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모싯잎송편

입력 2010-09-15 08:44 수정 2010-09-19 21:28









                         < 사진-해풍을 쐬며 자라는 모싯잎과 모싯잎송편>

추석 명절이 다가오니 송편 생각이 절로 납니다.
만두는 소의 맛으로 송편은 껍질의 맛으로 먹는다 하듯, 선인들께선 소 못지 않게 송편 반죽의 맛을 더하는 데에 공을 들이셨습니다.
멥쌀가루에 쑥이나 도토리, 단호박을 넣어 빚는 송편이 일반적이지만, 굴비로 유명한 영광 지방에선 해풍을 맞으며 자라는 모싯잎을 이용하여 독특한 맛의 송편을 만들어 산업화 하고 있습니다.

모싯잎은, 여러 해 살이 식물인 모시(저마)줄기의 겉껍질은 실로 뽑아서 모시를 짜는 데 쓰고, 가뭄이 심해 기근이 든 해에 버려지는 잎을 쪄서 먹거나 가루로 만들어두었다(단오 무렵)가 밀가루나 보릿가루에 버무려 단자를 만들어 드시던 데서 비롯된 여름철의 구황음식이었습니다.

살림이 나아지자 맵쌀가루에 모싯잎을 삶아 넣고 송편으로 빚어 여름철 힘든 농삿일을 함께 하는 이웃과 일꾼(머슴)들의 원기를 회복하여 주고 서로의 노고를 위로하려는 마음을 나누기 위해 마련된 음식이 지금의 모싯잎송편입니다. 그 넉넉한 인심 만큼이나 모양새도 큼직해서 모싯잎송편을 머슴송편이라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서해안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쐬며 자란 모싯잎은 5월부터 10월 사이에 수확을 하는데, 특히 7월부터 9월경에 생산된 모싯잎의 맛이 제일 좋습니다.
모싯잎에는 일반 엽채류에 들어 있는 비타민이나 아미노산 무기질이 넉넉히 들어 있는데 특히 칼슘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모싯잎100G당 3041.1mg의 칼슘 함유, 우유의 48배) 이빨로 모싯대의 껍질을 찢어 실을 만들어내는(길쌈) 여인들에겐 골다공증이 없을 정도랍니다.

모싯잎에 들어 있는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의 활동을 촉진하고, 송편을 만들어 오래 두어도 쉬 상하지 않고 딱딱해지지 않는 특성이 있어 떡을 즐기는 사람들의 사랑을 톡톡히 받고 있습니다.
모싯잎송편에 들어가는 소는 통동부나 이를 거피한 것인데 동부의 달보드레한 맛과, 쫀득쫀득 차지면서도 쌉싸레한 모싯잎의 향이 배인 떡의 맛이 어우러져 입안은 잠시 그리운 어머니의 품안이나 고향에 머문 듯한 행복을 누리게 됩니다.

모싯잎송편은 모양을 작게 하여 깨소를 넣어 빚기도 하고, 소를 넣지 않고 동글납작하게 만들어 찌는 모싯잎개떡이나 모싯잎인절미로도 만들어 먹습니다. 최근, 모싯잎송편의 인기가 치솟자 영광뿐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모싯잎을 이용한 송편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합니다.
 
영광군에서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지역경제의 효자상품인 모싯잎송편을 향토 특산물로 명품화 하고 축제관광산업과도 연계시키는 계획을 추진중에 있습니다.
이의 실현을 위해 매년 국비의 지원을 받아 위생과 품질을 향상시키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의 인증작업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또한 모싯잎 재배단지를 집적화하고 산책로나 등산로 등 각종 체험 시설을 만드는 방안도 갖고 있습니다.

저는 떡을 아주 좋아합니다.
영광의 모싯잎송편은 10여 년 전에 처음 맛보았었는데 그때의 느낌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재료와 모양이 날로 화려해지고 단맛이 강해지는 떡에 은근한 불만을 갖고 있었던 터라, 모싯잎송편을 한 입 베어 물었을 때의 그 수더분한 맛이라니!......

설탕을 넣지 않은 통동부소의 순연한 맛은 잊고 지내던 옛맛을 고스란히 찾게 해주었지요.
송편에 얽힌 이야기와 모양새는, 나눔에 인색하고 내 가족만 챙기던 저의 도시적 생활습관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도 되었지요. 그 이후론 모싯잎송편의 마니아가 되어 수시로 영광의 떡집으로 주문을 하여 지인들과 함께 나누어 먹곤 합니다. 고향길, 모싯잎이 나오기 시작하는 초여름이 되면 모싯잎을 삶아 냉동시켜 서울로 가져와 떡가루로 내려 모싯잎개떡을 만들어 먹습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기른 모싯잎에 통동부를 넣어 우리쌀로 빚은 모싯잎송편은 자연과 조상님들의 지혜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건강한 먹을거리입니다.
모싯잎송편을 보면, 마치 화장기 없이 해맑은 처자의 어여쁜 얼굴을 보는 듯 반갑습니다. 
몸에 이롭고 맛도 좋은 모싯잎송편, 참 정겨운 우리의 향토음식입니다.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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