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친구가 많아서인지 지난 3월 11일 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곧이어 발생한 원전사고는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전대미문의 지진과 원전사고는 일본인들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고, 원전에서 새어나온 각종 방사능 물질은 전 세계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으며, 일본 일부 지역에서는 수돗물에서 조차 기준치를 초과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어 일본 정부는 어린이와 노약자들은 마시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을 정도다.

아비규환의 충격 속에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하여 여러 나라들의 구호품이 지진이 발생한 지역에 전달되고 있지만 이재민들은 고통 속에서 매일을 지내고 있다. 한국도 구조대를 파견해 도왔고 생수를 포함한 생필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 나아가 우리나라 회사에서 구호기금을 모금하고 있으며 대학에서는 자발적으로 일본을 돕자는 캠페인이 벌어졌다.

 

자연의 대재앙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현재까지 인류가 개발한 여러 장비를 가지고 예측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번처럼 상상을 초월한 지진이나 해일을 마주하게 되면 인간의 힘으로 미리 대비한다는 것이 부질없어 보이기도 한다. 한국도 자연재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일본과 같은 참사를 당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러나 대재앙 속에서도 감정적으로 격앙되기 보다는 차분히 문제를 수습하려고 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국에 이런 재앙이 닥쳤을 때 우리도 저렇게 대응할 수 있을까라는 상상도 많이 하는 요즈음이다.

일본 이바라키 현에 사는, 본인의 친구인 Kurosawa Yuko 를 인터뷰했다. 그녀는 일본의 명문 와세다 대학교에서 일본 문학을 전공하였으며 지금은 이바라키 현 미토 시에 소재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이바라키 현은 이번 지진 피해를 입은 이와테 현에 인접해 있는 지역이다. 대재앙을 바라다보는 일본인들의 생각을 직접 들어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재해를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재해를 어떻게 극복하는 가와도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와세대 대학에서 일본문학을 전공한 Kurosawa Yuko

 

 



Q1 
지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집도 잃고 가족도 잃었습니다. 현재 가장 불편하고, 또 두려운 것은 무엇입니까.

역시 방사능 유출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사능 유출은 직접적으로 신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걱정의 차원을 넘어 두렵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방사능 오염 때문에 일본 경제가 장기간 침체될 수 있고, 국제적인 환경문제로까지 커질 수 있는 것이 더 안타깝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 지 잘 모르겠지만 현재의 상황이 슬픕니다.

 

 



Q2 
각종 매체 보도에 의하면 이번 지진이 발생했을 때 이번 정부의 초기 대응이 신속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는데요. 일본인으로서 일본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은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어떤 재해가 닥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피해규모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인 피해 규모를 우선 파악해야 어떤 방식으로 피해를 복구할 지에 대한 대응책을 세울 수 있겠지요.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일본 정부가 피해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방대한 지역에서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했고, 후쿠시마의 원전도 손을 쓰기가 무섭게 불안정한 상태로 빠져버렸습니다. 엄청난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한꺼번에 발생한 것입니다.

쓰나미가 몇 개 도시를 순식간에 휩쓸고 지나간 상황이었기 때문에 피해를 입은 도시는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기능 자체를 상실해 버렸습니다. 시의 대표자인 시장님을 비롯하여 공무원들이 목숨을 잃었으며, 수많은 빌딩들도 다 날아가 버린 상황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국도와 고속도로, 철도가 안전상 접근하기 어렵게 되었고, 계속 되는 여진으로 모두가 불안한 상태였습니다.

 

이번 지진은 단순하게 위기관리 능력을 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죠. 원전 문제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었다고 보지만 워낙 피해가 거대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논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도호쿠 지역의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각 단계마다 최선의 대응책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능력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일을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비판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편집자주 : 이 인터뷰는 3월 말에 이루어졌습니다.)  




 
지진과 쓰나미가 일어나기 전 아름다왔던 미야기 현의 모습




 



Q3 
일본은 모든 업무에 대한 매뉴얼을 가지고 있고, 준비된 매뉴얼에 의거하여 업무를 정확하게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는 너무 매뉴얼에 의존하다가 신속한 대응을 못했다는 비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너무 매뉴얼에 의존하다가 구호품 등을 적기에 전달하지 못했던 것은 아닌가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인명 구조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정부는 자위대를 파견하여 인명 구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3월 29일까지를 기준으로 이재민 수는 18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위한 음식과 의류 등을 어떻게 신속하게 준비할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원자력 발전소 문제도 동시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죠. 일에는 순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빠른 것이 언제나 좋다고 말할 수는 없겠죠.

 

한 가지 더 말하고 싶은 것은 일본 정부도 이번 지진에는 아주 파격적이고 예외적인 조치를 많이 취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유연성에 놀란 일도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의사 면허를 취득하지 않은 사람은 환자를 치료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다른 나라에서 파견된 의사들도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게 허락해주었습니다. 큰 재앙이 일본 정부를 유연하게 만든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Q4 
지금 일본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무엇이 필요하다고 구체적으로 하나씩 집어서 다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모두 힘든 상황이지만 이럴 때 일수록 용기를 잃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이런 순간에도 유머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Q5 
지금 한국에서는 회사, 학교 등에서 일본을 돕자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제일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을 도와야한다는 한국의 일본 돕기 열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한국의 이런 노력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언젠가 일본이 한국이 베풀어 주신 이런 도움에 대해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지진으로 무너진 축대에 깔려있는 자동차들

 

 



Q6
한국과 일본의 바람직한 관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한국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입니다. 그러나 정서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리적으로 가까워도 생각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를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로 많은 교류를 하고 있지만 서로에 대해 잘 이해하고 알려는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아는 노력을 할 때 바람직한 양국 관계가 비로소 형성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7
마지막으로 이번 일본 지진 사태를 경험한 후, 꼭 하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

시간이 갈수록 생활은 점점 정상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와테 현이나 미야기 현, 그리고 후쿠시마 현에 비하면 제가 살고 있는 이바라키 현의 피해는 작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많은 불편함과 고통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제 언니(Kurosawa Masako)는 이번 지진으로 직업을 잃었습니다. 언니가 일하던 가게가 지진으로 무너져버렸기 때문입니다. 많은 가게와 식당이 문을 닫았고 휘발유를 사기 위해서는 오래 기다려야 합니다. 휘발유를 얻기 위해 세 시간을 기다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물론 기다린다고 모두 휘발유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 동료는 휘발유를 사기 위해서 8시간을 기다렸다고 합니다. 전기를 아껴야 하기 때문에 히터를 킬 수 없어서 추위에 떨고 있습니다.

철도를 이용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출근할 때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주변에 더 이상 살 수 없게 된 집들도 너무 많습니다. 저도 피해를 직접적으로 입은 현에 있었다면 죽었을 지도 모릅니다. 이번 지진 피해를 다 복구하기 위해서는 끝이 없는 시간이 들 것 같아요. 그러나 저는 불평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나와 나의 가족은 아직 살아 있고, 잘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며 아직 나는 직업을 가지고 있고, 샤워를 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번 지진을 통해서 인생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하는 귀중한 기회를 얻었답니다.

 

 

 
다시 활기찬 일본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바란다.


 

대자연의 재앙 앞에서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 일본 사람들이지만 좌절하지 않고 서로를 격려하는 성숙한 모습은 일본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자연 재해가 일어난 직후부터 온갖 약탈행위가 벌어지는 다른 나라의 모습을 언론 매체를 통해 많이 접했던 우리들로서는 일본인의 침착한 모습이 신기해보일 정도였다. 주유소 앞에서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과 자기만 살겠다는 생각으로 모든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다른 나라의 모습은 너무 달라 보인다. 우리에게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 그러나 친해지기 위해서는 더 많이 알아야하는 일본. 일본이 하루 속히 현재의 고통 속에서 벗어나 웃음을 되찾기를 기대해 본다.


- 이 글은 4월 13일 교과부 블로그에 본인이 기고한 글입니다.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에서 국제통상협상론과 무역경영론을 가르치고 있다. 해외파견 근무 및 55개국 300여개 도시를 여행한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문화에 대한 글을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으며 한류산업과 다문화시대의 협상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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