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상 차림에 빠질 수 없는 음식이 토란탕이지요.
명절 음식 거반이 기름지고 걸죽한 터라 반찬이나 국물은 산뜻하고 맑은 것으로 준비하면 좋습니다.

토란을 준비할 때엔 알이 너무 크지 않은 중간 크기의 토란을 택하고 겉이 심히 마르지 않은 국산을 고릅니다. 손질된 것을 구입하면 간편해서 좋은데, 간혹 유통 과정에서의 변질을 막기 위해 처리제를 사용한 것일 수도 있으니 흙토란을 사는 게 안전합니다.

토란은 아린 성분이 있어 다듬을 때에는 꼭 일회용 장갑을 끼고 해야 합니다.
흙이 묻은 토란은 여러 번 문질러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헹구어 소쿠리에 받쳐 물기를 빼고 쌀뜬물과 소금을 넣은 물에 데쳐 냅니다.
이때 너무 많이 삶지 말고 겉껍질을 벗겨내기 위한 과정이니 살짝 익혀 찬물에 헹굽니다.

이런 전처리 과정을 거치면 토란이 손에 닿아도 가렵지 않아요.
겉껍질이 익은 토란은 손으로 벗기면 금세 벗겨지는데 마지막으로 덜 벗겨진 부분은 칼로 깨끗하게 정리합니다.

이렇게 준비된 토란을 맑은 물에 하룻밤 담가 놨다 다시 물에 헹구어 탕을 끓이면 됩니다. 토란탕을 끓이는 방법은 다양한데 대별하면 걸죽하게 끓이는 법과 맑은탕으로 끓이는 법 두 가지입니다.

들깨나 참깨를 믹서에 갈아 즙을 내어 육수에 붓고 고소하고 걸죽하게 끓이는 방법이 첫번째입니다.
다음은 양지머리 육수에 토란을 넣고 맑게 끓이는 방법입니다.
저는 맑은탕을 택했습니다.
핏물을 뺀 양지머리를 무와 양파 다시마 마늘 약간의 소금을 넣고 푹 삶아 채소는 건져 내 버리고 육수는 식힙니다. 삶은 고기도 한김 나가면 얇게 썰어편육을 만들어 고기가 마르지 않게 용기에 담아 둡니다. 식힌 육수는 거즈나 면보를 채 위에 놓고 받쳐 기름기와 불순물을 제거하여 육수를 맑게 준비합니다.

이렇게 준비된 육수에 토란을 넣고 푹 끓여 토란이 충분히 익거든 소금이나 청장으로 간을 맞추고 한소끔 더 끓입니다.
토란탕이 완성되면 탕기에 준비된 편육을 담고 그 위에 토란과 국물을 알맞게 떠 담아 고명을 얹어 명절분위기를 내어 상에 올립니다.

짖궂던 날씨도 맑게 개어 한가위 둥근달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쁩니다.
잠시 하던 일들을 멈추고 고향을 향하는 발걸음은 천리길이 멀지 않습니다.
고향집에서 만나뵙는 부모님과 살가운 형제 자매 그리고 집안 친척분들의 따뜻한 환대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느라 도시에서 받은 상처나 외로움도 그리운 혈육을 만나는 순간, 온데간데 없이 사라집니다. 맛있는 음식이 있고, 다정한 사람들과 함께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싶습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도 서로들 티격태격 다투고 삐지고 상처를 주는 일도 사람 사는 곳이라 벌어지기 마련입니다.
조금씩만 양보하면 될 것을 기어 잘난 체하고, 덕담한다면서 아픈 데 꼬집고, 얌체짓하다  갈등과 다툼은 일어 납니다. 차라리 만나지 않은 것이 더 좋았을 명절이 되지 않도록 서로 마음 쓰셔서 행복하고 따뜻한 추석 쇠시길 기원합니다.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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