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던 내 마음 속의 의심(2)

입력 2006-12-19 01:47 수정 2006-12-21 01:02
Kosari 를 맛있게 먹고 나서 난 Hassan 과 같이 레스토랑을 나왔다. 내가 여행객이라는 사실을 안 하싼은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 지를 이미 간파한 듯이 말했다. 

 

“ 브라이언, 내가 잘 아는 호텔이 있는데 내 친구가 그 호텔에서 벨보이로 일하고 있어요. 카이로에서 미리 이 곳의 호텔 예약을 하지 않았다면 내 친구가 일하는 그 곳으로 안내하고 싶군요.”

 

난 순간 불안해졌다. 하싼이 친구를 핑계로 나를 비싼 숙소로 안내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이 머리를 스쳤지만, 내 여행 가방을 나의 손에서 잽싸게 낚아 채어 앞으로 걸어 나가는 하싼을 막기에는 긴 열차 여행에서 생긴 몸의 피로가 너무 컸다. 난 체념하며 바가지를 써봤자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에 그냥 하싼을 따라 가기로 했다.

 

골목을 굽이굽이 돌아 2백 미터쯤 걸었을 까 3층 건물로 된 자그마한 호텔이 나왔다. 호텔이라기 보다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장급 여관의 수준으로 보였다. 벨보이가 나와 하싼을 맞았고 둘은 아랍어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알아 듣지는 못했지만 내가 한국에서 온 여행객이고, 나를 어디서 만났으며, 오늘밤 이 곳에 투숙할 예정이라는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물론 나의 상상이었고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하싼은 나에게 호텔비는 25 이집트 파운드(약 4천 5백원)라고 말했다. 바가지를 쓸 것이라고 생각해서 약간은 긴장하고 있어서인지 의외로 싼 값처럼 느껴졌다. 한국에서의 숙박요금 기준으로라면 이 가격은 실제로 엄청나게 싼 가격이었지만 말이다. 그 순간 더 이상의 대안은 없다고 느껴졌고, 난 호텔에 투숙하기로 했다. 그리고 숙소를 안내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하싼이 집으로 가면서 나에게 던지는 한마디.

 

“ 브라이언, 괜찮다면 내일 우리 집으로 초대하고 싶어요 ”

 

난 하싼의 제의에 선뜻 동의할 수가 없었다. 만난 지 한 시간 남짓밖에 되지 않은 나 같은 이방인을 왜 집으로 초대하겠다고 하는 지 이해할 수 없기도 했다. 왠지 이상했다. 단호하게 하싼의 제의를 거절해버릴까 라는 생각도 들었고, 여기서 그냥 호텔에 안내해준 대가로 두둑한 바쿠시시를 줘서 보내버릴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싼의 얼굴을 보며 바쿠시시를 주어야 할 시점을 읽기 위해 표정을 살폈다.

 

“ 음, 글쎄....”

 

하싼의 표정을 주시하며 난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곧 용기를 내어 하싼에게 말했다.

 

“ 좋아, 그런데 오늘은 피곤해서 좀 오래 잘 것 같아, 내일 오전 열 한시에 여기에서 만나자 ”

 

이집트 현지인의 집에 가보는 것도 여행의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토록 위험하다는 이스라엘 점령지 안에 있는 Gaza Strip 에도 가 본 내가 아니었던가.

 

나에게 이집트인들만이 지을 수있는 따스한 미소를 보내며 돌아서는 하싼에게 왠지 바쿠시시를 건넬 수는 없었다. 이집트인들이 외국인들이 있는 어디에서나 그렇게 외쳐대는 바쿠시시를 그 상황에서 줄 수 없는 내가 오히려 이상했다.

 

난 하싼의 뒷모습을 뒤로한 채 방으로 올라 왔다. 짐을 대충 풀고 침대 위로 쓰러졌다. 꿈에 그리던 룩소르에 왔다는 설렘과, 한 편으로 괜한 약속을 한 것은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겹쳐 잠이 쉽게 오지 않았다.

     

                                      

                                                  - 계속 -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에서 국제통상협상론과 무역경영론을 가르치고 있다. 해외파견 근무 및 55개국 300여개 도시를 여행한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문화에 대한 글을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으며 한류산업과 다문화시대의 협상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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