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칭화대에서 만난 한국 학생들

입력 2012-02-08 03:02 수정 2015-08-04 09:34
중국 최고의 명문 대학으로 손꼽히는 칭화대학교. 주룽지, 후진타오, 시진핑, 우방궈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중국의 유력한 정치 지도자가 칭화대 출신이며, 비록 중국 국적은 아니지만 1957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양천닝 교수도 칭화대 출신이다. 미국인에 의해 설립된 칭화대가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학교의 권위가 올라감에 따라 외국 학생의 수도 늘어서 많은 나라의 학생이 칭화대에서 공부하고 있다. 아름다운 캠퍼스를 가진 것으로 세계 14위 안에 들어가는 칭화대를 직접 방문했다. 그리고 한국 유학생들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우선 두 명의 학생을 인터뷰하는 귀중한 기회를 얻었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칭화대 캠퍼스)

 

1. 본인과 칭화대 한국 학생회에 대해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공이슬: 저는 칭화대 공업공정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공이슬 이라고 합니다. 한국 학생회(회장 이종민)는 벌써19대째를 맞이하였고, 회장은 학생들의 선거에 의해 선출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학생회도 체계가 잡혀가고 있습니다. 칭화대 본과에 재학중인 한국학생만 1000여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어학연수로 온 학생들과 교환학생도 상당한 수입니다. 그래서 학생회장, 학생회 및 각 과의 대표들이 꾸준히 좋은 프로그램 (초청회, 운동회, MT, 선배들과의 만남)을 기획해 한국유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한국 유학생 회가 칭화대로부터 정식 비준을 받은 상태는 아닙니다. 그건 다른 나라의 학생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요한 것은 해마다 학생회가 발전해 가고 있고, 이제는 행사를 할 때 대기업들의 후원도 받는데 상당히 고무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세희: 저는 현재 생물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정세희라고 합니다. 저는 2008년도에 한국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베이징에 와서 한 학기의 언어연수를 했습니다. 그리고 중국학교에서 중국학생들과 고1을 함께 보내고 1년 월반을 한 후, 1년 동안 시험을 준비해서 칭화대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칭화대 생물학과 2학년 정세희 학생)

2. 중국으로 유학을 오게 된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인지요?

공이슬: 저는 중2때 중국 유학을 오게 되었는데, 외교관이 꿈이었습니다. 영어는 이미 포화상태고 중국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중국 담당 외교관이 되고 싶어서 오게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꿈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정세희: 제 꿈이 국제구호활동가라서 외국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걸 보고, 듣고, 생각하고 여러 가지 경험을 쌓기 위해 외국으로 가고 싶었는데, 마침 중국에 계신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중국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칭화대 공업공정학과 3학년 공이슬 학생)

3. 중국에서 공부하면서(혹은 살면서) 느꼈던 가장 큰 문화적 차이는 무엇인가요?

공이슬: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한국을 떠났기 때문에 한국의 교육 방식을 잘 모르지만 한국의 중고등학교 시험문제들이 대부분 객관식이었다면 여기는 서술형이 많습니다. 저는 이과를 전공하고 있습니다만 중국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여러 가지 관점으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사고하는 능력을 기르게 합니다. 살면서 느끼는 부분은 교통문제와 에티켓문제 입니다. 이 두 문제가 7년 유학 생활 중 시작부터 지금까지 불편한 부분이고, 여전히 고쳐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이곳은 차나 사람이나 교통 신호를 많이 무시합니다.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기 보다는 자기가 우선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줄을 서기는커녕 내리기도 전에 먼저 타고, 밀치고 난리도 아니죠. 이럴 때마다 내가 왜 이런 곳에 있나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정세희: 사실 여러 면에서 비슷한 것들이 많지만, 정치체제가 다른 게 알게 모르게 차이를 느끼게 했던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공산주의 바탕의 활동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항일학생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공산주의 사상을 고취시키는 노래 등을 부르는 대회를 연다거나 학과 안에서 학생들끼리 모여 중국과 공산당에 대해 서로 문제를 내며 공부를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런데 대체적으로 일반인이 정치에 관심이 없습니다. 선거방식이 한국과 달라 그런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어떤 면에서는 공산주의가 틀린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여러 사람과 교류를 하며 좋고 나쁜 것이 아닌 ‘ 다름’에 대해서 배워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눈 오는 날의 칭화대 정문)

4. 칭화대학교는 베이징 대학교와 더불어 중국 최고의 명문 대학으로 알고 있는데, 칭화대학교 다니고 있는 중국 학생들의 수준은 실제로 어떤가요?

공이슬: 미국의 대학들은 유학생도 미국학생들과 똑같이 SAT를 봐서 들어가는 반면에 중국은 유학생들이 보는 대학시험이 따로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입시 준비를 하면서 베이징 대학, 칭화 대학을 조금 얕보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들어와보니 역시나 엄청났습니다. 중국은 땅도 크고 인구고 많죠. 듣기로는 각 성에서 1,2등 하는 학생들이 칭화대에 들어온다고 합니다. 애들이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고 어수룩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정말 많이 똑똑합니다. 사고 하는 것이 남다르죠. 듣는 수업도 저희 유학생들보다 많은데도 숙제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GRE도 준비하고 영어 외에 다른 외국어도 배우고 운동도 합니다. 1~2학년 때는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신기할 정도입니다. 분명 하루 24시간을 동일하게 쓰고 있는데도 그 친구들은 저 일들을 다 하면서도 저보다 훨씬 수준이 높으니까요.

정세희: 칭화대의 중국학생들은 각 성에서 몇 만에서 몇 십만 명의 수험생 중 몇 명으로 뽑혀온 수재들입니다. 공부와 시험 방면의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있죠. 칭화대 학생은 시험기계라는 말이 있지만 중국학생들과 함께 지내며 겪은 바로는 공부능력도 높지만 많은 시험을 거치며 길러온 인내심, 평정심, 자기조절능력은 존경할 만한 점입니다. 또, 그들의 두뇌회전 속도나 문제를 해결하고 대처하는 능력에 놀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캠퍼스가 넓어 자전거를 이용하는 학생이 많다)

5. 한국에는 연고전 같이 라이벌 관계에 있는 학교가 정기적으로 스포츠 대회를 여는데 중국에도 이와 비슷한 것이 있나요? (꼭 칭화대와 베이징대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공이슬: 칭화대 자체만으로도 규모가 상당해서 그런 라이벌 관계에 있는 학교와의 스포츠 대회는 없습니다. 작년에는 한국 유학생 회에서 베이징 대와의 운동회를 준비한 적이 있는데 문제가 생겨서 소규모로 발 야구와 농구만 진행이 되었습니다. 이건 그냥 한국 유학생 회끼리 결정에서 한 것이었고, 실제 학교 대 학교로 하는 것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세희: 중국은 체력단련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은 각 대학마다 1학년에서 3학년까지의 필수과목에 체육이 있습니다. 칭화대 같은 경우는 일학년 때 꾸준히 달리는 연습을 하도록 지문인식기가 학교 곳곳에 설치되어있어 달리는 거리도 측정하고 체육 점수에도 포함됩니다. 베이징 전체에 소재한 학교의 전문 운동선수가 모여서 체육대회(한국의 체전과 비슷)를 여는 것은 있지만 연고전 같은 형식의 스포츠 대회는 없습니다. 대회를 주최하고 학생을 조직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어서 그럴 수 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6. 중국은 엄청난 속도로 경제 발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많은 사회적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중국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공이슬: 빠른 속도의 경제 발전이 중국 내에 주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빈부 격차가 아닐까요. 사람들의 수준이 빠르게 발전하는 경제수준을 따라 가지 못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2008년 올림픽 당시 문명, 문화인 등을 강조하긴 했지만 끝나고 난 후 딱히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위의 문화차이 질문에서 답한 그런 에티켓 관련 부분에서요. 그리고 아시다시피 중국은 모방, 가짜의 나라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싸게 구입할 수 있으니 좋을 수 있지만 기업들 입장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되겠지요.

정세희: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국민의 권리의식이나 시민의식이 뒤떨어집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권리를 주거나 통제하지 않으면 전체 국가에게 혼란과 무질서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의 선진국도 이런 과정을 겪고 선진국이 되었지만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국들이 거의 선진국이기에 항상 비교의 대상이 되고 중국을 비판하죠. 인터넷의 발전과 동시에 전세계의 교류가 많아져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민주주의와 선진국의 모습을 알게 되었고 권리 의식도 생겼습니다. 전체적으로 중국 정치 체제와 중국의 발전방식이 마찰을 일으킨다고 생각합니다.



(미술대학 앞에는 현대적인 조형물도 있다)

7. 중국에서 학교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공이슬: 특별히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없고, 이번 여름에 저희 과에 있는 중국학생들과 단체로 인근 바닷가에 1박2일로 놀러 갔었습니다. 이공계 과들은 여름방학 마다 5주간의 필수 계절학기가 있습니다. 그 수업을 듣는 기간에 한 주 주말을 잡아 단체로 놀러 갔었는데 저희는 한국 소주를 가져가 중국친구들과 ‘소맥’ 을 만들어 마시며 놀았던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아무래도 대학이라 개인적으로 수업을 들으러 다니기 때문에 친해질 기회가 많이 없었거든요. 이번에 가서 게임도 하고 저녁엔 캠프파이어랑 술도 마시고 하니 좀 더 편해진 것 같습니다. 칭화대 학생들도 술 마시고 노는 것을 꽤 좋아합니다. (웃음)

정세희: 반 애들끼리 생명학원 축제에 나갈 연극을 연습하던 것이었습니다. 물론 2심에서 떨어졌습니다. (슬픈 표정)

8. 중국으로 유학 가려는 한국 학생들이 아주 많습니다. 이들에게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말은?

공이슬: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지만 유학의 궁극적인 목표는 그 나라의 언어를 최대한 마스터 하는 것입니다. 중국도 이미 한국 유학생, 기업들이 많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사실 중국어 못해도 살 수 있게 환경이 마련 되어있어요.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죠. 그래서 이곳에 와서 한국유학생들과만 어울리고 한국 문화를 쫓는다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 것입니다. 아울러, 중국은 절대 얕보면 안될 나라입니다. 현재는 물가도 상당하고, 베이징 대, 칭화대 학생들의 수준은 한국의 명문대와 비교해서 더 뛰어났을지언정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이곳에 오기로 결정했다면 마음 단단히 먹고 와야겠죠.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처음엔 베이징, 상하이 등 한국 사람이 많은 곳 보다는 지방에서 언어를 좀 익히고 옮기는 것이 좋습니다.

정세희: 십 년 전만해도 중국으로 도피유학을 오는 학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요 몇 년 새 비전과 꿈을 가지고 와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아 지고 있습니다. 중국유학에 대한 부푼 꿈을 가지고 왔는데 실망한 적도 있었습니다. 확실한 목표의식 없이 생활하는 경우도 많이 봤거든요. 수업 중 복도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한국 학생들도 있었고, 또한 중국에 온지 몇 년이나 되었는데도 말도 잘 못하고 한국인끼리 어울려 다니는 경우도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정말 한국인으로서 부끄러울 때도 많았습니다. 뚜렷한 목표의식 없이는 여기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열심히 공부할 각오가 없다면 한국에 있는 게 더 나은 길일지도 모릅니다. 중국에 와서 한국에 대한 인상을 바꿀 수 있는 게 바로 여러분 입니다. 중국의 수재들과 함께 공부하고 어울리며 좋은 것 많이 배우실 수 있길 바랍니다.

(칭화대 본관 건물의 위용)

중국은 역사적으로 한반도에 사는 우리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나라이다. 청나라 말기의 혼란과 공산당이 집권하는 큰 변화를 겪었지만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문호개방과 경제 발전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권을 이루었다. 중국은 유인 우주선 발사를 성공하는 등 과학 분야에서도 세계인을 놀라고 하고 있으며, 문화적으로도 서서히 강국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한국 학생들의 중국 유학 열풍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두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듯이 자신이 유학을 통해서 이루려는 명확한 목표 설정 없이는 결코 현지에서의 공부 과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중국 최고의 수재들이 공부하는 칭화대 같은 곳에서는 말이다.

눈발이 날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칭화대 캠퍼스를 방문한 것은 참 유쾌한 일이었으며, 두 학생을 인터뷰 할 수 있었던 것도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었다.

- 이 글은 본인이 12월 18일 교과부 블로그에 기고한 글입니다.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에서 국제통상협상론과 무역경영론을 가르치고 있다. 해외파견 근무 및 55개국 300여개 도시를 여행한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문화에 대한 글을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으며 한류산업과 다문화시대의 협상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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