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동지입니다.
동지는 24절기 중 22번째에 해당하는 절기로 대설과 소한 사이에 드는 절기입니다.
북반구에서는 태양의 남중고도가 가장 낮아서 밤이 가장 긴 날이며 같은 시간에 남반구에서는 이와 반대인 하지가 된다 하네요.

동지를 기점으로 낮의 길이가 길어지므로 세계 여러나라에서는 종교적으로나 풍속적인 축제일로 삼았다 하는군요.
우리나리에서도 오래 전부터 동지를 작은 설로 여길 만큼 각별한 의미를 지닌 명절로 간주하여 붉은 팥으로 죽을 쑤거나 시루떡을 쪄서 한 해의 액땜을 빌고 새해의 소망도 기원하는 세시풍속으로 전래 되어 왔습니다.

동짓날의 절기음식인 동지죽은 추울 때 먹어야 제 맛이 납니다.
동지 무렵이 되어서야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시작되니 기나긴 겨울밤의 야식으로 동지죽은 더 없이 좋은 별미입니다.
춥고 긴 겨울밤,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동지죽을 커다란 옹자박이에서 퍼와 살엄음이 동동 떠 있는 무동치미와 함께 먹으면 속이 써르르 몸이 떨려오고 추워지면서도 자꾸만 더 먹고 싶도록 각별한 맛이 있었지요.
차가운 동지죽에 황설탕 한 숫갈을 넣고 휘 한번 저어 먹는 맛은 또 어떻고요.

한데 삶은 팥을 믹서로 휘리릭 갈아 약식으로 끓인 요즈음의 동지죽은 예전에 어머니가 끓여주신 그 맛은 분명 아니더군요.
어쩐지 싱겁고 묽고 어설퍼진 맛의 원인은 재료 때문일 수도 있고 조리법 때문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윤기가 돌도록 붉고 잘 여문 앵두팥을 무쇠솥에 흠씬 삶아 대바구니에 건져  손으로 으깨고 걸러서 팥앙금을 만들어 끓이신 그 걸죽하고 진한 팥죽의 맛은 결코 재연해 낼 수가 없네요.
하여 올해엔 아예 팥찰밥을 해보았습니다.
쌀가루 빻으러 방앗간 갈 일이 없으니 여간 간편하네요.
찹쌀과 팥을 씻어 하루 저녁 물에 불립니다.
그렇게 단단하던 팥도 하루 저녁 불려 압력솥에 삶으면 금세 물러지거든요.
삶아진 팥과 찹쌀을 혼합하여 소금을 1작은 술 풀어 간을 맞추고 참기름 한 숫갈을 두르고 밥물은 내용물이 보일 듯 말 듯하게 잡고 가열을 하다 압력솥의 핀이 돌기 시작해서 3분이 지나면 불을 바로 끕니다.
이렇게 하면 찰밥이 눌지도 않고 찜솥에 찐 것처럼 차지고 고슬하게 지어집니다.

저는 여지것 찰밥을 시루나 찜기에 두번 쪄서 조리를 했어요.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고 번거로워 자주 해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압력솥으로 간편하게 조리하는 방법을 잘 몰랐거든요.
불 조절과 물 조절이 잘 되지 않아 늘 타고 질게 되곤 하더군요.
친구 사과나무님이 세밀하게 방법을 가르쳐주어 그대로 따라 해보니 아주 맛나게 지어지는군요.

밥맛이 없고 찬이 마땅하지 않을 때 팥 한 줌 삶고, 찹쌀 물에 불려 압력솥에 찰밥 지으시면 별식으로 아주 좋아요.
나물 한두 가지 곁들여도 좋고 동치미나 물김치만 있어도 하루 정도는 다른 찬거리 걱정 하지 않고 거뜬히 넘기실 수가 있으니까요.
찰밥을 퍼서 한 김이 나가면 주먹밥을 만들거나 김에 말아 한 입 크기로 썰어 용기에 담아 두었다가 아이들 간식으로 주셔도 좋습니다.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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