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굴밥


 



옷깃을 여미게 하는 추위가 찾아 들면 생각나는 식재료 중의 하나가 굴입니다.
굴은 생새우와 함께 김장철에 수요가 집중되는 터라 이 시기엔 굴값이 계속 오르다 김장철이 끝나가는 12월 중순 경부터 굴의 시세는 안정됩니다.
저희집은 굴을 아주 좋아해서 겨울 한 철을 나려면 여러 박스의 굴을 소비하게 되는데 새벽에 열리는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서 구입합니다. 가격이 좀 세더라도 자연산굴을 구입하는데, 굴젓을 담글 일이 아니면 중간 크기의 양식 통영굴이나 고흥굴을 사오기도 하는데 맛은 다 좋습니다.

굴 한 박스를 사면 꽤 많은 양인데 친지들과 나누다 보면 별로 많지 않습니다.
굴은 요리법도 다양하지요?.
굴회, 굴밥, 굴국밥, 굴전, 어리굴젓과 진석화젓, 굴무침, 굴튀김, 굴무침… .
생굴을 엷은 소금물에 담가 굴에 붙어 있는 쩍(굴껍데기 부스러기)을 떼어내면서 헹구는데 더운물을 쓸 수 없으니 손이 시리지요. 자연산은 양식에 비해 쩍이 많고 씨알도 잘아서 손질하기가 힘들지만 굴젓을 담가 놓으면 그 수고가 아깝지 않습니다.

오늘은 마트에서 소포장된 양식굴을 사 왔습니다. 제가 굴을 박스로 구입하는 시기는 김장 시즌이 지난 연말이나 연초부터니까요. 굴이 커서 내키지 않았지만 굴밥을 짓기엔 괜찮겠다 싶어서였지요. 양도 적고 큰 굴이라 손질하기도 간편하네요.

굴밥은 무나 콩나물을  함께 넣고 만드는 게 일반화된 조리법이지만 저는 생도라지와 건표고버섯, 대추를 넣어 만들었습니다. 물에 불린 표고버섯을 편으로 썰고, 도라지는 소금을 넣고 바락바락 문질러 씻어 쓴물을 빼고 헹구어 썰어 두 가지를 함께 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살짝 볶습니다.
대추는 씻어 씨를 발라내고 썰어 준비합니다. 보리쌀이 섞인 쌀은 씻어 물에 30분 정도 불렸다가 냄비에 앉히고 고슬하게 밥을 짓습니다. 처음 10분은 센불, 끓어오르면 중불에 10분 뜸을 들입니다. 밥이 끓어오르면 바로 굴을 넣어 익히다(중불 10분) 밥이 거의 다 됐을 무렵 도라지, 표고버섯, 대추채를 넣고 약불에 10분 더 뜸을 들여 불을 끄면 완성입니다.

굴밥의 양념장은 집에 있는 재료를 쓰면 되는데 저는 5일장에서 사 온 달래로 만들었습니다.
달래를 파시는 할머니께 재배한 것이냐고 여쭈었더니 마을 뒷산에서 캐온 것이라고 합니다.
달래는 이른 봄에 냉이랑 나는 것으로 알았는데 벌써 달래가 보이니 반가운 마음에 덜컥 사왔습니다. 달래는 향도 맛도 강해 대충 잘라 다른 것 넣지 않고 간장에 고춧가루,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어 만들었습니다.

굴밥을 양념장에 비벼보니 저는 도라지가  쓸 줄 알았는데 단맛이 돌았고, 표고와 굴의 향이 달래장과 어우러져 달콤 쌉싸레합니다. 굴밥으로 이른 저녁식사를 마치고 용무가 있어 시내에 나가보니 중심가의 거리엔 유세용차가 서 있습니다. 날씨는 춥고 보고듣는 사람도 별반 없는데 확성기에선 있는대로 크게 틀어놓은 후보자의 공약과 로고송이 울려 퍼지고 동영상과 자막도 흘러 나옵니다.

이번엔 선거전의 모습이 종전과 달라졌으면 싶었는데 ‘너 죽고 나살자’식 비방 일색인 것은 여전합니다. 국익과 민생의 안정에 도움이 되는 상대 후보자의 정책 제시엔 함께 긍정하고 칭찬해줄 수 있는 여유는 찾아볼수 없습니다. 선거일은 딱 2주 남았는데 와중에서도 정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지도자가 선출되기를 기대합니다.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