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나이는 숫자도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나이가 참으로 중요하다. 나이가 많고 적음에 따라 호칭이 달라지고, 나이에 따라 행동이 규정되며, 일상의 언어 구사에도 많은 제약을 받는다. 때로는 나이를 먹었다는 것, 그리고 너무 어리다는 것 자체가 죄 아닌 죄가 되기도 한다. ‘ 나이의 법칙’ 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나라가 우리나라인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 고정화된 나이의 틀을 조그만 벗어나게 되면 나이 값을 못한다라는 식으로 비난을 받게 되며, 나이에 비해 조금만 심각하거나 조숙해도 왜 어른 행세를 하냐며 조롱을 받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나이와 행동을 규정하는 ‘ 나이 법전 ‘ 같은 것이 들어 있어서, 우리 모두는  나이라는 이름의 판사, 즉, ‘ 나이 판사 ‘ 의 판결을 늘 받고 살아 간다. 나이 법전을 어기면 어떤 이가 속해있는 조직에서 소위 ‘왕따’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 우리나라 사회이다. 나이 판사의 판결에는 상소도 할 수 없다. 그래서 ” 어른이 왜 그런 짓을 ” 내지는 ” 아이가 왜 그런 말을” 이라는 표현이 사회 곳곳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나이가 많아서 할 수 없는 것을 규정하고 나이가 어려서 또한 할 수 없는 것을 규정하기에 창조적인 발상의 도출은 점점 어려워 진다.

나이의 많고 적음이 행동을 통제하고, 말하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걸림돌이 되는 사회에서는 빨리 상대방의 나이를 물어 확인한 후, 상대방과 자신의 위치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일이 된다. 그렇기에 한국 사람들은 첫만남부터 나이를 묻게 되는 것이다. 나이를 묻지 않으면 상대방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판단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빠지게 된다.

모르는 사람들의 첫 회동에서도 나이를 묻는 것은 아주 일반화되어 있다. 간단한 자기 소개가 끝나고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상대방의 나이를 물어 누가 우위에 설 것인가를 확인한다. 그러다 보니 심지어 우리나라에 비즈니스 상담을 하러 온 외국 바이어들에게도 나이를 묻는다. 식사 시간이나 상담과 상담 사이의 coffee break 에서 은연 중에 몇살인지를 아주 자연스럽게 묻곤 하는 것을 난 아주 많이 보아 왔다. 국내 모회사의 광고 처럼 나이를 숫자에 불과한 것처럼 여기는 서구인들에게 나이를 직접적을 물어 보는 것은 때로는 큰 결례가 된다. 더구나 상대방이 여성이라면 직접적으로 나이를 묻는 것 자체가 결례를 떠나 비즈니스 상담을 아주 어색한 방향으로 몰고 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결혼도 나이가 있고, 묻거나 배우는 것에도 나이가 있고, 차의 크기에도 나이가 적용되고, 사는 집이나 입는 옷에도 나이가 적용되는 사회에서 살다가 나이가 전혀 중요한 요소가 아닌 사회로 가게 될 경우, 우리는 당황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경쟁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된다. 현재의 글로벌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나이 어린 직장상사도 많으며, 특히 나이 어린 여자 상사도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에 따라서 서로의 높고 낮음을 규정하는 생각을 빨리 버릴 수록, 늙어서 못하고 젊어서 안 어울린다는 생각에서 빨리 벗어날 수록 우리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향상된다.  글로벌 경쟁력은 결코 나이가 많다고 또한 적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결혼 적령기, 공부는 때가 있다, 어른이 왜 장난감을 갖고 노나, 만화는 애들이 보는 거, 늙은이가 왜 청바지를 ” 이라는 우리나라 사회에만 있을 것 같은 나이 중심적 사고 방식에서 벗어날 때 창조적 글로벌 인재가 될 수 있다. 공부는 특정한 나이에만 하는 것이 아닌 평생해야하는 사회가 되었으며, 결혼의 적령기를 논하는 것 자체가 구태의연한 것이 된지 오래다.

난 말하고 싶다. 글로벌 경쟁시대에서는 나이는 숫자조차 아니라고. 숫자조차 아니기에 계량화하여 쉽게 질문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에서 국제통상협상론과 무역경영론을 가르치고 있다. 해외파견 근무 및 55개국 300여개 도시를 여행한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문화에 대한 글을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으며 한류산업과 다문화시대의 협상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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