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가장 큰 변화가 몰아친 곳이 은행이라고들 합니다. 사람이 가장 많이 퇴출된 곳도, 통합이 가장 많이 이뤄진 곳도, 서비스 형태가 가장 많이 바뀐 곳도, 그리고 `간판이 가장 많이 바뀐 곳`도 은행이라는 얘기입니다.




실제 시중은행의 간판 바꾸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합병은행을 중심으로 CI( Corporate Identity, 흔히 기업이미지라고 합니다만 기업 정체성이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 개편 작업이 이뤄지면서 은행을 상징하는 로고가 바뀌는 동시에 간판 교체가 쉴 새 없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지요.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병하면서 탄생된 한빛은행이 우리은행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또다시 간판을 바꿔 달았고, 신한은행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국민은행은 국민-주택 합병 이후 새 은행으로서의 이미지를 확실히 한다며 각기 로고 교체작업을 끝냈습니다.




한빛은행은 출범하면서 둥근 원 안에 햇살이 퍼지는 형태의 붉은색 중심 로고를 만들었는데 우리은행으로 개칭하면서 모양은 그대로 둔채 색깔만 파란색으로 교체했습니다. `옥외광고에 적색 및 흑색이 50%를 넘지 못한다`는 서울시의 규정 때문이었다는 군요.




소문처럼 한빛은행이 발음상 `한빚(큰빚)은행`이 돼 개명했는지 어떤 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이름과 로고를 새로 만든지 얼마 안돼 다시 바꾼 탓인지 간판을 고치는 한편 상징색인 `파란색`의 이미지를 `확실히` 심는다면서 한달동안 지점 행원들이 모두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있기도 했습니다.




신한은행의 경우엔 신한금융지주회사로 출범한데다 은행 창립 20주년을 맞은 것을 계기로 초록색 새싹 모양의 로고를 파란 색 바탕에 노란색의 `S`자가 들어간 로고로 바꿨습니다. 창립 20년이 된 만큼 신설은행의 이미지를 탈피하려 했다는 게 보도된 내용인데 확실히 예전 것보다 선명하고 고급스러워 보입니다.




이런 중에 국민은행도 새 로고를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11월 합병한 뒤 약 1년만이지요. 새 로고는 `KB*b`. 회색 바탕에 `KB`는 흰색, `*b`는 노란색으로 돼 있습니다.




앞쪽의 `KB’는 법적 상호인 국민은행과 별도로 사용될 대내외 명칭, 뒤쪽은 인터넷 별표 모양에 bank의 b자를 곁들인 것이라고 합니다. 합병전 국민·주택은행의 ‘보수적이고 서민적인 은행’이란 틀을 벗고 ‘선도적이고 도전적이며 화합하는’ 의미를 축약해 표현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CI작업이 이뤄지고 그에 따라 새로운 로고가 확정되면 간판에서부터 뱃지 봉투에 이르기까지 몽땅 바뀝니다. 물론 돈도 많이 들겠지요. 지점 수에 따라 다르지만 간판을 바꿔다는 데만 1백억- 2백억원씩 필요하다고 합니다.




간혹 `그까짓 로고가 무슨 상관인가`라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CI의 중요성은 갈수록 강조되고 있습니다. 실제 많은 기업들이 엄청난 돈을 퍼부으면서 CI작업에 힘을 기울입니다. 로고가 상징하는 기업이미지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겠지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제 경우 국민은행의 새 로고는 상당히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온통 파란색 간판 일색인 거리에서 `비둘기색 바탕에 흰색 KB와 노란색 인터넷 별표`의 국민은행 간판은 독특하고 깔끔합니다. 특히 어두운 저녁 간판에 불이 들어오면 밝고 노란색 인터넷 별표는 지나가는 사람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과거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지니고 있던 `촌스러운` 느낌을 `확` 바꿔 버렸다고나 할까요.




저는 국민은행의 새 로고를 보면서 문득 "디자인이란 이런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타내고자 하는 것, 달라지겠다고 마음먹은 것을 `확실하고 강렬하게` 담아 전달할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새로운 디자인의 몫이다 싶은 것이지요.




회사명을 기본으로 하는 외국의 로고와 달리 국내의 로고는 다소 복잡하고 의미심장한 게 많습니다. 지구를 상징하는 원형을 중심으로 위로(세계로) 뻗어나가는 느낌을 중시한다든가, 회사의 상징물(동물 식물 기타 캐릭터)을 형상화하는 수도 흔하구요.




그러다 보면 기껏 새롭게 바꾼 게 비슷한 시기에 다른 곳에서 만든 것과 유사해지는 일도 생깁니다. 실제 삼성그룹 이후 근래 CI 개편작업을 한 곳의 상징색이 파란색 일색인 게 그것이지요. 초록색을 사용하는 곳이 많아 진부하다고 바꿨는데 남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바람에 그만 도로 같아지는 결과를 낳았다고나 할까요.




파란색 로고가 늘어나는 배경은 여러 가지로 설명됩니다. 한국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고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느낌을 준다는 얘기도 있고 옥외광고물 관리법에서 빨강과 검정의 사용을 제한해서 그렇게 됐다고도 합니다. 글쎄요? 저는 거리가 온통 빨간색 간판 투성이인 것도 마땅치 않았지만 그렇다고 파란색 투성이인 것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국민은행의 새 로고에 대해 "이상하다"는 반응도 있는 듯합니다. 다른 것과 도무지 비슷하지 않고 파격적이니 그럴 만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렇게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데서 벗어나 색다른 것을 선택할수 있는 톱(은행장)의 마음과 안목, 결단력이 부럽게 느껴집니다.




변화란 말로만 되는 일이 아니라고 믿으니까요. 달라져야 한다면 먼저 냉철한 현실 인식과 그에 따른 과감한 실천이 병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바꾸긴 바꿔야겠는데 위험부담이 너무 큰 게 겁나서 기존체제를 유지한 채 외양만 약간 손보는 분위기에선 독창적인 게 탄생되기 어렵다고 느낍니다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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