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부이야기를 하면 끝이 없을 거 같다. 그래서 지난번에 이어 학창시절의 오래된 노트를 가지고 영어 공부이야기를 좀 더 이어나갈 까 한다. 외국어로서의 영어 학습에는 문법도 중요하고, 어휘력도 중요하고, 청취력과 회화 능력도 중요하다. 언어를 배우는데 있어서는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나 사람마다 영어를 공부하는 방법과 노하우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이 더 우선순위가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즉, 정답은 없다. 회화능력이 중요하다고는 하나 청취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고, 어휘력이 없이 작문이나 독해를 잘 할 수 없음은 누구나 하는 사실이다. 혹자는 문법 교육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데, 태어나자마자 반복적으로 듣고 배우게 되는 모국어가 아닌 이상 문법을 제대로 아는 것도 중요하다. "한 명의 아이들이 있다" 라고 말한다면 어느 정도 의미는 전달되어도 굉장히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

  


 

Once in a blue moon 이라는 표현은 극히 드물어서 여간해서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파란 달을 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데 우리 속담에도 " 게 눈 감추듯이 먹는다 ' 라는 표현에서 느낄 수 있듯이 표현도 지극히 과장된 표현이다. 파란 색 달이 뜰 수 있는 가능성은 실제로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to rock the boat 라는 표현은 균형을 깬다는 의미이다. 물 위에 떠 있는 배를 흔들면 배 위에 있는 물체나 사람들도 같이 흔들리게 마련인데 이런 상황을 균형을 깬다는 뜻으로 연결 지은 것이다. 이런 표현이야말로 우리말과는 많은 차이점을 보이는 것이라고 하겠다. 




One-horse town 이라는 표현도 재미있다. 아주 작은 마을이라는 뜻으로서 마을을 통틀어 말 한 마리밖에 없는 다분히 수량적인 개념으로 표현을 만들어 내었다. shotgun wedding은 강제 결혼이다. 단어로만 봐서는 그 뜻이 잘 짐작이 되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 영어와 우리말의 정서적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물고기와 관련된 재미있는 표현이 있는데 fishy라는 단어가 그것이다. 뭔가 의심스러워서 납득이 안가는 상황을 말한다. 어떤 사람이 일어난 문제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을 하지만 여전히 미심쩍은 것이 많아 보이는 경우에 쓸 수 있다. 정부기관이나 특정 단체가 어떤 중대한 사건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엿보이는 경우에도 쓸 수 있다. " Sandy is always making fishy excuses for being late " 라는 문장은 “샌디는 언제나 늦은 것에 대해서 이해가 잘 안가는 변명만을 늘어놓는다” 고 해석될 수 있는데, 개인이나 국가나 이해할 수 없는 의심스러운 행동을 해서는 안 될 거 같다. 이럴 때 생각나는 속담이 " Honesty is the best policy " (정직이 최선의 방법) 이다.

 

As the crow flies 라는 표현은 일직선상으로 곧장 이라는 표현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흉조로 여겨지는 까마귀가 영미권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새에 비해서 비교적 직선으로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인 모양이다. 아침에 까마귀가 울면 재수가 없다는 식의 약간은 금기시되었던 새가 서양에서는 비교적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거 같다. " As the crow flies my hone is about 3 miles away “ 라는 말은 " 내 집은 여기서부터 직선거리로 3마일 떨어져 있다 " 라는 뜻이 된다.

  


  

색깔로서의 파란색은 아주 좋은 대우를 받는다. blue blood는 상류 계급을 뜻하는 귀족 출신이라는 뜻이고, blue-brick university는 전통 있는 대학을 말한다. 파란색 벽돌로 쌓아올린 대학이라는 말은 설립된 지가 오래되어 벽돌에 파란 이끼가 끼어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뜻일 것이다. 전통을 중요시하는 영미인들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blue-ribbon이라는 말은 최고급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파란 색이 얼마나 고품격의 색인지를 잘 알 수 있다. 




그 반면에, 검정색은 그다지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 black lie라는 표현은 악의에 찬 거짓말 이란 뜻이고, black frost 는 된서리 내지는 모진 추위를 말하며, black dog 은 우울증을 말한다. 직역하면 검정 색 개를 의미하는데 아마도 검은 털을 가진 개가 다른 색깔을 가진 개보다 더 우울하게 보여서 그런가보다.

  


  

가축은 여러 가지 표현에 등장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닭이나 개, 소, 말, 양같은 가축들은 인간들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속담에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 "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 "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 와 같이 가축에 관련된 표현이 많이 있다. 비단 가축이 아니더라도 동물과 관련된 표현은 아주 많다.




sheepskin은 직역하면 양의 피부 즉, 양가죽을 말하는데, 졸업증서를 의미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얼핏 보면 양의 가죽이 왜 졸업증서를 의미할 까라는 의문도 들지만, 인류 문명이 발전해가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의외로 쉽게 이해가 된다. 종이가 발명되기 전에 사람들은 동물의 가죽에 글씨를 썼다고 한다. 




그런데 글을 쓸 수 있는 사람도 소수에 불과했거니와 가죽을 얻는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아주 중요한 문서가 아니고서는 무언가를 가죽에 적는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실용적인 면으로 보면 투박하고 두꺼운 소가죽보다는 부드러운 양가죽에 글을 쓰는 것이 편했을 것이다. 종이도 없는 시절에 졸업증서같이 중요한 문서를 양가죽 위에 썼던 것은 그 당시로서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Chicken scratches 는 서툰 글씨, 즉, 악필을 의미하는데 닭이 먹이를 찾으려 발로 땅을 헤치는 장면에 착안한 표현이다. 닭이 발로 헤쳐 놓은 흔적은 누구도 알아볼 수 없는 데 그 닭의 흔적을 사람이 쓴 글씨와 연결 지어 표현한 것이 재미있기만 하다. 사실 나도 상당한 악필이라서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했던 기억이 새롭다 . 물론 지금은 학창시절보다 더 악필이 되었다. 가끔은 닭이 만들어 놓은 흔적이 더 잘 된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Come rain or shine 이라는 표현이 있다. 비가 오던 햇빛이 비추던, 즉, 무슨 일 있어도 라는 뜻이다. 우리말에도 날씨의 상황에 관계없이 어떤 일을 할 때 이런 표현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영어도 똑 같은 거 같다. The mailman delivers the mail everyday, come rain or shine (비가 오든 안 오든 언제나 집배원은 편지를 배달한다) 라고 표현할 수 있다. 




비의 종류에 대한 표현도 노트에 잘 정리되어 있다. 사실, 우리말에도 가랑비가 있고 보슬비가 있고, 추석 기간 중에 우리를 놀라게 했던 폭우가 있다. 영어에도 비의 양에 따라 비를 표현하는 방식이 각각 다르다.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가 영어에도 있다. 많이 오는 비를 heavy rain 이라고 한다면, 순식간에 엄청나게 퍼붓는 비는 driving rain이라고 한다. 또한 drizzling rain 은 가랑비, fine rain은 이슬비, sprinkling rain 은 부슬 부슬 오는 비를 뜻한다. 이런 미묘한 차이를 알아두지 않으면 영작문을 할 때 보다 섬세한 표현을 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To chase rainbows는 직역하면 무지개를 쫓다는 뜻인데, 비현실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람을 묘사하는데 사용된다. George is so unrealistic.(조지는 비현실적이다.) He is always chasing rainbows (그는 언제나 이상적인 것을 추구하고 있다.) 라고 표현할 수 있다.

  


 

Pick 이라는 것은 ‘집다’ 라는 아주 기본적인 동사인데, pick-me-up 처럼 hyphen으로 연결되면 기분이 우울할 때나 피곤할 때 ' 기운을 북돋기 위해 한 잔 하는 주류 ' 를 뜻하게 된다. 아주 재미있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재미있는 단어로 gumshoe 라는 것이 있다. 형사라는 뜻이다. 신발의 밑바닥을 찰진 고무로 만들면 걸을 때 소리가 잘 나지 않는데 살금살금 다가가서 범인을 잡는 형사의 신발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은밀한 행동을 뜻하기도 한다. 고무로 된 창의 신발을 뜻하다가 고무창이 가진 특성이 확대되어 적용된 듯하다. 동사로 사용되면 ‘살금살금 걷다’ 라는 의미가 된다.

 


  

스포츠 경기에서의 패자를 also-ran이라고 한다. 또한 선거에서 패한 후보자를 일컫기도 한다. 사회적 문제가 되는 방화범을 arson 이라고 하는데 방화를 ‘저지르다’ 라는 뜻으로 사용될 경우에는 보통 commit 이라는 동사와 함께 쓰인다. 자살을 의미하는 단어인 suicide 또한 commit 동사와 연결되는데, 이 두 단어와 결합되는 동사를 묻는 문제가 종종 시험에 출제된다. 재미있는 또 다른 단어로서 auto-graveyard 가 있다. auto는 자동차를 의미하고 grave는 무덤을 의미하는데 자동차의 무덤이 있는 뒤뜰 정도라고 생각하면 폐차 집적소라는 뜻을 쉽게 연상해 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Konglish' 같지만 이 단어는 일상에서 실제적으로 쓰이는 영어 표현이다.

 


  

“부모님이 나를 낳으셨다 ”는 표현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아기를 낳는 것은 어머니다. 어머니가 낳는 것을 bear라는 동사로 표현한다면 ‘아버지가 낳다’ 라는 표현은 beget 이라는 동사를 사용하여 표현한다. 물론 아버지가 직접 아이를 낳는다는 의미가 아니고 자식을 두다는 의미이다. He begot one son and two daughters 라고 한다면 그는 아들 하나와 딸 둘을 두었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 어떤 결과를 초래하다 내지는 문제를 일으키다 라는 뜻으로도 쓰여서 “ Fear is often begotten of guilty ” 라는 문장은 “공포심은 종종 죄를 범한 데서 생긴다” 정도로 번역될 수 있을 것이다. lambaste라는 동사를 보고 있노라면 스페인어나 독일어가 연상될 정도로 영어 같지 않아 보인다. 몹시 꾸짖다. ‘후려치다’ 라는 뜻이다.

 


  

특정 명사와 함께 외워두면 편리한 동사들도 많다. 위에서 commit 라는 동사에 대해서도 간단히 설명을 했지만 ‘전쟁을 벌이다’ 라고 표현할 때는 wage라는 동사를 써서 'wage a war' 라고 표현하고, 의혹을 ‘증폭시키다’ 라는 말은 fuel 이라는 동사를 사용하여 fuel suspicion 이라고 쓴다. ‘희망을 걸다’ 라는 표현은 pin 이라는 동사를 사용하여 pin a hope 라고 쓴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단어인 wage는 명사로 사용하면 임금, 급료라는 뜻이지만 동사로 사용되면 ‘전쟁 등을 벌이다’, ‘행하다’ 또는 ‘발생하다’ 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평화를 유지하다’ 라고 표현하고 싶다면 역시 wage를 사용하여 wage the peace라고 말할 수 있다

 

Fuel은 명사로 연료라는 뜻이지만 동사로 사용되면 '자극하다', '어떤 일을 부추기다' 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pin 또한 머리핀을 뜻할 수도 있지만 동사로 사용되면 '희망, 신뢰 따위를 걸다' 라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명사적인 뜻과 더불어 동사로 사용될 때의 뜻을 알아두면 영어 실력은 크게 향상된다. 한 단어가 품사의 변화에 따라 그 뜻이 달라지는 경우를 별도로 정리해두면 각종 시험을 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혼돈하기 쉬운 표현도 있다. work-out 은 운동 또는 훈련이라는 뜻이지만 walk-out 은 전혀 의미가 다른 ‘파업’ 이라는 뜻이 된다. r 자와 l 자의 발음상 차이가 없는 한국어에서는 특히 r자가 사용되는 경우의 발음과 음가가 없는 l 자가 사용되는 경우의 발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듣기 시험 문제에 출제되는 경우가 많다.

 


  

오래된 학창시절의 공책 안에 이렇게 다양한 표현들이 숨어있었다니 스스로로 놀랐다. 영어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 듣고 말하기, 쓰고 읽기 모두가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반복적으로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단순히 열심히 하라는 말은 아니다. 어휘력을 늘이기 위해 단어를 암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특정 단어가 형성된 역사적 배경을 알고, 그 단어에서 파생된 파생어들을 함께 공부한다면 보다 효율적일 것이다. 암기한 단어를 활용하여 영어 일기를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이번 글에서 말하기와 듣기, 쓰기, 읽기에 대한 공부법 모두를 소개할 수는 없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듣기와 말하기 능력 향상에 대한 방법과 좋은 영작문을 위한 효율적인 학습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깊어가는 가을, 영어 공부를 하고자 마음먹은 사람이 있다면 예전에 적어 놓은 자신의 노트를 다시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 이 글은 9월 30일 교과부 블로그 ' 아이디어 팩토리 ' 에 본인이 기고한 글입니다.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에서 국제통상협상론과 무역경영론을 가르치고 있다. 해외파견 근무 및 55개국 300여개 도시를 여행한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문화에 대한 글을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으며 한류산업과 다문화시대의 협상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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