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로켄버거 씨, 혈액형은 무엇인가요.?"

" 올레슨 씨, 당신의 아내는 어떤 일을 하나요.?"
" 클라라 씨, 당신이 사는 집의 면적은 어떻게 되나요.?"
" 안네 씨, 몇 살이에요.?"


" 울릭 씨, 월급을 얼마나 받으세요.?"

한국 사람들처럼 다분히 개인적인 질문을 스스럼없이 하는 민족은 드물 것 같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집의 면적이나, 나이, 혈액형, 배우자의 직업, 심지어 월급을 얼마나 받는 지에 대해서도 아주 쉽게 물어 보는 경우를 난 참 많이 봐왔다. 회사와 개인이 맺은 임금 계약인 급료의 많고 작음마저도 알고 싶어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프라이버시를 불가침의 덕목으로 보는 서구인들의 관점으로는 정말 생소하고 이상할 수 밖에 없다. 해외 거래선과의 상담이나 식사 중에, 뜬금없이 던져지는 지극히 한국적 관점의 질문이 상대방에게 큰 불쾌감을 만들 수 있다. 몇 년간에 걸쳐 오랫동안 비즈니스 관계를 맺어 온 것이 아니라 몇 번 정도 비즈니스 상담을 진행한 정도에서라면 더더욱 그렇다.

 

사람을 쉽게 사귀고 마음을 잘 여는 것은 때때로 큰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질문은 상대방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한국사람들이 친근함의 표현으로 상대방에게 물어보는 가족관계나 가족 개개인의 직업 등도 때에 따라서는 꽤 위험한 질문이 될 수도 있다. 더구나 동성 커플도 상당히 많은 유럽 사회에서는 " 당신의 아내 또는 남편 " 이라는 용어 자체가 상대방의 정체성에 대한 부정을 암시할 수 있음으로 조심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성격 파악의 기준으로 삼는 혈액형은 서구인들에게는 그리 중요하지도 않으며 자신의 혈액형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대사관에서 같이 근무하는 Solmer 씨가 네 가지 혈액형으로 성격을 정형화하는 한국인들이 재미있다고 얼마 전 말한 적이 있다. 이렇듯 혈액형을 묻는 것은 절대로 친근한 질문일 수 없다.

 

장유유서, 즉, 늙음과 젊음에는 순서가 있다라는 유교적 사고 방식에서는 나이가 서열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나이는 국내 모 업체의 광고 카피가 말하듯이 숫자에 불과한 것이 서구적 관점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그 사람의 능력이 최고의 덕목이며, 진정한 글로벌 비즈니스 맨에게 있어서 나이는 아무런 제약이 될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를 묻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은 질문 중의 하나이다. 언제나 나이를 먼저 묻고 상대방과 나와의 관계와 서열을 설정하려는 우리에게는 큰 문화적 차이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상대방이 여성이라면 나이를 묻는 것은 거의 금기 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그만 친해졌다고 느껴지면 한국 사람들은 어김없이 나이를 습관적으로 묻곤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상대방이 사는 집의 크기도 큰 관심사가 되지만 집의 크기를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묻는 경우가 서구에서는 없다. 집의 크기가 그 사람의 인격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비즈니스를 이끌어 나가는 skill 과도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비즈니스 파트너의 관계를 넘어서 아주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면 가능하지만, 그 전에는 집의 크기를 묻는 것 자체가 아주 이상한 일이 될 수가 있다.

 

가장 극단적인 질문은 상대방의 급료를 묻는 경우가 아닐까 싶다. 한국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연봉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서구 선진국의 경우에는 각 개인의 연봉 차이는 같은 직급이라고 할 지라도 실적이나 상사의 평가에 따라 큰 차이를 나타낸다. 그렇기에, Job interview 를 진행할 때, 전직장의 연봉 수준을 묻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대방의 연봉 수준을 묻는 거 자체가 불문율로 인식된다. 공공연하게 자신의 연봉을 말하고, 다른 사람의 연봉 수준을 묻고 비교하는 행태는 찾아 볼 수가 없다.
 

한국적인 관점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질문들이 비즈니스 세계에서, 아니, 한국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분위기를 망치고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질문하는 방식과 매너 하나마저도 거래의 성사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잘 이해하여야 한다.

 

당신이 외국을 넘다 들며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질문은 피하기 바란다. 그것이 비즈니스 관계가 아닐지라도 너무 사적인 질문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만드는 것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에서 국제통상협상론과 무역경영론을 가르치고 있다. 해외파견 근무 및 55개국 300여개 도시를 여행한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문화에 대한 글을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으며 한류산업과 다문화시대의 협상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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