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친구들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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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다니러 온 아이가 제 몫으로 스마트폰을 사들고 왔습니다.
요금도 종전의 휴대폰과 별 차이가 없으며 여러가지 기능이 있으니 익숙해지면 재미 있을 거라면서.
친구들은 진즉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해 오고 있어 기기를 다루는 실력들이 젊은이 못지 않게 출중해 그게 부러울 때도 있었습니다. 저는 자타가 내놓은 기계치라서 수신과 송신이 되는 효도폰에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활용할 능력도 없는데 전화기에다 비용 들이는 일이 싫었습니다. 

그래도 친구들은 스마트폰이 유용하다면서 제게 사용하기를 몇 번 권해 왔지만 별 반응이 없자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 습니다. 
유행을 무조건 따르는 것도 문제지만 번번이 맞서는 것 또한 잘한 일이 아님을 이제서야 깨우쳤습니다. 
친구들은 그동안 스마트폰을 쓰면서 일상의 정보나 소식들을 함께 주고 받으며 재미진 시간을 공유해 왔는데 시속에 굼뜬 저는 늘 버벅거리기 일쑤였습니다. 속도에 둔감하고 세사에 어두운 삶을 살아 왔으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 한테로 갈 수밖에 없었지요. 이제 와 생각하니 아이들에게도 친구들에게도 두루 미안할 뿐입니다.

 며칠 전, ‘나 스마트폰 질렀다.’, 최근에야 익힌 문자 실력으로 한 친구에게 알렸더니 금세 삼오회 친구들 한테서 연락이 오고 난리가 났습니다.

1982년 11월 만추의 어느날, 낙엽 구르는 경복궁 뜨락에서 ‘만나며 살자’에 의기투합한 아줌마 열명이서 아이들을 업고 걸린 채 만났습니다. 이름하여 삼오회, 전남여고 38회 3학년 5반 모임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여학교를 졸업한 지 10여 년이 지난 시점이었지요. 날씨가 추워 근처의 허름한 자장면집에 들어가 식사도 하고 추위도 녹일 요량이었는데 식사가 끝나지마자 시끄럽다며 주인은 저희 일행을 바로 나가라 하더군요. 하는 수 없이 근처의 비싼 찻집에 들어가 앞으로 모임을 이끌어갈 방법에 대해 논의한 뒤 헤어졌습니다. 이후 매달 셋째 주 월요일이면 어김없이 만났는데 올 해로 만 31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날 이후, 여행도 경조사도 저희는 늘 함께 하였습니다.
삼오회가 결성된 지 한참이 지난 뒤, 다른 반 친구들도 삼오회가 좋아보인다며 따라 하였지만 저희처럼 활성화되지는 못했습니다. ‘삼오회 친구들은 인간성이 좋아 모임이 지속된다.’면서 저희들을 부러워하고 있지요. 수 년 전엔  담임 선생님 내외분을 서울로 모셔 와 대접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청소 시간이면 어김없이 저희들을 닦달하러 들어 오시는 선생님이 싫어 슬그머니 달아나는 친구들을 기어이 불러 와복도에 일렬횡대로 앉혀놓고 늦도록 걸레질을 시키시던 분이었습니다. 시아버지 노릇 하시는 것도 유분수지, 죽어라 간섭 받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끝까지 강요하시는 선생님을 꼰대라며 안티 선생님1호에 올리기도 했더랬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추억은 다 아름다워지는 것인지요. 깐깐하기로 악명 높으셨던 선생님은 편안한 할아버지로, 속 썩이던 저희들은 펑퍼짐한 아줌마로 변해 다시 만났습니다. 은사님과 함께 한 시간은  친정 부모님 마냥 따뜻하고 이물없었습니다. 쌓인 회포도 일순간에 다 풀렸습니다. 한데 그 일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선생님은 지병으로 세상을 뜨셨습니다.

그 친구들과 연꽃이 피기 시작하는 시흥의 관곡지에서 저의 스마트폰 개통 기념  번개팅을 하였습니다. ‘지금 바로 하라’를 삶의 지표로 삼으며 실천해 오고 있는 죽마지우 오 씨가 아니면 이 모임은 시작하지도 못 했고 지속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녀의 탁월한 추진력과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그 뜻에 소리 없이 협조하는 친구들이 아니었다면, 삼오회 결성은 벌써 기억 속에서나 존재하는 해프닝에 지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양재역에서 9시에 집결하여 승용차 두 대로 분승해 출발한 저희 일행은 10시에 관곡지에 도착하였습니다. 드넓은 연못에 빼꼭히 심어진 연지를 바라보노라니 세사는 저만치 달아납니다.
햇볕은 따가웠지만 별안간에 만난 친구들이 반갑고 즐거울 따름입니다. 마침 그날의 행사로 연요리 경연대회가 있었는데 한국 조리 과학고등학교 학생들이 대거 참여하여 그간에 닦은 기량들을 한껏 뽐내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음식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는 아직 부족하겠지만, 어린 나이에 전통음식을 시대에 맞게 재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음은 미더웠습니다.



<한국 조리과학 고등학교 학생들이 연을 이용하여 만든 떡  >
 
관곡지의 대강을 둘러 본 우리 일행은 방죽이 내려다 보이는 밥집에 앉아 식사를 마친 후, 마냥 깔깔거리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우다 4시가 지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서둘러 귀가 하는 길에 한 친구가 집에 파프리카 한 박스가 선물로 와 있으니 그걸 나누자는군요.
종일 웃고 보낸 시간도 고마운데 식재료까지 덤으로 얻으니 이건  자다가 떡 얻어 먹는 격이지 싶었습니다.

다음 날 빨강 노랑 주황의 태깔 고운 파프리카로 무얼 해먹을까 고민하다 카톡에 올렸더니 친구들 한테서 금세 답이 오네요. 정사각형으로 썰어 양파, 새우와 함께 볶아 새콤달콤한 녹말소스를 끼얹으면 근사한 요리가 된다고요.
저는 날것으로 썰어 생된장에 찍어 먹는 것만 생각했는데 그제서야 여러가지 조리법이 떠오르는군요.
 장아찌, 주스,샐러드, 잡채, 파스타, 카레, 월남쌈, 피자 만들 때 부재료로 넣으면 좋겠다 싶네요.

지금은 파프리카가 전국 곳곳에서 생산되어 내수용으로도 많이 출하되고 가격도 내렸지만, 초기엔 일본으로 수출하는 길을 정부가 나서서 지원해 주어 파프리카 한 작물로 고소득을 올린 농부님들도 많았습니다.
파프리카에 특별한 맛이나 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비타민C의 함량이 높고 항암과 면역력을 높여주는 성분이 들어 있어 1등채소로 자리매김한다지요. 저는 파프리카를 처음 본 순간, 화려한 빛깔에 놀라 ‘저게 진짜 먹는 것 맞아’ 싶었지요. 꼭 만들어놓은 조형물처럼 보였으니까요.

본격적인 휴가철입니다.
여행지는 유명 관광지도 좋지만 식재료가 생산되는 농산어촌을 찾아 떠나시는 것도 방법일 듯싶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땀 흘리며 풀도 매보고 호박잎쌈도 만들어 먹어 보고, 풀벌레 우는 산촌에서 밤하늘의 별자리 헤아리며  찐 옥수수도 먹고, 멸치 잡아 끓는 물에 데쳐 햇볕에 말리는 작업도 눈여겨 보시면, 식재료 생산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바른 먹을거리가 얻어질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깊이 생각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식재료는 현명한 소비자가 있어야 지속적으로 생산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생명과 환경의 보존을 위해 도시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고민해 보고 실천하는 여름휴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즐겁고 보람찬 휴가길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좋은 소식 전해드립니다.

* 인사동의 인사 아트센타 제5전시실에서 아름다운 규방공예전시회(8웡 7일부터 12일까지)가 열립니다.

모든 것이 기계화되어 가는 현대사회에서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만날 수 있음은 커다란 축복입니다.
시간 내셔서 규방공예의 아름다움을 감상해 보세요. 자세한 내용은 카페에 공지되어 있습니다.
http://cafe.naver.com/ssamzisarang/46346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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