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의 의미도 업그레이드 되어야

입력 2008-08-01 02:42 수정 2008-08-01 12:52


칼럼니스트로부터:

오늘도 무더운 날씨였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에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거 같습니다. 그런데 어느덧 팔월의 첫 날이 되었네요. 올 해도 정확히 5개월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도 8일 밖에 안 남았구요. 어제 저녁 상암동에 있는 월드컵 경기장에서 한국과 호주 올림픽 대표팀의 축구 경기를 관람하였습니다. 올림픽 전에 치루는 마지막 평가전이었습니다. 축구선수들은 정말 대단한 거 같습니다. 34도에 가까운 온도에서 90분간을 전력 질주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 정말 선수는 선수인 모양입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 대표선수들이 선전하는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6월 30일자 서울신문에 실렸던 제 칼럼을 이 곳에 옮겨 봅니다. 올 해의 화두인 '실용'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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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가 길을 가고 있었다. 길의 오른쪽은 눈이 내려 얼음이 얼어 있었다. 그리고 길의 왼쪽은 불바다였다. 이 군대가 길 오른쪽으로 가면 얼어 죽게 되고, 길 왼쪽으로 가면 불에 타 죽는다. 하지만 가운데 길은 따듯함과 시원함이 적당히 조화된 길이었다. 유태인의 생활 철학이자 규범인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다. 한쪽으로의 치우침이 얼마나 위험한 가를 자각하게 하고, 중용의 덕을 강조하기 위해 우리에게 던져주는 작은 교훈이기도 하다.

물론 위의 이야기처럼 이쪽으로 치우치지도 않고 저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완벽한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에는 아무런 갈등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두 갈래 길에서 한쪽 길을 선택해야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사이고 현실이기에 보다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효율 내지는 실용을 찾게 된다.

위의 이야기를 좀 변형해서, 가운데 길은 없고 춥거나 뜨거운 길 중에서 한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추운 것에 강한 사람은 어름이 있는 오른쪽 길로 가고 싶을 것이고, 더위에 강한 사람은 조금이라도 왼쪽 길로 가고 싶을 것이다. 어느 쪽으로 가도 죽을 수밖에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더 나은 방법으로서의 효율과 실용은 공허한 외침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올 해 들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이후,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의 키워드는 시나브로‘실용’이 되었다.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실용의 뜻은 ‘실질적인 쓸모’ 이다. 일상생활에서 편리하게 쓰임을 받을 수 있어야 우리는 비로소 실용적이다 라는 말을 한다. 편리함도 없는데다가 나아가 이익을 줄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결코 실용적이라고 평가하지 않는다. 그래선 인지 정말 실용을 실천하고 있는 나라에서의 실용과 우리의 실용은, 같은 목표를 추구함에도 불구하고, 그 차이가 많아 보인다.
흔히 북구라고 통칭되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실용적인 국가 시스템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덴마크가 돋보인다. 사회 각 분야의 실용성을 한데로 통합하여 국가경쟁력으로 이어가는 모범적 사례를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다. 불필요한 부문은 통폐합하고 필요한 부문은 유연하게 보강한다. 통폐합하고 보강하는 과정에서 각 부문의 이익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실용을 생각하고 실천한다. 실용을 만들어 내는 과정 자체가 실용적이다. 실천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가지고 태어난 실용의 산물은 실질적인 쓸모 그 자체가 되고, 결과적으로 누가 말하고 지시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시너지를 창출한다. 그리고 실용이 만들어낸 열매는 골고루 나누어 향유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통폐합과 보강을 통해 실용을 기획하고 시행하려는 수뇌부들이 그 실용의 의미를 솔선수범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실용을 실천하라고 질책하거나 지시하지 않고 스스로를 먼저 실용적으로 변화한다. 실용을 외치는 자가 스스로를 먼저 변화시키기 때문에 타인으로 하여금 자발적 컨센서스(consensus)를 도출해 낼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선포하는 규칙의 형식이 아니라 스스로 느끼고 공감하고 좋아서 따라하게 만드는 것이다. 오일쇼크를 방불케 하는 초고유가 시대에 에너지 효율을 강조하며 구성원들에게는 대중교통수단 이용을 권유하면서, 스스로는 배기량 큰 자동차로 출퇴근 하는 수뇌부들은 형식과 껍질로서의 실용만을 만들어 낼 뿐이다.

디지털 포퓰리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대는 변했다. 그러하기에 실용이라는 의미도 업그레이드 되어야 한다. 품격이 다른 실용이 되어야 한다.

도깨비 방망이를 들고 실용적으로 변해라라고 외치는 명령과 지시로서의 실용이 아닌, 모든 구성원이 존경을 표하고 자발적으로 따르는 격이 다른 실용을 만들어 내려면, 실용의 기획가, 생산자, 집행자들이 스스로 실용의 진정한 의미인 실질적인 쓸모가 될 수 있도록 변하려는 노력부터 보여주어야 한다.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에서 국제통상협상론과 무역경영론을 가르치고 있다. 해외파견 근무 및 55개국 300여개 도시를 여행한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문화에 대한 글을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으며 한류산업과 다문화시대의 협상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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