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덴마크 투자청 정희섭 입니다...."
" 안녕하십니까. 투자담당관 정희섭 입니다...."
" This is Brian Chung in Invest in Denmark..... " 

전화 벨이 울리고 수화기를 든다. 습관처럼 나의 소속과 이름을 밝히는 것으로 통화는 이어진다. 불과 수십 초 이내에 끝나는 짧은 통화에서 부터 수십 분이나 걸리는 긴 대화에 이르기까지, 전화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은 내용과 형식이 매 순간 달라지게 된다.  

목소리는 사람의 심리 상태나 육체적 피로도를 담아내는 그릇과 같아서, 목소리를 들으면 상대방이 어떤 상황에 있는 지를 파악할 수 있다. 피곤한 목소리, 슬픈 목소리, 화난 목소리, 짜증스런 목소리,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풀이 죽은 목소리, 앙칼진 목소리, 굵은 목소리. 전화 상으로 들리는 목소리만으로 상대방이 어떤 외모를 가졌으며 성격은 어떨 것 같다라는 유추가 머리 속에서 짧은 순간 일어나고 고정 된다. 실제로 만나 보면 머리 속으로 상상한 모습과 전혀 다른 경우도 많아서 목소리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노련한 비즈니스 맨이라면 목소리만으로도 상대방과의 대화를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 지를 가늠하게 된다. 

피곤한 목소리나 화난 목소리라면 대화를 가급적 짭게 가져가는 것이 좋고, 짜증스런 목소리라면 어렵거나 무거운 내용은 다음 번 통화로 미루는 것이 좋다. 이렇듯 전화 목소리만으로도 상대방은 대화 내용의 수위를 조절하고 통화 시간의 길이를 고려하게 된다. 피곤한 목소리가 들리는데 대화를 길게 하고 싶은 사람은 없으며, 짜증스런 목소리를 내는 상대방에게 중요한 안건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아무리 지구촌이라고 하지만 해외거래선과 물리적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친밀도가 가장 높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전화일 수 밖에 없다. 우리 말이 아닌 외국어로 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메세지가 전달되었는 지도 의심스럽고, 해외영업의 초보자라면 긴장해서 발음이 제대로 나오지도 않게 된다. 화상통화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내 말을 듣고 상대방이 어떤 표정을 지을 지도 상당히 궁금해진다. 

전화 대화 뿐 아니라 실제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경우를 포함해서, 어려운 대화이건, 긴 대화이건, 협상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의 하나는 맑고 경쾌한 목소리에 있다. 즉, 메세지 톤(Message Tone)은 처음부터 끝까지 밝고 경쾌하게 유지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어려운 대화 내용도 밝고 경쾌한 목소리로 하면 의외로 쉽게 풀리는 경우가 많다. 똑 같은 내용을 다루는 데도 어둡고 피곤한 목소리로 하면 합의점을 찾지 못하기 일수인데, 밝은 목소리만으로 의외로 쉽게 해결책을 도출했던 경우가 나에겐 아주 많았다. 물론 긴 대화의 연속에 지치고 피곤하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만 오랜 연습과 훈련의 결과였다. 목소리의 톤은 정말 마술과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전화를 받을 때, 목소리의 톤을 바꾸는 일은 아주 쉽게 들리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엄청난 훈련이 필요한 고난도의 기술이라고나 할까. 업무가 많아서 정말 신체적으로 피곤할 때 밝은 목소리로 전화 대화를 한다는 것은 오랜 연습과 훈련을 하지 않으면 결코 만들어 낼 수 없다. 슬프거나 기쁨을 얼굴에 나타내지 않는 Poker Face 같이 " Poker Voice" 가 때때로 필요하다. 물론 상대방을 속이기 위한 가식적인 목소리를 내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가족과 같은 1차 집단보다는 인위적으로 맺어진 이익집단인 2차집단과 생활하는 일상을 우리는 살고 있다. 첫인상이 좋지 않으면 두번 다시 만나려고 하지 않는 것이 냉혹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힘없이 놓여져 산다고도 할 수 있다. 하물며, 짜증스런 목소리를 내는 사람과 만나서 비즈니스를 하고 싶을리 만무이며, 우울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과 미래의 master plan 을 논할 리가 없다. 서로에게 있어 불쾌한 전화 통화는 바쁜 현대 생활 속에서 첫인상을 만들어 내는 첫만남 조차 무산시킬 수 있는 것이다. 

상대방과 이야기를 시작할 때, 특히, 전화로 이야기할 때는, 항상 메세지 톤을 경쾌하게 하자. 나의 경우는 항상 도레미화솔시도 중 ' 솔음' 으로 전화 통화를 시작하고 대화를 이어 간다. 물론 솔음으로 대화를 이끌어 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메세지 톤을 밝고 경쾌하게 바꾸는 것만으로도 비즈니스 및 사회생활의 성공이 우리에게 한층 더 다가올 것임을 확신한다.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에서 국제통상협상론과 무역경영론을 가르치고 있다. 해외파견 근무 및 55개국 300여개 도시를 여행한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문화에 대한 글을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으며 한류산업과 다문화시대의 협상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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