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해보겠다는 자신감과 장인정신

외국에 출장을 다니다 보면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디자인의 아이템을 접하게 된다. 의류나 신발 같이 직접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부터 방문한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결정짓는 멋있는 건물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에는 없는 것들을 보게 되면 마음이 설렌다. 건물같이 한국으로 가지고 올 수 없는 것은 카메라로 담아올 수 밖에 없지만, 상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것들은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과감히 지갑을 열 때가 많다. 신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란 결코 쉽지 않다. 나도 같은 부류여서인지 출장 중 막간의 시간을 내어 방문한 상점에서 여러 가지 새로운 것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

 

한일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6월에 스위스 취리히로 출장을 간 적이 있다. 모든 업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던 중에 구두 가게에 들렀다. 구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B사의 제품을 파는 상점이었다. 멋들어진 내부장식을 한 상점 안은 구매자들의 구매충동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나 역시 새로 출시된 제품 앞에서 구매를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를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신고 간 구두가 신은 지 1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실용적인 면에서 본다면 구매할 필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위스까지 온 마당에 좋은 구두를 하나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이 훨씬 강해졌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건대 이 세상 모든 충동 구매의 전형이 아니었나 싶다.

 

결국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40만원이나 되는 거금을 내고 마음에 드는 구두 한 켤레를 샀다. 그러나 비싼 구두라서 매일 신고 다니기도 부담이 되어, 신발장에 넣어두기가 일쑤였는데, 여름 장마철이 끝나고 신발장을 열어보았을 때, 구두 밑창과 윗부분이 습기 때문에 크게 벌어져 있었다. 속이 많이 상했지만 수리를 맡길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냥 신발장 속에 방치된 채 7년이 지나갔다.

 

올 초에 우연히 비닐에 쌓여있던 이 구두를 꺼냈다. 벌어진 사이로 곰팡이도 좀 피어있었고, 가죽도 예전에 비해 원래의 색을 잃은 상태였다. 수선비가 더 들 거 같다는 생각에 그냥 버릴 까도 생각했지만 워낙 큰 돈을 들여 샀던 거라서 수선이라도 한 번 맡겨봐야겠다는 생각으로 회사 근처 몇 군데 구두 고치는 곳을 찾아가 봤지만, 가죽으로 된 밑창이 워낙 말라버린 상태라 고치기가 불가능하다는 답변과 동시에 수선하는데 드는 비용이면 새 구두를 하나 사는 것이 낫겠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제 마지막으로 한군데만 더 물어보고 불가능하다라고 하면, 그냥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들어간 곳에서는 십분 이상이나 구두의 곳곳을 면밀히 살펴보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 가죽의 품질을 보니 아주 비싼 구두인 거 같고, 또 손님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물건인 거 같은데, 제가 한 번 고쳐보겠습니다.”  “당장은 힘들 거 같고 연락처를 남기시고 가시면 다 고치고 나서 연락 드리겠습니다.”  “이런 경우는 저는 처음 보는 거라서 힘들 거 같지만 좋은 경험이 될 거 같습니다.”

 

정확히 일주일 후에 연락이 왔고, 완벽하게 수선된 구두를 돌려 받을 수 있었다. 너무 고마운 마음에 수선 비용을 더 주려고 했지만 극구 사양하면서 보통 구두를 고칠 때와 같은 비용만 달라고 했다. 난 감동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 곳을 이용하라고 추천했다.

 

남들은 제대로 살펴 보지도 않고 못한다고 하는 것을 꼼꼼히 보고 한 번 해보겠다고 말하는 마음은 결국 장인정신이며, 그런 장인정인은 해보겠다는 긍정적인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라의 안팎이 시끄러운 요즈음 일상에서 발견한 신선한 감동이 나부터 심기일전해야겠다는 마음을 일깨운다.


– 6월 22일자 서울신문 글로벌 시대 코너에 실린 본인의 칼럼입니다.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에서 국제통상협상론과 무역경영론을 가르치고 있다. 해외파견 근무 및 55개국 300여개 도시를 여행한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문화에 대한 글을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으며 한류산업과 다문화시대의 협상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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