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 시달리며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는 아이들을 보면 딱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언젠가 아들이 불쑥 이런 말을 뱉았다
“하루하루가 재미없고 반복되는 느낌이 들어요.”
공부하기 싫다는 말을 제 딴에는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 서둘러서 학교 갈 준비하고,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숙제하고, 저녁 먹고, 다시 잠자리에 드는 생활의 반복이다. 혹은 이 학원 저 학원을 돌면서 수업 듣고 한밤중에 집에 돌아오면 급하게 숙제하고 시계를 쳐다보면 새벽 1시가 되기 일쑤다. 내가 생각해도 지겹게 느껴진다. 어떤 학생은 노골적으로 이야기한다.
“사는 게 너무 재미없어요. 죽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기 힘들고 재미를 찾기는 더욱 힘들 것이다. 따지고 보면 나 역시 학창시절에는 비슷한 삶의 궤적을 밟으며 살아왔다. 내 아들이나 그 학생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누군가가 말하기를 현대인의 가장 큰 저주는 ‘피상성’이란다.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일상이라는 껍데기는 있는데, 그 일상 속에서 본질이나 의미를 찾지 못한다는 의미다.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는 낯설지만 새로운 환경에 대한 설렘으로 기대에 부풀어 잘해보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설렘과 다짐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도 또 하루가 시작되는구나!’라는 지겨운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중요한 의미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나는 직장을 다닐 때도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밥 먹고, 출근해서 일하고, 점심에 뭐 먹을까 고민하다가 자주 가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다시 오후에 일하고, 집에 돌아와서 밥 먹고 책 읽다가 잠이 드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어른들의 세계라고 해서 매일 재미있는 일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월급 받는 날만 빼놓고는 밋밋한 일상이 우리 인생처럼 느껴졌다.
그런 매너리즘을 극복하기 위해 나는 내 나름의 비법을 터득했다.
‘반복되는 일일수록 다른 방법으로 시도해본다.’
이것이 내가 터득한 비법이다. 점심 식사를 하러 갈 때 주로 단골로 가는 식당이 있지만, 하루쯤은 새로운 식당을 발굴해서 찾아가 보고, 새로운 메뉴를 주문해서 먹어본다. 물론 단골 식당에 가면 척척 알아서 서비스해주고 반찬 한 가지라도 더 얹어주기 때문에 편하지만, 새로운 식당 발굴은 그와는 또 다른 흥미로운 경험이다. 음식 맛까지 좋으면 엄청난 발견을 한 것처럼 흐뭇하기도 한다.
“이 집은 비빔국수에 계란을 통째로 얹어주네. 내 단골집은 반쪽을 주는데.”
“이 김치찌개 집은 돌솥에 해주는 밥이 최고구나. 금방 한 밥맛이 그리울 때면 앞으로 여기로 와야지.”
“여기는 20대들만 가득하네. 젊은 친구들한테 인기 있는 모양이니 애들한테 알려줘야지.”
물론 인생이 점심 먹을 식당 찾듯 단순한 것은 아니고 단지 비유일 뿐이다. 이렇게 낯선 길을 걸어보는 것이다. 하루쯤은 익숙한 길을 놓아두고 조금 돌더라도 새로운 길을 개척해 보는 것이다. 처음 가보는 골목길을 두리번거리며 걸어가다 보면 ‘아니, 이런 옛날식 이발소가 아직도 있었단 말이야? 저기 걸려 있는 달력 좀 보게! 이발소 달력은 세월이 지나도 여전하네.’ 그런 생각들이 마구 들면서 신대륙을 개척한 콜럼버스가 된 기분이 되지. 외국 도시의 뒷골목을 누빌 때처럼 신선한 자극도 받게 된다.
또 하나, 피상성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것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 그날 하루 감사했던 일을 떠올려보는 것도 중요하다. 매일 단 5분이라도 하루를 돌아보는 명상의 시간을 가지면서, 그날 감사했던 일을 떠올려 본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졌던 일이 감사한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침에 늦잠자지 않고 제시간에 학교에 갈 수 있었던 일도 감사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다는 사실에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건강하게 걸을 수 있는 튼튼한 두 다리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나를 걱정해주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무엇보다 이 험한 세상에서 별다른 일 없이 하루를 보내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들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바라보는 세상은 그 전과 달라 보인다. 작은 일조차 소중하고 의미 있게 느껴져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지낼 수 있다.
CHO(Chief Happiness Officer) 송길원은 행복프로듀서, 행복촌장, 행복전도사로 불린다. 고신대학과 동대학원, 고려대학교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아내 김향숙과 사이에 예찬과 예준 두 아들이 있다. 가정문화를 퍼트리는 문화게릴라로 불리는 그는 수도 없이 가정회복의 아이디어를 퍼트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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