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코바도(Corcovado)산 위에 있는 그리스도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운도 좋아야 한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바람에 우산은 무용지물이 되고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주님을 만나러 가는 길은 이처럼 험해야 하는 것인가. 퍼붓던 비가 잠잠해지면 그리스도의 모습을 더 가까이 보기 위해 몸을 움직인다. 산 정상에 서린 안개 속에서 두 팔을 벌리고 계신 그리스도의 모습이 나의 힘든 여정을 위로한다. 그것은 마치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형에 처해진 구세주의 모습으로 서서히 눈앞에 나타난다. 모태신앙을 가진 나에게 주는 감동이란 평상시보다 수백 배라고 말하면 과장일까. 해발 704미터의 코르코바도 산꼭대기에서 세계 삼대 미항 중 하나인 리우데자네이루를 내려다보며, 온 도시를 축복하는 예수의 조각상과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상상해보라. 상상만으로도 나의 감동이 터무니없는 과장은 아닐 듯싶다. 산위의 날씨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우비를 준비해가야 한다는 현지인의 말을 무시한 대가를 나는 톡톡히 치렀다. 흔히 리우라고 줄여서 말하는 이 도시의 첫 번째 날을 나는 산 위에서 비 맞는 것으로 시작했다.





                      (세계 최대의 축제인 리우 카니발의 무희)

브라질의 공식 언어는 포르투갈어. 포르투갈로부터의 독립 백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는 예수상(Cristo Redentor)은 ‘1월의 강’ 이라는 뜻의 리우데자네이루와 너무 잘 어울리는 것이어서 베이스 기타와 드럼의 앙상블 같은 느낌을 준다. 베이스 기타 없는 드럼이 밋밋한 것처럼 예수상이 없는 리우는 매력이 반감될 것 같다. 베트남의 하롱베이를 연상시키는 팡데아수카르(Pao de Acucar)산은 코르코바도 산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존재로 마치 청실홍실의 인연을 연상시킨다. 두 산은 그대로가 도시의 전부라고 해야 할 정도로 리우의 스카이라인을 완성한다. 그러나 브라질이 식민지 상태에서 독립하기 전에는 열강들에게 약탈된 금과 다이아몬드를 실어 나르는 무역항이 바로 리우였다니 좀처럼 믿기지 않는다.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 노예들이 가혹한 노동의 고통을 잊고자 만들어낸 삼바 춤이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최대의 축제인 리우 카니발의 핵심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리우의 슬픈 과거도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갑자기 쏟아진 폭우의 안개 속에 숨어 버린 예수상)

미항의 첫째 조건은 아름다운 해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정석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것이 바로 코파카바나 해변이다. 여름이면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4킬로미터의 해안선 주변에는 각각의 개성이 돋보이는 카페와 클럽이 즐비하다. 낮보다는 밤이 더 화려한 해변의 이미지 때문인지 우리나라에도 코파카바나라는 이름의 클럽을 많이 본 것 같다. 예수님이 내려다보는 도시의 밤이 마치 소돔과 고모라 같은 환락으로 뒤덮이는 것을 보고 마지막 한명의 의인을 찾고 싶은 심정이 들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밤의 환락마저 인내하시고 용서하시는 구세주의 사랑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한 가지 분야에 집중하다 우울해진 사람들에게 리우 여행을 권한다. 특히 2월말의 리우를 권한다. 삼바 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 무희의 현란하고 육감적인 율동을 보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축제 참가자들의 열기와 함성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삶이 얼마나 다채로운 가를 재인식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삶의 다채로움을 통해 우리의 삶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 지에 대한 화두를 부여받을 것이다. 이제는 2016년 하계 올림픽 준비로 더욱 화려해지고 있을 세계문화유산 리우데자네이루를 마음속에 그려본다.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에서 국제통상협상론과 무역경영론을 가르치고 있다. 해외파견 근무 및 55개국 300여개 도시를 여행한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문화에 대한 글을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으며 한류산업과 다문화시대의 협상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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