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로 잡아 온 고등어>

값싸고 고소해서 누구나 즐겨 드시는 고등어가 돌아왔습니다.
난류성 어종인 고등어는 수온이 낮아진 우리의 근해를 떠났다가 바닷물의 온도가 오른 최근에 다시 찾아 왔습니다. 요 몇년 사이 그 흔하던 고등어가 잡히지 않아 값은 치솟았고, 부족한 국산의 빈 자리를 수입산이 차지했었지요.

마땅한 찬거리가 없을 때 고등어조림이나 간고등어 한 손 구워 내면 밥 한그릇 비우기는 일도 아니었습니다. 특유의 비린내만 잡아주면 고등어는 나무랄 데 없는 식재료라서 우리네 밥상과는 뗄 수 없는 품목이기도 합니다. 고등어에 함유된 단백질과 핵산은 혈중의 콜레스테롤을 낮추어 주고, 두뇌의 활동을 촉진하는 작용을 하니 학생이나 치매에 걸리기 쉬운 노약자에게 특히 이롭습니다.

교통수단과 냉동시설이 여의치 않았던 시절, 운송 방안으로 개발해 낸 염장법이 안동간고등어 입니다. 여름이 제철인 고등어를 생물 상태로 소비지까지 이동하는 데는 하루가 걸렸습니다. 일차 소비지에서 상품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배를 갈라 내장을 긁어내고 소금 한 줌을 넣어 유통시켰는데 2차 소비지인 안동에선 그 방법도 마땅치 않았다 합니다.

내륙에 위치한 안동의 여름은 기온이 높고 포항이나 영덕 등의 수산물 산지와 워낙 먼 거리라서, 도착한 간고등어는 이미 상하기 직전의 상태였다 합니다. 하여 간고등어에 간을 한 번 더해서 시장에 내다 파는 방법을 고안해 낸 것(이동삼 장인의 창안) 안동간고등어의 유래라 하는군요. 육류나 어류는 상하기 직전의 상태가 가장 좋은 맛이 난다고  합니다.(*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선생님 ). 死後에 굳어진 근육이 부드러워지고 효소화된 상태라서 식재료의 잡내도 없어지고 염장으로 육질은 쫄깃거리니 안동간고등어는 최상의 맛을 낸다 하네요.

이렇게 해서 생겨난 안동간고등어는 향토음식을 넘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선호하는 먹을거리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이에 뒤질세라 군산 앞바다에서 잡히는 고등어를 손질해서 어린 뽕잎 우려낸 물에 간을 한, 군산의 뽕잎간고등어도 최근 개발되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합니다. 이는 군산 지자체에서 고안해 낸 향토식품인데 지역민의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대에 기여하고 있으니 매우 고무적인 일이지요.

최근 발족한 세계식량농업본부에서 추진 하고 있는 '일촌일맛'기획이 제대로 실현되어 나라 곳곳에 명품 먹을거리가 생겨나고, 이를 찾는 손님들로 관광 진흥에도 한 몫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도시에서 없는 일자리를 기다리는 젊은이나 은퇴자들이 현지로 내려가, 자신이 가진 재능을 지역사회를 위해 기여하고, 지역의 특산물을 이용한 향토음식 개발에 열정을 쏟는다면, 귀농 귀촌하신 분들도 잘 살고 향토도 발전하는 상생의 길이 열리지 않을까 싶네요.

낚시를 좋아하는 아이가 태안반도로 바다낚시를 하고 왔습니다.
민물고기는 좋아하지 않아 잡아 온 고기는 번번이 이웃에게 나누어 드리는데, 바닷고기는 무엇이든 매운탕으로 끓여 한끼를 즐길 수 있어 좋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씨알이 잘긴 하지만 아이가 고등어를 한 통 잡아 왔습니다.
찌의 부력을 찌 몸통 1-2센티 정도 물에 잠기게 맞춘 다음, 찌가 밑으로 깊이 들어가면 즉시 낚아채야 하는데 타이밍 맞추는 게 쉽지 않답니다. 낚시대를 넣자마자 고기가 올라오니 모처럼 흥이 나서 정신 없이 낚아 올렸다네요. 낚시의 묘미를 한껏 즐길 수 있는 감성돔이나 우럭을 기대 했지만 방파제 낚시로 이 만큼의 조황을 얻기는 근래에 드믄 일이라는군요. 즉시 손질하여 와인과 생강즙을 합한 물에  반 시간 정도 숙성하였다가 소금구이와 묵은지를 넣은 조림으로 만드니 저녁상이 또 근사해졌습니다.
저는 고등어보다 그 속에 들어간 묵은지 먹는 재미가 쏠쏠하여 그것 한 가지로 밥 한그릇을 비웠습니다. 묵은지는 뭉근히 조려야 부드럽고 맛도 좋으니 멸치육수를 붓고 아이가 출발한 시간에 미리 조리를 시작했습니다. 고등어는 오래 끓이면 기름이 우러나와 쪈내가 나니 묵은지를 먼저 익히고 생선은 나중에 넣는 방법이 좋기 때문입니다.

이달에만 예년의 삼분의 이 수준을 넘게 고등어가 잡혔다고 하니 식재료의 값이 치솟는 요즈음 들리는 희소식입니다. 내달에는 더 많은 고등어가 잡힐 거라 하는데, 한류성 어종인 갈치가 잡히지 않아 갈치값이 치솟는 점은 아쉽습니다.

표면이 거무튀튀한 목포먹갈치조림이나 구이면 밥상에 앉는 일이 즐거웠지요.
이맘때쯤 고향에 내려가면, 어머니와 함께 새벽 남광주시장에 가서 통통한 먹갈치 한 짝 사서 간하고 말려 집집마다 나누어 먹던 일이 이젠 옛이야기가 돼 버렸습니다.
함께 먹었던 무안뻘낙지도 호박잎쌈도 눈물나게 그리워지는 시간입니다.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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