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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마이너스 경제에는 ‘덤보다는 할인을’ : 경제심리학자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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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의경

 

일본은행(중앙은행)은 2016년 1월 29일자로 역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0.1%’로 내렸습니다. 기준금리가 마이너스란 무엇을 의미할까요? 쉽게 말해 은행에 예금을 맡기게 되면 예금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은행에 보관료를 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아무리 금리가 낮아도 시중은행이 돈을 민간에 운용하지 않고 일본은행(중앙은행)에 쌓아 놓기만 하니 아예 보관료를 내도록 하여 더 이상 돈을 쌓아 놓지 말고 기업, 가계 등 민간에 돈을 뿌려라는 정책적 속내가 담겨 있다고 하겠습니다.

 

비단 일본뿐만은 아닙니다. 유럽중앙은행은 이미 지난 2014년부터 마이너스 금리 체제였습니다. 마이너스 성장, 마이너스 물가, 마이너스 유가까지 이제 우리가 알고 있던 대부분의 경제변수가 마이너스로 치닫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전세계가 ‘마이너스 경제’의 시대로 접어든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은 경기가 침체되어 수요는 줄어들었는데 공급은 여전히 과잉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악순환은 계속됩니다. 수요는 줄고 공급이 과잉이니 물건은 안 팔리고 기업실적은 줄어들어 서민들의 주머니는 더욱 가벼워집니다. 따라서 수요는 더더욱 줄어들고 경기는 더더욱 침체가 되는 거죠.

 

아베노믹스로 반짝하던 일본도 결국은 다시금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했다 봅니다. 기준금리 마이너스라는 초강수까지 꺼내 들었으니 말입니다.

 

불황이라면 관록(?)과 경륜(?)이 쌓일 대로 쌓인 일본이라는 나라에서는 그래서 불황에 관련된 연구나 책도 많은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발견한 재미있는 책이 있어 소개합니다.

 

 

♠ 가격에 대한 만족감을 경제심리학으로 풀어 놓은 책

 

명문 히토츠바시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유통경제학 교수로서 소비자 관점의 유통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는 ‘토쿠다 켄지(徳田賢二)’의 저서 「おまけより割引してほしい(덤보다는 할인을 원한다, 2006)」가 바로 그 책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値ごろ感(적정가격 느낌)’이라는 용어를 설명하면서 불황의 시대에 소비자들이 느끼는 적정한 물건의 가격을 경제심리학적으로 풀어냅니다.

 

특히, 저자는 대학에서 젊은이들이 용돈을 쪼개어 가며 생활을 함에 있어 어떤 형태로 소비를 결정하고 비용을 지불하는지를 잘 관찰했다고 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적정가격 느낌’은 가격을 지불하고 물건을 살 때 느끼는 만족감으로 정의할 수 있겠군요. 물론, 소비자들은 이러한 만족감이 클 경우 그 가격에 소비 의사결정을 하게 됩니다.

 

저자는 ‘적정가격 느낌’에 대한 설명을 다음과 같은 간단한 수식으로부터 시작합니다.

 

◎ 적정가격 느낌(↑) = 가치(value)(↑) ÷ 비용(cost)(↓)

 

즉, 소비자가 불황의 시기에 어떤 물건을 구매함에 있어 적정한 가격이라고 느끼려면 돈을 지불하는 비용(cost)과 구매를 통해 느끼는 가치(value)의 적절한 비율이 맞아야 한다는 거죠. 그러므로 적정가격의 느낌, 즉 만족감이 올라 가려면 해당 물건의 가치가 높아지거나(↑) 지불하는 비용이 낮아지면(↓) 됩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알 수 있는 평범한 내용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불황의 시기에 주머니 사정이 팍팍한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팔려는 사람들은 어떤 가격 정책을 펼쳐야 할까요?

 

 

♠ 덤으로 더 주는 것보다, 가격을 깎아주는 게 만족감 더 높여

 

물건을 살 때 크게 덤을 더 주거나, 가격을 할인해 주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할인은 가격을 깎아주는 것일 테고, 덤이란 뭐… 편의점에 가면 원(1)∙플러스∙원(1)행사 같은 것을 의미하는 거겠죠.

 

저자는 말합니다.

“덤보다는 할인을 해주는 쪽이 적정가격 느낌(만족감)이 더 크다”

 

이를 일본인답게 수식으로 정리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가치가 500엔이고 비용이 500엔이면 ‘적정가격 느낌’은 1입니다.

1) 적정가격 느낌 = 가치(500엔) ÷ 비용(500엔) = 1

 

그런데 100엔어치 덤을 더 주게 되면, 물건의 가치가 100엔 늘어나게 되겠죠.

2) 덤의 적정가격 느낌 = [가치(500엔)+덤(100엔)] ÷ 비용(500엔) = 1.2(↑)

 

반면, 100엔을 할인해 주게 되면, 물건의 비용이 100엔 줄어들게 됩니다.

3) 할인의 적정가격 느낌 = 가치(500엔) ÷ [비용(500엔)-할인(100엔)] = 1.25(↑)

 

위의 수식에서 보듯이 덤을 주면 적정가격 느낌(만족감)이 1에서 1.2로 올라가지만, 같은 금액만큼 할인을 해주면 적정가격 느낌이 1에서 1.25로 더 많이 올라가게 된다는 것이죠.

 

그 외에도 가격할인에 대한 전략도 경제심리학의 관점에서 설명을 합니다.

 

 

♠ 요시노야 270엔이 아니라, 280엔인 이유

 

일본의 유명한 저가 외식체인인 ‘요시노야’의 소고기덮밥이 과거 280엔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왜 300엔이나 270엔으로 가격을 책정하지 않고 280엔으로 가격을 책정했는지도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가격을 할인함에 있어서도 경제적 법칙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죠.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law of diminishing marginal utility)’이 바로 그것입니다.

 

소고기덮밥 가격을 290엔으로 하면 소비자는 300엔을 내고 10엔의 거스름돈을 돌려받습니다. 다문 10엔이라도 돈이 다시 들어오니 만족감을 느끼게 됩니다.

 

참고로 경제학에서 이러한 만족감을 효용(utility)라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뭔가를 한 단위 얻을 때마다 효용은 증가하지만 그 증가율은 줄어든다는 겁니다. 목마를 때 주스 한잔의 만족감은 클지 모르나 두잔, 세잔 늘어나면 그 만족감의 크기가 점차 줄어드는 건 인지상정이니까요.

 

저자는 말합니다.

가격을 할인해서 290엔으로 할 경우, 소비자는 300엔을 내고 10엔의 거스름돈을 받게 됩니다. 280엔일때는 20엔을 받겠죠. 270엔일때는 물론 30엔을 받게 됩니다.

◎ 가격/거스름돈: (300엔/0) ⇒ (290엔/10) ⇒ (280엔/20) ⇒ (270엔/30)

 

물론, 가격을 내릴 때마다 거스름돈의 증가는 일정하게 10엔씩 증가합니다.

◎ 거스름돈 증가분: 0 ⇒ (+10엔) ⇒ 10엔 ⇒ (+10엔) ⇒ 20엔 ⇒ (+10엔) ⇒ 30엔

 

하지만 이에 따른 거스름돈의 ‘증가율’은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 거스름돈 증가율: 0 ⇒ (+∞배) ⇒ 10엔 ⇒ (+2배) ⇒ 20엔 ⇒ (+1.5배) ⇒ 30엔

 

즉, 0엔에서 10엔으로 증가할 때 증가율은 ‘10엔÷0엔=∞’이므로, 무한대(∞)로 증가합니다. 아무것도 없다가 10엔이나 생겼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10엔에서 20엔으로 증가하면 증가율은 2배입니다. ‘20엔÷10엔=2’이니까요. 물론, 그 다음인 20엔에서 30엔으로 증가할 경우, 증가율은 1.5배입니다. ‘30엔÷20엔=1.5’이니까 말입니다. 물론, 증가율만큼 느끼는 효용도 변화합니다.

 

즉, 요시노야가 소고기덮밥을 280엔으로 가격 책정한 것은 바로 이런 법칙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란 겁니다.

 

무한정 가격을 할인해줄 수도 없을뿐더러, 할인해줘도 소비자가 느끼는 효용의 증가율은 처음과 달리 일정시점부터 점점 줄어든다(체감한다)는 것이죠. 즉, 280엔까지는 무한대와 2배로 각각 증가했지만 그 다음 단계인 270엔대로 할인해줘 봤자 요시노야 입장에서는 또 한번 10엔이 줄어들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효용은 1.5배밖에 늘어나지 않으니 오히려 280엔 선에서 멈추는 게 제일 적절하다는 것이죠.

 

 

♠ 불황의 시대에 일본이 고민했던 내용을 참고해보자는 의미로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상식적인 내용을 참 재미있게 잘 썼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울러, 일본이란 나라에서 이러한 책이 나온다는 것은 그 만큼 이 나라가 불황에 찌들어 살아왔다는 씁쓸한 느낌도 감출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 거대한 흐름인 마이너스 경제의 시대에 우리도 예외가 아닌 이상, 기업이나 자영업자나 물건의 가격을 책정함에 있어 이러한 경제심리학적인 관점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이 책을 소개해봅니다.

 

불황에서도 사람들은 물건을 사고, 물건을 팔며 서로가 서로의 만족과 꿈을 이루어가니 말입니다. (글: 김의경 2016.2.7 @한경닷컴)

증권회사에서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월급쟁이로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금리만 알아도 경제가 보인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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