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안의 다른 스페인 바르셀로나. 아니 스페인 안에 있는 스페인이 아닌 바르셀로나. 이 도시의 심장격인 람블라스 거리를 걷노라면 마음이 참 느긋해진다. 거리의 좌우를 장식하는 꽃가게와 새를 파는 가게, 잘 익은 하몽을 파는 재래시장과 들어가 보고 싶은 카페테리아 많아서 만이 아니다. 한 낮의 작렬하는 태양을 천연덕스럽게 그대로 맞으며 느긋하게 걷는 카탈루냐 지방 사람들과 섞여 있기 때문이다. 늦게 집에서 나온 사람들이 맛있는 해산물 빠에야를 배불리 먹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 씨에스타를 늘어지게 잘 것 같은 표정으로 걸어 다니니 바쁜 일상 속에 허덕이던 나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질 수밖에. 그러나 느긋한 마음과는 달리 나의 발은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 볼 것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고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는 표정으로 답하는 바르셀로나를 다섯 번이나 갔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호안 미로의 초현실주의 작품에 취하고 파블로 피카소의 숨결을 느끼다 보면 걷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발바닥은 어느새 약간의 통증을 호소하며 잠시 앉을 것을 권한다. 그런데 쉴 새도 없이 귀에 덜 익은 카탈루냐어와 세계 각국의 언어가 섞이는 장소에 와버렸다. 심지어 한국말 감탄사까지 멀리서 들려온다. 안토니오 가우디가 설계하고 130년 전부터 짓기 시작한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가 내 눈 앞에 솟아오르는 순간이다. 이 천재의 건축물이 뜨거운 지중해의 태양 빛을 삼켜버리는 모습에 피곤한 발바닥도 잠시 숨을 고른다. 첨탑 외벽의 수많은 구멍이 마치 메두사의 머리카락처럼 일어나 나를 돌로 만들어 버리는 착각 속에서 무려 30분 동안이나 움직이지 않고 한자리만 지켰던 기억이 새롭다. 미완으로 남는 것이 차라리 더 아름다울 것 같은 건축 성인의 작품은 끝을 모르는 진행형이다.



(람블라스 거리)



가우디의 천재성을 읽고 후원을 아끼지 않았던 사업가 구엘의 이름을 따서 설계한 구엘 공원, 구엘 팰리스, 구엘 패빌리언에서 화룡점정이라는 고사성어가 왜 생각났는지. 평생을 독신으로 살다가 전차에 치여 죽었다는 가우디의 불행한 생애가 그가 만든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건축물과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완성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사람들에게 바르셀로나를 권한다. 끝까지 바르셀로나를 외치고 바르셀로나를 작품 속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가우디의 혼이 미완으로 남는 것의 미학을 생생히 말해 줄 것이다.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에서 국제통상협상론과 무역경영론을 가르치고 있다. 해외파견 근무 및 55개국 300여개 도시를 여행한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문화에 대한 글을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으며 한류산업과 다문화시대의 협상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