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지천(至賤)으로 돋아난 쑥

                          <마을 언덕배기에서 캐 온 쑥>

달포 전 만 해도 볕이 잘 드는 쪽에만 새초롬이 돋아나던 쑥이 이젠 지천에 널려 있습니다.
봄비가 몇 차례 지나가니 쑥은 그야말로 ‘쑥쑥’ 자라나 있습니다.
바구니와 칼을 들고 언덕배기로 나가 이 반가운 봄손님을 캐지 않을 수 없습니다.

‘봄이 오면 파릇파릇 소리도 없이
나무가지 가지마다 새싹이 파릇
봄이 오면 언니하고 바구니 끼고
나물 캐러 가던 일이 생각납니다 ‘

언듯 떠오르는 동요를 흥얼거리며 쑥을 캐 담다보니 금세 바구니에 가득합니다.
이 정도면 쑥밥을 해먹기에 충분하다 싶어 종종 걸음으로 되돌아 와 다듬어 씻었습니다.
매번 해먹는 게 쑥국인지라 이번엔 조리법을 바꿔 보았습니다.
생쑥으로 겉절이나 샐러드로 만들어 먹을 수도 있지만, 저는 생채(生菜)보다 살짝 익힌 숙채(熟菜)를 더 좋아해서 쑥밥을 짓기로 했습니다. 어린 쑥과 과일을 곁들여 플레인 요구르트에 버무리거나 엷은 간장소스에 무치면 쑥향을 즐기기에 더 효율적인 방법이긴 합니다.

길거리에 나서면, 해가 저물도록 총선 유세에 눈과 귀가 어지러울 지경입니다.
웬지 반칙과 虛言의 퍼레이드인 것만 같아 그쪽으로 마음이 가질 않습니다.
주민을 속이고 또 속이고… 
얼마를 더 속아야 바른 정치가 이루어지는 날이 올 것인지요.
반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만 되풀이 하는 정치판의 행태가 과연  청산될 수나 있을런지요.

냄비에 불린 쌀을 넣고 밥을 짓다 뜸이 거의 들었다 싶을 때, 물기를 빼둔 쑥을 밥 위에 얹고 바로 불을 끕니다. 어린 쑥은 밥의 김만으로도 익습니다.
쑥밥은 엷은 양념장이나 강된장을 준비하여 비벼 드셔도 좋고, 열무 물김치나 동치미와 드셔도 향긋합니다. 입안에 감도는 쑥향이 어지러운 세상의 시름을 잠시 잊게 해 줍니다.

동백도 매화도 산수유도 다투어 꽃망울을 터트렸습니다.
대지를 일렁이는 바람엔 아직 찬 기운이 남아 있지만, 한겨울의 북풍한설에 비하면 이 정도쯤이야 감사할 일이지요. 걸을 수 있고, 만져볼 수 있고, 씹을 수 있는 육신을 지니고 있음이 바로 축복입니다.

“걸어보고 싶어”
아주 가느다랗게 입을 여시던 어머니의 말씀이 떠올라 눈시울이 붉어지는 봄밤입니다.
쑥국도 쑥버무리도 쑥칼국수도 몸 속의 묵은 기운을 털어내고 새 기운을 북돋워주는 음식들입니다. 저도 생동하는 봄을 닮아, 자신과 다른 생명체에 두루 도움이 되는 일이 무얼까 고민해보고, 그것을 실행하는 봄이 되게 하렵니다.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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