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햇보리밥

 

 

 

                                          

 

 

                                 <햇보리밥>

두 달 간의 귀농교육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주문해놓은 햇보리쌀이 도착해 있어 반갑습니다. 묵은 보리쌀은 찰기도 떨어지려니와 밥을 지어도 빛깔이 선명하지 않아 구미에 당기지 않습니다. 햇보리쌀을 씻어 물을 넉넉히 붓고 끓이다가 불려 놓은 쌀을 조금(20%) 넣고 날상하게 밥을 짓습니다.
뜸을 푹 들여야 보리밥은 잘 퍼지니 시간을 넉넉히 잡으셔야 해요.

보리밥에 어울리는 찬은 다양하지만 우선 열무김치와 강된장이 떠오르네요.
노오란 햇보리밥을 지어 놋양푼에 담고 열무김치와 강된장 끼얹어 슥슥 비벼먹는 맛은 이 여름에 즐기는 별미입니다. 마침 냉장고에 있던 느타리버섯나물과 콩나물, 곤드레나물, 육회를 가외로 넣고 밥을 비볐습니다.
강된장을 끓이니 호박잎쌈도 생각 나는군요.

<열무김치>
잘막잘막한 열무를 다듬어 씻은 후 소금에 살짝 절입니다.
열무가 절여지는 동안 홍고추를 다듬어 씻고 가위로 3등분하여 마늘, 밥, 멸치액젓을 믹서에 넣고 생수를 조금 부은 후 휘리릭 돌려 양념장을 만듭니다.( 삶은 감자를 넣어도 좋고  묽게 끓인 찹쌀죽이나 밀가루풀물을 끓여 식혀 부어도 좋아요)
숨이 죽은 열무는 맑은물에 한 번 헹구어 소쿠리에 받쳐 물기를 빼 둡니다.
양파 한 개를 다듬어 씻어 얇게 저밉니다.(쪽파나 대파를 썰어 넣으셔도 좋아요)
넓은 양푼에 열무와 양파를 넣고 양념장으로 버무립니다.
믹서에 남은 양념장에 생수 두 컵을 부어 흔든 후 김치에 넣고 국물이 자박한 열무김치를 담가 소금으로 간을 맞춥니다.

<강된장>
굵은 다시멸치를 손질하여 기름 두르지 않은 팬에 살짝 볶습니다.
여기에 쌀뜬물을 붓고 대파와 마늘을 넣은 후 30여분 끓여 육수를 만듭니다.
우려 낸 건더기는 버리고 국물에 된장을 풀고 끓이다가 깍뚝썰기 한 호박과 양파 청양고추 대파를 넣고 바특하게 끓입니다. 우렁이나 바지락, 소고기볶은 것 등을 넣기도 하나 저는 담백한 맛이 좋아 야채 이외의 재료는 넣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한 번은 사과를 조금 넣고 끓여 봤는데 사과향이 다른 야채와 어우러져 색다른 맛이었습니다. 

<오이냉국>
보리밥도 강된장도 따끈따끈한 음식입니다.
이열치열이라지만 노각이나 청오이로 시원한 냉국 한 사발 만들어서 올리는 것도 상차림의 지혜겠죠. 오이를 채로 썰거나 어슷썰기하여 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고춧가루, 식초와 매실발효액 약간, 다진마늘 넣고 생수 2컵 부어 간을 맞추면 시원한 냉국이 만들어 집니다. 여기에 방울토마토 반으로 갈라 몇 조각 집어 넣으면 맛도 모양새도 상큼해져요.

친환경 영농조합법인에서 이루어진 귀농귀촌교육을 받고 돌아왔습니다.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유기농에 대한 개념정리도 확실해졌고, 부족하나마 농사라는 게 얼마나 뼛골빠지는 일인가도 깨우쳤습니다. 2주 간의 선도농가에서 가진 도제(徒弟)실습은 머슴살이 그 자체였지만 난생 처음 해보는 농사는 새로운 삶에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계기인 듯싶어 꾀 부리지 않고 주어진 일을 끝냈습니다.

30도를 오르내리는 뙤약볕에서 1미터가 넘게 웃자란 억새를 재치고 그 포기 가운데에 보일 듯 말 듯 박혀 있는 마늘 한 뿌리를 캐내야 하는 작업은 고단했습니다. 저쪽 끝이 아득해 보이는 마늘밭이 원수 같았고, 4인의 일손으로 하루에 2톤의 보리를 씻어 엿기름으로 만드는 공정 또한 죽을 맛이었습니다. 가장 딱한 삶은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을 평생토록 하면서 밥을 버는 것이지 싶은데 2주 동안이 바로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내리 사흘을 엿기름 만들기에 매달리다 보니 다리는 후들거리고 쌓아놓은 보리자루가 흉물 같았으니까요.

저는 늦가을이면 겉보리를 구해 엿기름을 한 소쿠리씩 길러 가용으로 쓰곤 하는데 그때의 재미난 느낌과는 영 동떨어진 공장식 대량 생산의 경험은 식재료에 대한 인상마저 흐리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엿기름은 서리가 내릴 무렵 서서히 기르고 말려서 빻아야 제맛이 날  텐데 이 염천에 속성으로 기르고 기계로 건조시키니 맛과 향은 떨어질밖에요.

유기농이 좋은 줄도 알고, 우리의 농업이 가야 할 방향이라는 판단은 서지만 노동력이 턱 없이 부족한 농촌의 실정을 감안하면 까마득하기만 합니다. 교육을 받는 내내 떠오르는 생각은 경영인의 마인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농업도 비즈니스일진대 농장주의 농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농장은 성장하나 그렇지 못한 농장은 삐걱대는 곳이 많았습니다. 앞서가는 농업 기술력의 확보도 중요하지만 이웃과 상생하려는 정신 없이 눈앞의 이익만 챙기려 드는 농장의 성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이 개발한 농업 아이템으로 막대한 국고의 지원을 받아 세운 시설들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주변과 이익을 나누고 끊임없는 연구를 병행하지 않는 한때의 성과는 쇄락하고 말더군요.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가까이 있는 사람을 즐겁게 하면 먼 곳의 사람들이 찾아 온다), 함께 일하는 직원(이웃)이 즐거워야 먼 데 있는 사람들(소비자)이 찾아온다는 논어의 구절은 현실이었습니다. 

과수에 관한 자신의 노하우를 도제 실습생들에게 아낌없이 공유하는 농장주도 보았습니다. 교육 기간에 들었던 그분의 강의가 상식을 깨 버릴 만큼 열려 있는 데에 놀라 전문성과 따뜻한 품성을 지닌 리더라는 짐작을 일찌감치 했었는데 농장을 방문해 보니 제 판단은 정확했습니다. ‘農心은 天心’이랬는데 바로 이런 경우를 이르는 말일 것입니다. 비는 퍼붓고 사방은 찌부드드한데 구수한 햇보리밥으로 식사를 마치고 수박 한 조각으로 입가심을 하니 더위는 저만치 물러납니다.

<오는 주말에 가시면 딱 좋을 경관농원을 소개합니다>

                   


              <  청보리농원의 해바라기꽃밭, 사진출처- 학원농장>

여러분도 잘 아시는 고창 청보리농원에 해바라기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예년 같으면 보리수확이 끝난 후, 메밀 파종을 준비할 시기이지만 금년은 학원농장이 경관농원으로 지정 받은 지 10주년이 되는 해라서 기념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탁 트인 구릉에서 펼쳐지는  200만송이의 해바라기가 피어나는 꽃잔치에 흠씬 젖어 보면서 아름다운 추억만들기 하시면, 도시에서 쌓인 피로는 말끔히 풀리지 싶습니다. 자세한 안내는 보리나라 학원농장에서 확인 하세요.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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