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는 무료로 점심을 제공 하는 곳이 꽤 있습니다.
주로 자선단체나 선의의 독지가들이 어르신들을 위해 제공되고 있지요.
이러한 나눔의 행사는 이 고물가의 시대에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란 것쯤은 누구나 짐작하는 일입니다. 이용객들은 주최측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식사를 하고 뒷처리 하는 데에도 잘 협조하여야 하는 것은 상식이요, 기본 예의입니다.

지난 휴일 어느 사찰의 공양간에서 본 일입니다. 점심 공양을 위해 두 줄로 길게 늘어선 식객들 중 한 아주머니는 자기 차례가 되자 그녀의 가방에서 잽싸게 비닐백을 꺼내 배식대 위에 놓인 밥을 가득 퍼담아 감쪽같이 집어 넣은 후, 식탁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태연히 식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동안 차례를 기다리며 그녀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훤히 보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다행히 대열은 그냥 보아 넘기자는 형국이어서 조용히 지나갔습니다.
글쎄요, 그녀는 한 봉지의 밥이 딱히 필요한 사연이 있었겠지만 결코 곱게 보이지만은 않았지요.

살다보면 그 정도의 몰염치는 오히려 애교로 보아야 할 경우를 훨씬 더 많이 겪게 됩니다.
공공의 장소에서 젊은 남녀가 부등켜 안는 일은 이제 다반사가 된지 오랩니다.
수업 중에 자신을 나무란다는 이유로 즉시 교사에게 폭행을 가했다는 학생의 얘기며, 체벌을 받은 학생의 부모가 교사를 고발했다는 소식은 이제 뉴스거리도 아닙니다.

체벌로 인한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벌어지는 끊이지 않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는 학교 현장에서의 체벌 전면금지및 학생인권조례 시행령이 발효 중입니다. 그게 문제를 바로 잡는 순기능 보다는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는 독이 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지만, 교권이 무너져버린지 오래니 문제의 실마리를 자율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자식이 잘못을 저지르면 부모가 대신 나서서 사죄하고 부모가 실수를 하면 자식이 이웃에 용서를 구하던 대동사회의 미풍은 사라진지 오랩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미안해 하거나 인정조차 하려들지 않고 데면데면 넘어가버리는 일들이 밥먹 듯 일어나는 세상입니다.
어려서부터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고 자녀들에게 철저하게 가르치는 일본식 가정교육의 모습도 우리 주변에선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염치를 찾는 일 자체가 무의미해져버리는 집단이 정치권이지 싶습니다. 정치에 입문 하기 전에는 덕망과 인품을 두루 갖춘 듯싶던 인물도 권좌에 오르기만 하면 기성 정치인들과 똑같아져버리기 때문이지요. 공공선을 위한 절제와 염치를 끝까지 지킬 수 있는 지도자의 출현이 절실해지는 아침입니다. 더 나은 민생을 일구기 위한 최소한의 덕률과 책임감 만이라도 갖춘 지도자들이 선출되기를 간절하게 빌어봅니다.

공자의 제자 애공이 그의 스승에게 '어떻게 하면 백성이 복종합니까?' 라고 묻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지요.
'정직한 사람을 들어 쓰고 모든 굽은 사람을 버려두면 백성들이 복종하며, 굽은 사람을 들어 쓰고 모든 정직한 사람을 버려두면  백성들이 복종하지 않습니다.'( 論語. 爲政篇. 成百曉 譯註 <論語集註>

인재를 등용하는 안목을 갖춘 지도자를 선출해야  인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사회의 기강도 바로    서게 되어 시민들이 그의 통치력을 따른다는 것이지요.

나 잘났노라고 턱도 없이 으시대면서 잘못을 저지르고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에, 자신을 한없이 낮추면서 주변을 따뜻하게 감싸는 함민복 시인의 시 한 편 소개합니다.
시인은 얼마 전, 늦깎이로 장가를 가는 행운도 윤동주 문학상의 수상자로 선정된 기쁨도 함께 누렸습니다. 주례를 맡으신 김훈 선생은 시인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시인은 고통 고생 가난 외로움 속에서도 반짝이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시로써 표현해온 시인입니다. 더 아름다운 것은 자신이 얼마나 중요하고 훌륭한 사람인지를 잘 모른다는 것이지요."

            긍정적인 밥

                     함민복


    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정치인에게 시인의 영혼을 기대할 순 없는 일이지만, 행정수행 능력이 남다르고 주민과 고락을 함께 할 수 있는  인물이 선출되기를 바랍니다. 파렴치한 지도자는 역사를 후퇴시킬 뿐만 아니라 시민의 삶까지도 곤경에 빠뜨리는 까닭입니다.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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