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티파니블루냐,빨강이냐/ 넥타이

남자들은 옷에 관심 없다? 천만의 말씀이더군요. 얼마 전 한국경제신문 생활칼럼(박성희의 “괜찮은 수다”)에 “셔츠와 타이의 미학”이라는 제목으로 썼던 글에 대한 남성들의 반응은 깜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많은 메일을 통해 넥타이와 와이셔츠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이 얼마나 큰 지 충분히 알 수 있었지요. 그중 한분은 싸고 품질 좋은 와이셔츠가게에 대해 알려 주셨는데 여러분과 공유하면 좋을 것같아 먼저 소개합니다.

“해밀턴호텔” 길 건너 나이키상점 바로 옆에 조그맣게 붙어 있는 “해밀톤샤쓰”의 경우 2만5천원-3만원 정도의 가격에 소재와 디자인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고 단에다 이니셜도 새길 수 있다고 합니다. “가게가 워낙 좁고, 그리 친절하지 않다는 단점은 있지만 가격대비 품질은 최상”이라는군요.

조금 멀긴 하지만 한번만 가서 사이즈를 재면 다음부터는 전화로 주문할 수도 있을테니 저도 한번 이용해볼 작정입니다.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는 대목이 마음에 좀 걸리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런가 하면 페라가모나 헤르메스 등 외제 넥타이를 추천한 데 대한 항의성 메일도 있었습니다. “명품족이냐?”는 것이었지요. 물론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명품이라는 단어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쪽입니다. 실제로 글을 쓸 때 수입브랜드나 외제라고 쓰지 명품이라는 단어는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명품이란 말 그대로 물건 자체가 명품일 때 쓰는 것이지 지금처럼 알려진 외국브랜드면 그저 명품이라고 쓸 수는 없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넥타이에 관한 한, 몇 가지 외제브랜드를 선호하는 건 “사람은 누구나 한가지쯤은 사치를 부릴 수 있다”는,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때문입니다. 솔직히 저는 올봄에도 두달 전 시장에서 산 1만원짜리 티셔츠를 열심히 입고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넥타이는 다소 좋은 걸 찾는 이유는,

첫째, 선물용인 만큼 정성을 다하고 싶고,

둘째, 남성들의 경우 넥타이에 따라 정말 분위기와 느낌이 달라지고,

셋째, 괜찮은 걸 고르면 자주 매게 될 테고 그럼 맬 때마다 준 사람을 생각하게 할 수 있고,

넷째, 좋은 넥타이는 색깔과 무늬도 괜찮지만 맸을 때 어딘지 맵시있고(매듭도 깨끗하고),

다섯째, 괜찮은 넥타이를 맨 사람을 보면 모르는 사람이라도 즐겁고,

여섯째, 남성에게도 옷차림은 전략이며 그중 첫째가 넥타이라고 생각되고,

일곱째, 남성도 나이들면 넥타이 정도는 신경써서 괜찮은 걸 매는 게 좋아보이고,

여덟째, 많은 남성들이 자기돈 주고 살 때는 싼값에 파는 “철 지난 세일넥타이”를 고르는 만큼 선물로 받은 것만이라도 유행 덜타는 걸 맸으면 싶고,

아홉째, 한국남성 대다수가 유니폼같은 짙은 파랑색 양복을 입고 다니는 만큼 넥타이라도 밝고 화려한 걸 매는 게 좋아 보이는데 밝고 화려한 걸 잘못 고르면 유치해 보일수도 있고…… 등등 많습니다.

남자들은 흔히 “넥타이에 무슨 유행?”이라고 하시지만, 왜요? 넥타이에도 분명 매시즌 유행이 있습니다. 꽃무늬가 쏟아지기도 하고, 반짝반짝거리거나 천 자체가 올록볼록한 게 많아지기도 하고, 노랑색이 부쩍 눈에 띄기도 하고 등등.

그런데도 남자들은 “유행은 무슨? 괜히 왜 비싼 걸 사?”하면서 세일품을 고르는 수가 많은 듯합니다. 그 결과 한국남자들의 70%가 시장에 나온 지 한두 시즌 지난 넥타이를 매고 다니는 것처럼 보입니다. 시장의 유행과 실제 남자들이 착용하는 유행 사이에 6개월 내지 1년이상의 차이가 나는 것같구요.

물론 “비싼 것”이 다 좋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유명한 “구치”나 “제냐” 제품의 경우 폭이 넓고 무늬가 너무 대담한가 하면 색깔도 한국사람에겐 잘 맞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르마니 것도 그렇구요. 물론 키가 크고 얼굴색이 하얀 사람이라면 문제가 또 다르겠지만 말입니다.

삼성카드 광고의 정우성이 매고 나와 화제가 되고 있는 “보스”나 특유의 체크무늬로 유명한 “버버리” 넥타이는 젊은 사람이 매면 산뜻해 보이지만 중년층이 매면 조금 가볍게 보입니다. 샤프해 보일 수는 있지만 점잖은 느낌은 덜하니까요.

거기에 비해 “페라가모”나 “헤르메스”는 폭도 적당하고 무늬도 아기자기해 보통 한국남자들에게 무난하다고 보는 겁니다. 이 또한 제 기호일 수 있습니다. 잔잔하고 점잖은 것보다 강력하고 튀어 보이기를 원하는 사람에겐 “아니다” 싶을 수도 있다는 얘기지요.

넥타이의 경우 또 옷과 마찬가지로 보는 것과 실제 맸을 때의 느낌이 전혀 다르고 맨 사람에 따라 분위기가 다른 게 많습니다.보통체격 보통 피부색의 한국남자들에겐 정우성이 맨 티파니블루(보석브랜드 티파니의 상징색인 하늘색)보다 짙은 파랑이나 빨강색 넥타이가 잘 어울리는 게 그렇지요.

같은 색이라도 명도와 채도, 무늬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줍니다. 넥타이 자체의 짜임이나 재질에 따라서도 엄청난 차이가 나지요. 보통 그냥 보기엔 파스텔색상 넥타이가 예뻐 보이지만 실제 피부가 하얗지 않은 한국남자들에게 연하고 부드러운 파스텔색 넥타이는 어울리기 어렵습니다. 선물용 넥타이 고르기가 정말 어렵다고 하는 것도 이런 때문이지요.

그럴 때, 성격과 기호에 맞는 브랜드를 골라 “눈 딱감고” 돈을 조금 더 주고 사면 실패할 확률이 적다고 보는 겁니다.

한가지 더 곁들이면….. 발품을 좀 팔아서 문화상품 파는 곳(삼성빌딩 로댕갤러리 등)에 가면 개성있는 넥타이를 고를 수 있습니다. 요즘 유명화가의 작품을 원용한 넥타이가 나오는데 개중엔 무늬가 세련된 것들이 있습니다.

김환기씨나 이응로씨의 작품을 프린트한 것들이 그것이지요. 폭만 좀 줄여주면 좋겠다 싶지만, 그냥 그대로도 괜찮은 것들이 꽤 있습니다. “누구 누구의 그림이다”라는 기분을 즐길 수도 있구요.

흔히 “내용이 중요하지 형식은 아무래도 상관없다”고도 하지만 살다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수가 많습니다. 형식이 더 중요하진 않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몫을 차지하는 건 분명해 보이니까요. 남자의 옷차림, 그리고 넥타이도 그런 것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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