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새조개(egg cockle)


    



<사진-홍성군 문화관광과 >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던 새조개회무침>

새조개 소식이 밥갑습니다.
새조개라면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좋아하는 터라 새조개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새조개는 제 유년의 뜨락에 깊이 각인돼 있는 식재료 중의 하나입니다.
 
새조개의 집산지인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에서 축제(2013.1월 5일부터 3월 31일까지)가 열리고 있어 다녀왔습니다. 지금은 남당항이 새조개의 집하장이 되었지만 원산지는 아닙니다.
원래는 경남의 통영이나 전남 여수의 가막만과 여자만 그리고 득량만 일대의 남해안이 새조개의 주요 서식지였습니다.

새조개는 이치목 새조개과에 속하는 연체동물입니다.
내륙 인근의 수심 10m-30m 정도의 진흙 섞인 모래바닥에서 서식하며 자웅 동체로 1년이면 산란이 가능하다 합니다  크기는 아이의 주먹만하고 일본, 대만, 한국의 연안에 분포합니다.
새조개의 겉모습은 여느 조개와 다를 바 없으나 껍질 속에 들어 있는 속살의 모양이 새의 부리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새조개는 물을 뿜으면서 한 번에 1m 정도의 긴 거리를 이동하는데 행동 반경이 넓어 언제든 서식하기 좋은 곳을 찾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패류라 합니다.

80년대 초까지도 천수만에 새조개는 거의 없었는데 1984년 현대건설이 시행한 간척사업 중, 이 일대에 물막이용으로 다량의 황토가 투입되면서 새조개가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합니다.
그 후부터 새조개가 어획되기 시작하였는데 거의가 일본으로 수출되다가 최근 들어 식도락가들의 입에 오르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는군요.

새조개의 산란기는 7-10월로 알을 낳은 뒤 살이 통통하게 오른 1-3월이 가장 맛이 좋아, 이 시기에 천수만 남당항 일대에서는 새조개축제가 열립니다. 홍성군은 축제의 성공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해오고 있어 관광객들은 큰 불편 없이 새조개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는 기존에 영업해오던 식당 만으로 방문객을 수용할 수 없어선지 포장마차 수준의 특별매장이 20여 곳 들어서 있었습니다. 얼핏 둘러본 바로는 기본 찬이나 육수의 부재료가 매장마다 그게그거였습니다. 시장에서 사온 반찬을 그대로 내놓는 무성의함이나 개성 없는 상차림은 아쉬웠지만, 메인인 샤브샤브는 나무랄 데 없었습니다.

새조개의 조리법은 끓는 육수에 새조개와 야채를 함께 익혀 먹는 샤브샤브, 살짝 데쳐 시금치나 곰피, 물미역, 냉이와 함께 새콤달콤 버무려 먹는 회무침, 말렸다가 간장양념에 조려 먹는 방식이 있습니다.

제가 새조개를 오래도록 잊지 못하는 것은 어머니와의 추억 때문입니다.
찬바람이 매서운 겨울이면, 어머니는 새조개를 넉넉히 구입하여 데친 시금치를 더해 새콤달콤 무치셨습니다. 회무침을 용기에 담아내고 나면 어머니와 저는 양념이 묻어 있는 자배기에 갓 지은 밥을 넣고 슥슥 비벼 함께 먹곤 했는데 그게 꿀맛이었습니다. 새조개회무침이 상에 오른 저녁은 잔칫날이었지요. 식구들은 물론이고 이웃집까지 돌려지던 그 음식은 여러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으니까요. 

대하찜과 함께 제가 최초로 음식을 만들어 본 것이 새조개회무침이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일입니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저를 도시의 중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대처로 전학을 시키셨습니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 곁을 떠나 지내려니 집 생각에 눈물 짓는 날도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내가 왜 여기에 왔는지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원하는 학교에 합격되었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에 내려가 오랫만의 방학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저는 모처럼 얻은 자유로운 시간을 값지게 쓰고 싶었습니다. 궁리 끝에 고안해 낸 게 일을 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저녁상을 차리는 일이었지요.

시장을 보고 식재료를 손질하여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어머니께 말씀드리지 않고 제가 계획했던 메뉴에 따라 밥상을 준비하였습니다. 종일토록 근무하느라 고단하신 어머니가 퇴근하자마자 부엌으로 들어가시는 걸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한사코 고생스럽다며 저를 말리셨지만, ‘그래요, 오늘부터선 하지 않을 게요.’ 대답만 해놓고는 계속하였습니다. 그 때 만든 음식이 다 성공한 건 아니었지만,  어머니가 음식 만드시는 것을 옆에서 지켜봐오던 기억을 되살려 성심껏 만들어서인지 ‘맛있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습니다. 

좋은 음식을 만들어 나누는 일은 이 세상을 버티는 힘입니다. 식사를 함께 한 횟수가 늘어날수록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화합도 쉬워지는 까닭입니다. 마음으로 소통하게 되면 힘든 일터에서의 시간들은 의무에서 열정으로 바뀌게 되지요. 

달큰하고 야들야들한 새조개 샤브샤브로 식사를 마친 후 방파제를 거닐며 밝은 햇살과 서해를 바라보노라니 추위로 움츠려들었던 몸과 마음에 다시 활력이 생깁니다. 어머니는 옆에 계시지 않지만 남아 있는 시간을 잘 보내는 것이 어머니를 만나는 길이라 자위하면서 헛헛함을 달랩니다. 오는 길에 수덕사의 고즈넉한 경내를 돌아보는 즐거움도, 한국 고건축박물관을 관람하는 행운도 덤으로 누릴 수 있었으니 남당항 나들이는 즐겁고도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새조개회무침>
새조개샤브샤브 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다음 날 손질된 새조개를 구입하여 회무침을 만들었습니다. 새조개를 맑은 물에 두어 번 헹구어 끓는 물에 잠깐 넣었다가 바로 소쿠리에 건집니다. 시금치를 살짝 데쳐 찬물에 흔들어 건진 다음 손으로 꼭 짜서 물기를 빼둡니다. 재료를 모두 합하여 양념장에 무칩니다. 새조개회무침을 만들어 먹으니 그리운 어머니를 만난 듯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양념장
고추장과 고춧가루의 비율을 2;1로 하고 식초와 설탕, 다진마늘과 대파, 깨소금을 혼합하여 새콤달콤한 양념장을 만듭니다. 널찍한 볼에 준비된 새조개와 시금치를 담고 훌훌 털면서 고루 섞은 다음
양념장을 조금씩 부어가며 버무립니다. 간이 맞다 싶으면 마지막에 참기름 반 숫갈을 넣고 접시에 담아 냅니다.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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