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얘들아, 주먹밥 싸들고 봄바다 갈까


                     

                                  <주먹밥>

멀리 여행을 떠나거나 가까운 곳으로 봄나들이 갈 때의 요깃거리, 혹은 아이들 간식으로 좋은 아이템에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밥, 빵, 과일, 떡… 저는 이럴 때 주먹밥을 준비합니다.
산과 들과 바다가 온갖 살아 있는 것들의 꿈틀거림으로 넘실대는 이즈음 어디로든 떠나 볼 일입니다. 오며가며 차창을 통해 바라다 보이는 봄풍경은 대자연의 합창 그것입니다. 봄나들이는 생동하는 봄의 瑞氣를 닮아 나태해진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이벤트입니다.

낮처럼 환한 조어등을 켜놓고 밤샘 조업한 어선들이 아침햇살을 가르며 선착장으로 들어와 어판장에 부려지는 조기며 박대 병어 딱돔  참돔가오리 주꾸미 광어 우럭 꽃게… , 산골짜기 마른가지 틈을 비집고 새순을 틔워내는 두릅이며 홋나물, 엄나무순. 고사리, 취나물, 양지바른 언덕에 돋아난 쑥이며 민들레 씀바귀 돌미나리. 바다와 산과 들로 떠나는 이즈음의 봄나들이는 새로운 생명, 새로운 시간과 마주치는 살림수업입니다.

하얀 뱃대기를 드러내며 어판장 콘크리트 바닥에서 퍼덕거리는 광어나 도다리 구입해서 회 뜨고 매운탕(혹은 도다리쑥국) 끓여도 좋고, 봄산과 들녘에서 뜯어 온 산채로 밥을 짓거나 나물로 무쳐 비빔밥을 만들어 드셔도 좋습니다. 이른 바 채집요리(*우리음식 발전소- 이종국선생님 말씀)를 해 보는 것이지요.

불황의 시대를 살아내야 하는 시민들이 삶에 큰 변화를 기대하는 건 무리입니다.
일상 속 작은 설레임을 맛볼 수 있게끔 스스로 변화를 모색하지 않으면 삶은 지루한 일상의 연속입니다. 계절이 변할 때마다 식재료 생산현장을 찾아 보는 일은 소비가 아니라 생산활동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의 재료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우리 밥상에 올라오고 만들어지는가를 살펴보는 일은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입니다. 질 좋은 제철 식재료를 염가에 구입하거나 채취해 와서 말리거나 장아찌로 만들거나 냉동시켜 두고두고 먹을 수 있어 좋고 그것을 생산하시는 분들의 노고도 헤아릴 수 있습니다.

수온이 오르니 굴은 철을 지났고 서해안에서 생산되는 바지락을 구입하여 바지락회무침을 만들고,  들어가는 소를 달리하여 골라먹는 재미를 더한 주먹밥을 만들었습니다.
간단한 요깃거리로 김밥도 좋지만 주먹밥 만들기가 더 간편하기 때문입니다.

백화점 식품매장이나 편의점 식품코너에 가면 각종 주먹밥들이 소비자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취업이 어려우니 결혼도 늦추어질수밖에 없는 싱글들이 늘어나는 추세와도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취사의 번거로움을 덜 수 있고 염가에 한 끼를 해결하려는 젊은이들에게 알맞은 간편식이 편의점 도시락이나 주먹밥일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가장 많이 찾는 주먹밥은 김가루와 잔멸치를 섞어 만든 것이었는데 치즈를 곁들인 것도 있었고,  김치를 볶아 만든  것도 있었습니다. 김치가 들어간 주먹밥은 바로 먹기엔 좋으나 시간이 지나면 수분이 생겨 변질되기 쉽고 지저분해져 알맞지 않고, 멸치와 김으로 만든 것이 우리 입맛에 익숙하고 변질의 우려도 덜합니다. 저도 김과 멸치, 건새우로 주먹밥을 만들었는데 그 속에 부재료 한 가지씩을 끼워 넣었습니다. 국물 없앤 소고기 장조림 잘게 찢은 것, 호두와 땅콩 간장조림, 고기완자, 오이뱃두리를 각각 넣고 주먹밥을 만들었더니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6.25 전란 중, 비상식으로  먹었던 주먹밥이 식품매대에 다시 등장한 연유가 서로 다른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주머니가 가벼워진 젊은이들이 허겁지겁 한 끼를 떼우기 위해 차가운 매대에서 구입하는 주먹밥이 아니라 추억으로 찾는 주먹밥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마른 음식이라 목넘김이 팍팍할 수 있어 간단한 국물을 마련하면 싶은데 열무물김치도 좋고 따끈한 토장국물 곁들이면 드시기 수월합니다. 완성된 주먹밥을 그릴이나 팬에 노릇노릇 구워도 맛있어요. 가열하였으니 쉬 상하지도 않아요. 후식으로 방울토마토나 감귤, 그리고 감기에 도움되는 생강차 조청이나 꿀에 타 드시면 건강한 한 끼 식사로 거뜬합니다.

주먹밥을 만들어 먹다 보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막막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는 젊은이들 생각에 목이 멥니다. 가장 생동감 넘치는 시기를 보내야 할 청춘에 취업포기, 결혼포기, 출산을 포기해야 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음은 안타가운 일입니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 금세 풀릴 일도 아닙니다.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할 책임이 어른들에게 있을 터인데 쉽지 않아 보입니다. 봄은 왔는데 우리 젊은이들의 기운을 무엇으로 북돋아 주고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지 …
언어는 허망한 구조물일 뿐입니다.

*오이뱃두리-청오이를 씻어 겉면을 소금으로 문지른 다음 반으로 갈라 속을 도려내고 먹기좋은 크기로 잘라 소금에 절였다 물기를 꼭 짠 후 참기름을 두른 팬에 재빨리 볶아 식힌다. 양념한 소고기채도 국물나지 않게 볶아 식힌 다음 두 가지를 함께 버무린다. 싸그락싸그락 씹히는 식감이 일품인 반찬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