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던 내 마음 속의 의심(3)

입력 2007-01-04 02:08 수정 2007-01-15 17:29
약속 시간보다 20분 먼저 호텔 로비에 나가서 하싼을 기다렸다. 외국 여행을 하며 몸에 밴 나의 습관이기도 했지만 어제 처음 만난 이집트인의 집으로 초대 받아 간다는 사실에 난 조금 더 긴장했다. 어제 그냥 바쿠시시를 손에 쥐어 주고 끝내었으면 이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라는 작은 후회의 물결이 머리 속에 일기 시작했다.

 

열 한시 정각에 하싼이 나타났다. 나에게 아랍어로 인사를 한다.

 

“ 아쌀람 알라이쿰 (신의 평화가 함께하기를)”

 

나도 서툰 아랍어로 화답했다. 이집트에 오기 전에 유용한 아랍어 몇 문장을 외워둔 것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하싼은 나를 데리고 가기 위해 차를 가지고 왔으며 자신의 친구가 이 차를 운전할 것이라고 했다. 호텔 정문을 나가니 차 한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운전석에는 하싼보다 다섯 살은 더 먹었음직한 청년이 타고 있었다. 차가 너무 낡아서 이 차가 과연 움직일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보였다. 타고 싶은 생각을 가시게 하는 자동차의 몰골을 보며 난 지금이라도 몸이 아프다고 핑계를 대어 가기 싫다고 말해버릴까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들의 진지한 표정에 도저히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난 차에 탔고 차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가 호텔을 출발한 지 20분 정도가 지났다. 차 안에는 적막 만이 감돌았다. 사탕수수밭을 지나 굽이굽이 안으로만 계속 들어 가는 자동차. 난 순간 불안해졌다. 이 두 사람이 설마 나를 해코지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차창 밖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나에게서 돈을 빼았고 나를 죽여 땅에 묻는다해도 아무도 모를 것처럼 말이다. 이런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울창하게까지 보이는 사탕수수밭을 내가 탄 차는 계속해서 휘감아 들어가고 있는 순간이었다.

 

난 하싼에게 최대한 냉정하게 보이려는 듯한 어투로 말했다.

 

“얼마나 더 가야 되지, 집이 생각보다 꽤 멀군”

 

하싼은 내가 불안해하는 것을 눈치 챘는지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제 거의 다 왔어요, 10분 정도만 더 가면 우리 집이에요”

 

하싼이 그렇게 말했지만 나의 불안은 가시지 않았고 이 차를 탄 것에 대한 후회가 몰려 왔다. 꼭 적지로 끌려 들어가는 것같은 불안이 머리 속에서 파도를 쳤다.

 

10분 후에 차는 하싼의 집에 도착했다. 다 쓸어 질 것 같아 보이는 토담집이 눈에 들어 왔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그 어떤 농촌에서도 볼 수 없는 아주 누추해 보이는 토담집이었다.

 

이방인을 보고 개가 짖어댔다. 개 짖는 소리가 마치 오기 싫은데 왜 우리 집에 굳이 왔어 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차에서 내리는데 나의 다리에서 이미 힘이 빠져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난 정말 긴장하고 있었다.

 

 

                                           - 계속 -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에서 국제통상협상론과 무역경영론을 가르치고 있다. 해외파견 근무 및 55개국 300여개 도시를 여행한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문화에 대한 글을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으며 한류산업과 다문화시대의 협상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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