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천지가 설원으로 변해버린 세한에 초록의 생명력을 드러내고 있는 작물이 있으니 시금치, 봄동, 보리, 마늘입니다.
가을에 파종한 마늘의 줄기와 잎이 먹을 수 있을 만큼 자랐는데 이것을 수확한 것이 풋마늘입니다.
요즘 출하되고 있는 풋마늘의 대부분은 제주산인데 폭설로 인한 물류의 지연을 피하기 위해 최근엔 항공편으로 운송되고 있다 합니다.

마늘은 10월 중순경에 파종하여 초여름에 수확하는 한지형과 초봄에 파종하는 난지형이 있는데 지금 출하되고 있는 풋마늘은 한지형입니다. 마늘은 쑥과 함께 단군신화에 등장할 만큼 우리와 친근해서 우리나라가 원산지가 아닌가 싶지만 중앙아시아가 원산지입니다.

마늘과 쑥을 먹으며 햇볕을 보지 않은 동굴에서 삼칠일(21일)을 참고 기다린 곰은 웅녀로 환생 해 환웅과 결혼하여 단군을 낳았지만, 성질이 급한 호랑이는 약속한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동굴을 뛰쳐 나와 사람이 되지 못했다는 얘기지요.

한국문학의 큰산 미당 서정주 선생이 30여년 간 기거하시던 관악구 남현동에 소재 한 집의 이름이 마늘과 쑥의 한자어를 딴 '봉산산방'(蓬蒜山房)입니다. 미당은 당신의 집을 봉산산방이라 이름 했는데 한국 신화의 원형이 시작되는 곳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합니다.

사당초등학교를 길 하나 사이에 두고 있는 <서정주의 집>은 10여 년 동안 폐가로 방치되는 우여곡절을 겪다가 선생이 타계한 지 11년 만( 2011년부터)에 관악구의 추진으로 복원되어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고 있습니다.

수필<지조론>과 애송시<승무>로 유명한 조지훈 선생의 댁은 성북동에 있었지만 보존되지 못하고 집터에 간단한 표지석만 남아 있습니다. 그곳을 지나는 저의 소회는 늘 아쉽고 허전합니다.
문화적으로 보존할만한 가치가 충분한 데도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헐리고 마는 문화예술인의 집이 후대까지 보존되는 길이 열릴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같은 사업은 지자체와 주민들의 합의와 협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여건이 어려울 땐 중앙부처에서 도와주는 방법도 좋지 싶습니다. 이런 게 풀뿌리 민주주를 구현하는 길이요, 백범 김구선생이 주창하셨던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로 발돋움 하는 일이지 싶으니까요. 

세상은 성장과 속도전으로 내달리고 있어 날로날로 부박해지고 있고, 아이들마저 기성의 폭력행태를 닮아가고 있는 이때, 시대를 아우르는 사표가 될만한 어른을 기리고 추억하는 일에 예산을 투입하는 일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늘(garlic)은 살균력이 강해 2004년 타임誌가 선정한 10대 항암식품에 들었고, 미국의 국립암연구소는 사람이 먹는 항암식품 중 마늘을 1위로 꼽은 바 있습니다. 생마늘에 함유된 알린이라는 성분은 씹거나 다지면 효소분해를 일으켜 알리신이라는 물질로 변하는데 이 때 발생하는 강한 매운맛과 냄새는 비린 맛과 냄새를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살균력이 강해 위암이나 식중독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균에 대한 항균의 효능도 지니고 있다 합니다.

밋밋하던 육류나 생선의 요리에 마늘 한 숫갈이 들어가면 맛이 확 살아나고, 김치 담글 때 넣으면 채소의 맛에 풍미가 더해지고 쉬 변질되 는 것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인체에 유익한 작용을 하는 마늘은 한식 뿐 아니라 각국의 음식이나 식품의 조리에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마늘이지만 과용하면 열이 많이 발생하여 속쓰림이 생길 수 있으니 열이 많으신 분들은 유념하셔야겠지요.
제주에서 올라 온 풋마늘 한 단을 구입하여 다듬고 씻어 김치를 담갔습니다.
요즘에 나는 풋마늘은 잎이 연하고 줄기가 두껍지 않아 김치 담그기에 알맞습니다.
풋마늘 잎 사이사이에는 흙이 많이 묻어 있으므로 이파리 하나씩 들추어 가며 흐르는 물에 깨끗이(5회) 씻어 소쿠리에 건져 물기를 뺍니다.

풋마늘은 그 자체의 맛이 강하므로 아무런 향신채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풋마늘의 매운 맛을 삭히기 위해 남도에선 생멸치젓을 듬북 쓰기도 하는데 저는 맑은 멸치액젓을 사용했습니다. 물기 빠진 풋마늘을 엷은 소금물에 30분 정도 절였다가 건져 살짝 헹구어 다시 소쿠리에 건져놓고 찹쌀죽과 액젓을 섞은 양념에 고춧가루를 넣고 불립니다.

준비된 풋마늘에 양념을 넣고 고루 버무려 한 끼 분량씩 타래를 지어 용기에 담고 실온에 하루 두었다가 냉장합니다. 고기와 함께 드셔도 좋고, 식성대로 익히거나 생김치로 밥반찬 하면 맛납니다.

간단하게 겉절이를 해 드셔도 좋은데 이 때는 액젓보다 간장으로 만드시는 게 좋습니다.
풀물도 필요 없고, 손질한 풋마늘을 5센티 정도로 썰어 간장, 고춧가루, 깨소금, 참기름으로 양념하여 무치면 완성입니다. 풋마늘김치로  입맛 돋우시고 추위도 날려 보냅시다.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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