면 결혼 후에도 쉽사리 치유되기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되도록 검소하게 하고, 요란한 결혼식보다 알뜰한 미래를 준비하면 하루 8백70쌍 결혼하는 동안 한쪽에서 3백쌍 이상 이혼하는, 가슴 아픈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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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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