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기정떡

입력 2011-08-02 10:24 수정 2013-07-11 02:10
잦은 폭우와 고온다습한 날씨로 여름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채소와 과일도 쉬 물러지고 생선 또한 신통치 않으니까요. 가족들 밥상 챙기기가 고민인 이즈음, 식사 대용이나 간식으로 알맞은 향토음식 하나 소개합니다.

우리가 흔히 술떡이라 부르는 화순의 '사평기정떡'입니다.
멥쌀가루에 약간의 설탕을 넣은 막걸리로 반죽을 하여 세 번의 발효과정을 거쳐 쪄낸 떡이라 쉬 상하지 않고 스폰지케잌처럼 기포가 많아 부드럽고 소화도 잘 됩니다.
기정떡은 여느 지방에서건 흔히들 만들어 드시던 떡이지만, 특히 화순 남면의 사평지방에서 맥이 끊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생산 되어 온 터라 '사평기정떡'이 향토음식으로 인정받게 됐습니다.
현재는 원조격인 사평 보다 화순읍에 기정떡 가게가 더 많이 들어서 '화순기정떡'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최근의 '사평기정떡'은 반죽에 막걸리의 양을 줄이고 대신 효모를 넣어 시큼한 맛을 줄여 떡맛을 개선하니 기존의 제품 보다 훨씬 인기가 높아졌습니다. 쌀가루에 뽕잎이나 자색고구마 그리고 울금 등의 지역 특산물을 첨가해 색색의 고운 떡을 선보인 것도 새롭습니다.
바야흐로 '사평기정떡'은 이제 화순지방 뿐만 아니라 전국의 떡애호가들이 주문하여 먹는 브랜드가 되었고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쌀소비의 촉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한 우물을 깊이 파는 장인정신을 3대째 이어오는 화순의 기정떡명인은 해외시장으로의 공략에도 길을 텄다 하니 퍽 고무적이고 반가운 소식입니다.

벙거지떡 또는 증편 기주떡이라고도 불리는 기정떡은 멥쌀을 5.6시간 불려 가루로 곱게 빻아 따뜻하게 데운 막걸리와 물로 반죽하여 랩이나 베보자기를 씌워 5-6시간의 1차 발효를 시킵니다.
부풀어 오른 반죽을 치대어 기포를 없애고 다시 랩을 씌워 2시간 정도의 2차 발효, 같은 방법으로 1시간 정도 3차 발효의 과정을 거쳐 기름을 바른 널따란 사각팬이나 내열성 유리용기에 반죽을 부어 찜기에 얹고 약불 10분, 중불 15-20분, 그리고 약불 5분간 쪄서 불을 끄고 뜸을 들인 후에 식힙니다.
고명으로 밤이나 대추채 흑임자 석이버섯채 호박씨 등으로 마무리하면 모양새도 예쁜 기정떡이 완성됩니다. 반죽하기가 쉽지 않아 몇 번의 실패를 거쳐야 제대로 된 기정떡을 만드실 수 있습니다.

'사평기정떡'은 소화도 잘 되고 칼로리도 높지 않아 아침식사 대용이나 간식으로 드시면 아주 좋습니다. 발효를 시킨 떡이라서 상온에서도 이틀 정도는 상하지 않으니 요즘 같이 무더운 여름 음식으로 알맞습니다. 냉동하면 장시간 보관도 가능하나 조금씩 마련하여 바로 드시는 게 제일 좋겠지요.
가격도 저렴한 '사평기정떡' 한 상자면 휴가길 간식거리나 이웃과 함께 나눠 드시기에 손색이 없는 우리의 전통음식 입니다.

세상은 더 편리한 것들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가고 있지만, 그 현란한 속도전의 흐름 속에서도 다시 옛것을 찾아가는 움직임 또한 거스를 수 없는 추세 입니다.
아기용품으로 오가닉코튼 기저귀와 포대기를 찾는 신세대 주부님들이 늘고 있고, 슬로우 푸드인 전통음식을 찾는 발걸음들이 잦아졌으니까요.
집을 짓는 데에도 목재와 황토로 된 천연 자재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고, 지열이나 태양광을 이용한 파시브주택의 기법들이 점차 도입되고 있습니다.
이제 그린은 우리의 의.식.주의 생활 뿐만 아니라 영혼과 마음이 깃들여야 할 피안이지 싶습니다.
돌고 돌아 다시 찾아가는 그린. 왜 일까요.

태초에 사람과 자연은 하나였기 때문이 아닐른지요.
생래적으로 주어진 자연과 생명들 간의 상생관계를 거스른 채 성장과 효율만을 위해 마구잡이로 치닫다 보니 도처에 재앙과 장애물들이 도사리고 있었지요.
사람의 두뇌가 이룬 온갖 문명의 이기와 제도들도 자연의 섭리 위에 설 수 없다는 뼈져린 한계와 위기의식. 여기서부터 각자는 삶을 다시 모색하고 성찰해야 할 지점에 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내가 외로울 때, 내가 더는 이 세상에서 바로 서 있기가 버겁다는 한계상황에 부딛혔을 때, 위안이 되는 게 무얼까요.
고전에서 얻는 한 줄의 명구, 친구가 주는 위로의 말, 스승이 건네시는 다독임......
많은 해법들이 있겠지만, 저는 별 말씀이 없어도 내 마음을 속속들이 헤아리고 계시는 어머니가 차려주시는 밥상, 그것이지 싶네요.
이청준 선생님의 자전적인 이야기 <눈길>에서 가계의 파산으로 집을 잃게 된 노모가 새 주인에게 사정하여 얻어낸 시간. 그 옛집에서 솟구치는 눈물을 삼키시며 대처에 나가 학업 중인 자식을 위해 신새벽에 차려주신 밥상, 그것이지 싶습니다.


병중에 계시는 어머니의 빠른 쾌유를 비는 마음으로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메뉴로 저녁상을 차려보았습니다. 받은 것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고 불효스런 자신을 되돌아 보면서.

보리밥에 솎음무된장국과 호박과 감자를 반씩 넣고 만든 갈치조림, 열무김치, 풋고추와 된장,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재래식 양념으로 만든 멸치무침, 그리고 상추쌈, 소고기 장조림 이렇게 차려 보았습니다. 멸치무침은 손질한 햇멸치를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 살짝 볶아 식힌 후, 간장 고춧가루 다진마늘과 청양고추 깨소금 참기름을 혼합한 양념에 무쳤습니다.
이때 간장은 아주 조금만 넣습니다. 고춧가루가 멸치에 붙을 정도만. 후식으로는 사평기정떡과 수박화채를 준비했습니다.

밤에는 대자리를 깔고 풀먹인 삼베 홑이불을 덮고 자리에 드니 굳이 휴가 떠날 일이 없다 싶습니다.
눅눅하고 무더운 여름 잘들 나시기를 기원합니다.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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