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도움 방법론

“당신은 부자이니 한국에 돌아가면 나에게 노트북 컴퓨터를 보내주면 좋겠습니다.”

국내의 NGO 단체와 같이 방문한 아프리카 케냐의 지방도시에서 본인이 받은 요청 아닌 요청이다. 처음 보는 나에게 노트북을 보내달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순간적으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부자로 여기는 것이 내심 한국의 경제력을 상징하는 거 같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너무 당당한 그의 태도에 이것은 뭔가 잘못된 ‘도움’의 결과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배고픈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고, 아픈 사람에게 치료제를 공급하는 식의 ‘무작정 도움’이 만들어 낸 그릇된 생각의 결과처럼 느껴졌다.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도움을 받는 사람이 의존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도움이 아닐 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도움의 의미를 여러 가지로 생각하기에 앞서, 배고픈 사람들에게 당장 허기를 달랜 빵만을 던져 주는 것은 과연 현명한 일일까. 마치 성경에 나오는 오병이어의 기적처럼 배고픈 사람들 전부에게 먹을 것을 골고루 나누어 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그런 기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처음 몇 번은 가난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구호의 손길을 줄 수 있지만 계속해서 돕는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베푸는 사람의 구호의 손길이 그들의 자립의지를 훼손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케냐 현지에서 베푸는 나눔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는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되었다. 다른 나라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단기간에 이룩한 한국인들의 노력의 결실이며 쾌거다. 우리도 잘사는 나라로부터 도움을 받았을 때가 있었다. 소위 ‘꿀꿀이 죽’으로 통칭되는 먹거리에 의지하여 생활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남으로부터 받은 것을 단순하게 소비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무언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 미군으로부터 받은 천으로 옷을 만들어 수출하고, 처음에는 중고차를 수리하여 탔지만 계속 개선하고 개발하여 세계 5대 자동차 강국의 반열에 올랐다. 받은 것에 가치를 더하여 되팔아서 이익을 창출하고, 고치면서 개선점을 발견하여 더 좋은 것을 만들어 내었다. 부품이 떨어지면 부품을 더 주기를 바라고 앉아있지 않고, 우리 스스로 부품을 만드는 노력을 경주하였다. 이런 노력의 결과는 도움을 주는 나라, 지속적으로 국격을 높여 존경받는 나라로의 업그레이드 그 자체였다.

너무 갑작스럽게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환골탈태해서 그런지 우리는 도움을 주는 훈련을 하지 못했다. 그동안은 무작정 나누어 주면 고마워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받을 준비가 되지 않는 상대방에게 무작정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받는 사람의 입장이 아닌 주는 사람의 입장에서 도움을 베풀고 스스로 뿌듯하게 여겨 온 것은 아닌 지를 숙고할 때가 되었다.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고 우리 국민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주긴 주되 정말로 잘 주는 연습을 할 때가 되었다. 정부차원에서도 잘 해야겠지만, 여러 가지 루트로 해외 봉사활동을 나가는 민간단체에서도 잘해야 한다. 정보가 공유되어 봉사활동이 한 곳에 중복되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현지의 관습과 문화를 잘 파악하여 도움의 의미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당신이 부자이니 내가 필요한 것을 사달라는 요청이 아닌, “ 내가 노트북 컴퓨터를 사기 위해 700불을 모았는데, 당신이 200불을 지원해준다면 고맙겠습니다.” “ 당신의 지원으로 내가 산 노트북으로 열심히 공부하여 가까운 미래에 대한민국과 협력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라는 말을 듣는 도움이 우리가 가야할 도움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에서 국제통상협상론과 무역경영론을 가르치고 있다. 해외파견 근무 및 55개국 300여개 도시를 여행한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문화에 대한 글을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으며 한류산업과 다문화시대의 협상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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