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잘 쉬는 사람이 일도 잘 하기 마련

유난히 비가 많은 올 해다. 기습적인 폭우가 쏟아지고 산사태가 나서 많은 이재민이 발생한 무심한 여름이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로 변했다는 말도 이미 오래 전부터 듣고 있다. 비가 많이 오니 건설업종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일거리를 찾지 못해 고민하고, 택배업에 근무하시는 분들은 물건을 배달하는데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결혼을 앞둔 사람들은 결혼식 날에 비가 오면 어쩌나 근심하는 일도 많아졌다.

 

우리나라에서 여름은 휴가 시즌이다. 휴가를 자신이 원하는 날에 맞추어 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도 점점 확산되고 있지만 7월과 8월에 대부분 휴가를 떠난다. 특히 수많은 부품이 들어가는 자동차 회사의 경우, 특정한 생산 공정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휴가를 가면 생산 라인 자체가 멈추기 때문에 특정한 날에 모든 직원이 휴가를 떠나는 것이 정설로 여겨진다.

국내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는 후배도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회사가 정한 날에 휴가를 다녀왔다. 본인이 가고 싶은 날에 떠나는 것이 진정한 휴가인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 야속하기만 하다. 물론 우리나라의 휴가는 길지도 않다. 아무리 길어도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보는 사람은 삼사일 정도의 휴가를 즐기는 것도 감지덕지다. 이렇게 어렵게 떠나는 휴가에 날씨가 나빠 폭우라도 쏟아지면 밖에 나갈 수도 없게 된다.

열대성 폭우가 쏟아지기 직전의 휴양지 모습

짧게는 4주, 길게는 8주까지 계속되는 유럽의 여름휴가는 우리에게는 실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사회적 생산성의 관점에서 본다면 너무 긴 휴가는 우리의 실정에 맞지 않을 수 있지만 평소 하지 못했던 일을 하거나,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가보고 싶었던 여러 나라를 여행할 수 있다 것만으로도 단순한 부러움의 단계를 넘어 동경까지 하게 된다.

 

유럽의 휴가는 그야말로 recreation의 진정한 의미를 구현한다. 휴가를 통해 일 년간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고 스스로를 ‘재탄생’ 시키는 계기를 만든다. 하던 일손을 놓고 일상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뒤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휴가를 의미하는 vacation이라는 단어는 어떤 것으로부터 해방되다 라는 뜻인 에서 파생되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자신을 옭아매었던 어떤 것에서 해방된 것과 같이 자유스러움을 느끼는 것이 휴식이고 휴가이다. 모든 것에서 해방되어 관조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면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았던 문제들도 의외로 쉽게 풀리기 마련이다.

 

학생들이라면 여름은 방학의 계절이다. 방학 때도 수많은 과제를 하느라 뒤떨어진 과목을 공부하느라 방학이 시작되기 전보다 더 바쁜 것이 우리의 교육 현실이다. 학교대신 학원으로 달려가고 외국으로 단기 어학연수나 문화체험학습도 나간다. 무엇을 위해 왜 공부해야하는 가를 생각하기 보다는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활동도 많다. 지난 학기를 되돌아 보고 다음 학기를 위한 재충천을 하는 것이 아닌 입시를 위한 공부로 지쳐가는 학생들도 많이 보았다. 방학 때 산으로 들로 뛰어 다니며 신나게 놀 던 방학은 예전의 추억으로만 남아 있는 것 같다. 잘 쉬지 못한다면 잘 공부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잊은 채로 공부에만 열중하는 방학을 생각하면 딱하기까지 하다.


자연과 함께하는 휴식이야말로 진정한 휴식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여름휴가를 가지 못한 나로서는 4년 전 태국의 휴양지에서 만났던 아일랜드 젊은이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 난 이 곳에서만 벌써 3주간 체류 중인데 내가 읽고 싶었던 책을 다섯 권째 읽고 있어요. 앞으로 세 권을 더 읽고 귀국하려고 해요. ”  방학 때에도 공부에 찌든 우리나라 학생들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방학이라는 것이 성적을 올리기 위한 기간이 아닌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것을 하면서 진정한 재충전의 기회로 생각한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라는 태생적 환경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직장인이라면 귀중한 휴가, 학생이라면 학생만이 누릴 수 있는 방학을 잘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모든 것을 잊고 업무나 공부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업무와 공부를 걱정하는 마음으로는 제대로 된 휴식을 할 수 가없다.

둘째,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 평소에 마음속으로는 생각했지만 시간이 없어 할 수 없었던 일을 해보는 즐거움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 매년 진행하고 있는 하계교사연수 참가하여 천체 망원경의 사용법을 배우는 선생님들의 인터뷰를 방송을 통해 보았다. 쉬는 것이란 결국 매일 반복되는 업무에서 벗어나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개념이 포함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그러기 위해서는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잘 쉬기 위한 잘 짜여진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쉬는 것도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계획이 없다면 쉬는 것이 아니라 그냥 시간을 보내는 것이 되기 쉽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쉬는 것과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다.

하늘을 날던 잠자리조차 무더위에 지쳐 집 앞에 내놓은 책상 위에 앉았다.


얼마 남지 방학기간 만이라도 우리 학생들이 정말 잘 쉬었으면 좋겠다. 방학 기간 동안 부모님의 격려 속에서 하고 싶은 일을 계획적으로 하고 돌아온 학생들의 얼굴을 보면 다음 학기를 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안식의 기쁨도 서려있다.

방학기간에 제대로 쉬지 못하고 공부만 한 학생들의 얼굴에는 뭔가 아쉬움과 불만의 표정이 남아있다. 잘 쉴 수 있는 사람이 일도 잘하고 공부도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우리 사회에 퍼져나갔으면 좋겠다. 비가 오는 날이 많아서 그런지 잘 쉬는 것이 아주 중요했던 2011년 여름이다.

– 이 글은 8월 27일 본인이 교과부 블로그에 기고한 글입니다.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에서 국제통상협상론과 무역경영론을 가르치고 있다. 해외파견 근무 및 55개국 300여개 도시를 여행한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문화에 대한 글을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으며 한류산업과 다문화시대의 협상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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