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아침에

입력 2011-01-08 08:27 수정 2011-01-19 08:21
거의 전국으로 확산 된 구제역으로 세상이 온통 홍역을 치루고 있습니다.
느닷없이 불어닥친 돌림병으로 소나 돼지들이 겪는 수난, 이를 관리하시는 담당자분들의 과로와 정신적인 충격, 그리고 자식처럼 아끼던 가축을 잃은 축산농가의 시름이 목불인견입니다.

살처분 시에 새끼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어미 돼지의 절규가 떠올라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현장 요원분들의 하소연이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축산업은 지속적으로 발전해야하지만, 우리와 아주 친근한 동물들에게 이런 잔혹한 고통을 주면서까지 육식을 즐기는 인간의 행위는 과연 온당한 일인가 하는 문제도 한번쯤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 내가 먹은 음식이 내일의 나를 만든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습니다.
지난 연말에 접종한 백신의 효과가 지금쯤 나타나는 시기가 되었다하니 구제역이나 조류독감 모두 진정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기승을 부리는 추위가 당최 꺾일 줄을 모르니 따끈한 국물이 당기는 요즈음입니다.
북풍한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황량한 겨울 벌판에서 푸르게 자라나는 국거리용 푸성귀들이 있으니 봄동과 섬초(섬에서 자라는 시금치)와 보리순입니다.
특히 보리순은 야채가 갖고 있는 비타민이나 무기질 같은 영양소와 당질 섬유소 등의 곡물에 함유된 영양소를 함께 섭취할 수 있는 이상적인 식재료이지요.

보리순을 다듬어 깨끗이 씻어 소쿠리에 받쳐 물기를 빼두고 멸치육수에 된장을 풀어넣고 국물이 끓어오르거든 준비된 보리순을 넣고 한소끔 끓여내면 겨울별미 보리순된장국이 완성됩니다. 이때 한창 맛이 좋은 굴을 넣으시면 건더기 추려 먹는 재미도 쏠쏠하고 국물맛도 더해지니 금상첨화지요. 시금치나 봄동도 데쳐서 같은 방법으로 된장 풀어 끓이시면 구수하고 담백한 국물이 미각을 즐겁게 해줍니다.

시장에 가보면 물미역과 곰피가 많이 나와 있습니다.
물미역이나 곰피 같은 해조류들은 무기질은 많지만 칼로리는 거의 없는 식재료들이니 몸에 좋고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입니다. 곰피나 물미역을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넣으면 갈색이던 것이 금세 초록으로 바뀌는데 이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매우 즐겁습니다.

그린은 생태를 표상하는 심볼이라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만으로도 보는 이에게 생명력이 바로 전이되고 아름답게도 느껴지는 것이겠지요. 데친 물미역이나 곰피를 찬물에 헹궈 물기를 제거하여 정리하여 자르고, 데친 물오징어나 생굴, 그리고 느타리버섯을 데쳐 3가지를 접시에 돌려 담고 초고추장을 곁들이시면 밥상이 아주 산뜻해집니다. 여기에 무 넣은 굴비조림과 나물 한접시를 더하면 저녁상의 짜임새는 훌륭합니다. 

녹색생활은 소중한 자연과 자원을 아끼며 사는 것입니다.
민족의 선각자 다산 선생께서도 근검을 평생의 실천덕목으로 삼으시고 멀리 떨어져 사는 학유와 학연의 두 아들들에게 편지 때마다 당부하시곤 했습니다.
오늘 하루 내가 계획한 일들을 부지런히 실천에 옮기고 자연을 보호하며 물자를 절약하는 삶은, 자신과 이웃을 두루 이롭게 하는(自利利他) 인도적인 행위이기도 합니다.

밥상에 놓인 음식들이 바르면 그것을 먹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나아가 뭇 생명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생태계도 조금씩 회복 되리라 생각합니다.
사람과 작물의 관계, 가축과 사람의 관계, 숲과 사람과의 관계, 작물을 생산하시는 농부와 소비자와의 관계,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 지를 곰곰히 생각해보고 그것을 실행하시는 토끼의 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온전한 밥상의 길이 사람의 길이고, 사람다운 길은 다른 생명들의 안전과도 맞닿아 있는 것이니까요.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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